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주전자의 뚜껑이 덜컹거릴 때면 나는 우수에 젖는다. 몇 모금의 뜨거운 물을 삼키며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을 추억한다.
너무 오래 방채해 두었던 것들, 뽀얗게 먼지 낀 그 이름 위에 나는 참회하듯 손을 얹는다.
아~그리운 것들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여지없이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1시 넘어 들어온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확 깨었다.
남편은 명절에도 변함없이 불러내는 사람들과 허허실실 놀다가 들어와 내게 미안한지 침대에 누워서 소설속 이야기처럼 지인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30년전 하남시로 처음 오던해, 인연을 맺고 살던 지인이 있었다.
교회에서 만난 청년으로 나보다 5년 연하인데 어쩌다보니
우리가 중매를 한 것 처럼,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딸 셋을 낳아서 예쁘게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데,
그들이 헤여졌다는 얘기를 오래전에 풍문으로 들었었다.
집으로 오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공교롭게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년이 된 남자의 택시를 탔다는 것이다.
외도를 한 것은 여자였고 아이를 데리고 간 사람도 여자였다.
남자는 혼자서 시골로 내려가 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산다는것은 외로움을,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것은
누구에게나 혼자서 해내야 하는 쓸쓸함...,
더는 잠을 청할 수 없어서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컴 앞에 앉아서
젊은시절 그여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담하고 작은키에 눈이 큰, 수줍움이 많은 소녀같은 외모였었다.
내가 불혹의 세월을 살때에 문학인들과 가끔씩 가는 어느 주점에서
그녀를 보았을땐 가정을 떠난 여자의 모습이였다.
깊게 패인 셔츠에 킬휠을 신고 눈썹을 요란하게 붙인,
옆자리 남자품에서 요염을 부리던 모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