"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라"(누가복음11장 9절)
74년 2월 23일이었다. 서울구치소 정치범을 가두는 방은 너무나 좁고 추웠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 방에다가 겨우 0.7평의 방이었다. 2월 23일에는 2월 달 늦추위가 와서 추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추위가 너무 심하여지니 다리뼈를 비트는 듯이 통증이 왔다. 나는 추위를 이겨보려고 방에서 뜀박질도하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드리면서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성경을 펼치고 성경에서 ‘불’자를 찾아나가며 시간을 보내고 추위를 이겨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성경에서 ‘불’자를 찾아나가던 중에 맨 처음 찾은 ‘불’자는 출애굽기 3장에서였다. 모세는 호랩산 기슭에서 40년 처가살이를 하며 양떼를 치던 때에 떨기나무에 붙은 불을 보았다. 그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는 모습을 이상히 여겨 가까이 다가갔더니 하나님의 음성을 들렸다. "모세야, 너 선 땅은 거룩한 땅이니 너 발에 신은 신을 벗어라" 모세가 민족의 해방자로 부름을 받은 장면이다. 이 말씀에서 시작하여 구약성경 전체에서 샅샅이 ‘불’자를 찾아나가다가, 신약에 들어와 처음 나온 ‘불’자는 마태복음 3장에서였다.
"나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그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시리라"(마태복음 3장 11절)
세례요한이 예수님을 소개한 부분이다.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지만 예수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신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씀을 읽고서 간절히 기도드리기 시작하였다.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러 오신 예수님. 저가 지금 너무 추워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니 불로 세례를 주시옵소서"하고 기도 드렸다. 그 다음에 나오는 ‘불’자를 읽고 나는 놀랐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옛날에도 있었던가 생각할 정도로 놀랐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더 원하리요"(누가복음 12장 49절)
예수님께서는 땅에 불을 던지러 오셨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두 무릎을 꿇고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 드렸다.
"이 땅에 불 던지러 오신 예수님 지금 저에게 불을 던져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드리며 그 다음 ‘불’자를 읽는 동안에 내 몸에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하늘로부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사도행전 2장 1~4절)
이 말씀을 읽을 때에 추위가 물러나고 온 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온 방이 마치 온돌방처럼 따뜻하여 지는 것이었다. 그날의 감격과 기쁨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날이 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새로워지는 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