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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장부 흑칠랑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
왕구는 마른침을 삼켰다.
모두 왕구를 보고 있었다.
"불을 놓는 것입니다."
"불?"
모두 놀란 표정으로 왕구를 바라보았다.
이 좁은 통로 안에다가 불을 놓자니, 다 죽자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흑칠랑이 물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보게."
"이런 비밀통로는 은밀해서 출구를 찾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그럼 밖에 있는 자들도 그냥 여기쯤이라 생각했을 뿐, 정확하게 출구를 찾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거야 그렇지. 찾았다면 벌써 비밀통로로 들어왔자, 지금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는 않을 걸세."
"오다 보니까 이 비밀통로엔 몇 개의 환기구가 있었습니다."
흑칠랑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통로에도 환기구는 반드시 필요하자. 아주 교묘하게 만들긴 했지만...... 가만, 그러니까 네 말을 ......"
흑칠랑은 무엇인가 생각난 듯 왕구를 바라보앗다.
"듣기로 내공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흑칠랑이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두 사람을 바라본다.
흑칠랑은 금룡단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가서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가져와라. 비밀통로의 벽과 기둥까지 다 뽑아 와라. 시간이 없다."
금룡단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불에 탈 수 있는 것들이 비밀통로의 입구 쪽에 쌓아 졌고, 원시적인 방법에 의해서 불이 붙었다. 그리고 야한과 금룡단 일행이 힘을 함해, 내공으로 연기와 불의 기운이 출구 쪽으로 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연기는 입구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비밀통로의 환기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흑칠랑은 조용히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밖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햇다. 몇 개의 환기구로 연기가 새어 나가자, 출구 근처에 있던 자들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흑칠랑이 벌떡 일어섰다.
"빨리 움직인다."
일행은 살며시 밖으로 나간 다음, 비밀통로를 무너트렸다. 연기를 이쪽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와 그들의 뒤를 쫓는 자들을 막으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 비밀통로의 끝에는 그곳을 무너트리는 장치가 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뒤를 쫓는 자들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안배였다.
흑칠랑은 그 장치를 찾아서 가동한 것이다.
출구는 교묘해서 제법 큰 산 바로 아래 있는 큰 바위 밑으로 뚫려 있었다. 근처엔 제법 큰 강도 있었다.
출구는 교묘하게 위장이 되어 있어서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안배되어 있었다.
무너진 출구를 보면서 흑칠랑은 서둘렀다.
흑칠랑은 산세를 살피고 숲에 들어가서 나무의 가지를 살피더니, 큰 나무 위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미 흑칠랑의 능력을 보아 왔던 금룡단원들은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 야한이 금룡단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자기가 입은 옷을 조금씩 찢어 내서 내게 준다. 실시."
야한의 말에 금룡단원들은 의아해 했지만, 옷을 조금씩 찢어서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었을 때 흑칠라이 돌아왔다.
흑칠랑은 야한이 들고 있는 천 조각들을 힐끗 본 다음 말햇다.
"가자."
흑칠랑이 앞장을 서자 금룡단원들이 그 뒤를 따랏다.
일시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그들이 얻은 시간은 아주 짧을 것이다.
흑칠랑과 금룡단 일해이 빠른 속도로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흑칠랑이 향한 곳은 산 위쪽이었다.
이삼방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산 위로 가면 고립되는 것 아닙니까? 산을 포위하면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집니다."
흑칠랑은 피식 웃으면서 말ㄹ했다.
"우리는 산 위로 가서 산등성이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은 우리가 이곳으로 갔을 거란 생각은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후각이 옘ㄴ한 개들을 데려왔을 것입니다."
"그 개들은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금룡단원들은 더욱 이해를 못하고 흑칠라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은 이 교두에게 맡기고 너희들은 나를 쫓아오기만 하면된다. 단, 나를 쫓아올 땐 최고의 경신법으로 몸을 가볍게 하고 될수 있으면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금룡단원들은 그제야 야한이 자신들의 곁에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몽진이나 이심방을 비롯한 금룡단원들은 자신들이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심방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더니, 바로 코앞에 기인을 두고 몰라봤었구나. 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정말 대단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는데, 우린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흑칠랑과 그 일행이 산 위로 사라질 때 야한은 바쁘게 움직이고 잇었다.
그는 품 안에서 약품을 꺼내 뿌리고, 금룡단원들의 옷에서 찢어낸 천 조각들을 들고 강가로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금룡단 일행의 흔적을 지우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와 함게 사람들의 신법 펼치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왓다.
야한의 입가에 조소가 어렷다.
'고생들 좀 해라.'
야한이 그림자가 꺼지듯이 사라졌다.
흑칠랑과 야한은 천하제일, 제이의 살수들이었고, 까마득한 역사를 자랑하는 살수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재들이었다.
비록 사람을 잘못 만나서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지만, 천하에 그 누구도 그들이 숨고자 한다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는 것은 그들의 전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은 단순히 무공 실력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4-2
와룡 사마무기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니까, 강가로 향한 것 같은데 사라졌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개들의 후각을 따돌리기 위해 강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근처에 나무를 베어 낸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나무를 이용해서 강줄기를 따라 내려간 것 같습니다."
사마무기는 침착하게 밀영 일호를 보면서 물엇다.
"권왕이 큰 부상을 당한 것은 확실하겠지?"
"당시 현장을 조사한 밀각의 조장이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비록 명왕수사 고 어른의 몸에 열여덟 개의 무기가 꽂히고 피가 온몸에 가득햇지만, 그분의 몸에 묻은 피 중 일부는 분명히 명왕수사 고구님의 피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허벅지 부분의 피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피를 조사해 보면 상대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것이 확실합니다. 피 안에는 일부 내장 조각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정도의 내상이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불사의 신공을 터득했다 해도 쉽게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피가 권왕의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명왕수사 고 어른은 깔끔한 성격이고 결벽증도 있으신 분입니다. 사람을 해쳐도 몸에 피를 묻히지 않기로 유명하십니다. 패도문에는 그 분의 옷에 피를 묻힐 만한 실력자가 없습니다."
"우리 이외에 그것을 조사한 자들이 있나?"
"호연세가의 설비향 쪽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런 상태라면 지금 금룡단과 그 일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운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권왕 말고도 대단한 자가 있어서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아운과 같이 있던 두 명의 교두들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래도 좋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라! 잡아서 권왕의 시체를 확인해라! 그래야만 안심할 수 있다. 강 하류 쪽으로 천라지망을 펼쳐라!"
"충."
밀영 일호가 사라졌다.
사마무기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아운 일행이 강이 아니라 살수의 길을 택해서 사라졌다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개를 속이는 것은 어렵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 그들 중에 살수가 있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아운이 살수문의 후예라 짐작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면 그 두 명의 교두란 자들도 살수문의 후예일 가능성이 컸다.
밀영의 말대로 아운은 큰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ㅏ 사실 칠사의 한명을 죽이고 멀쩡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체를 보지 못한 이상 죽었다고 단정할 수가 없었다.
'만약을 위해서라도 광전사 정룡님의 힘을 빌려야겠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권왕을 잡지 못할 거란 예감이 든다.'
사마무기는 결심을 굳힌 표정이었다.
설비향의 얼굴에 허탈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의 앞에는 비각의 조장 두 명이 창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패도문의 비밀통로를 겨우 찾아서 뒤를 쫓다가 낭패만 당했다. 여기저기 상대가 설치한 함정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나중엔 화공에 기겁을 했었다.
"못 잡았단 말인가?"
제일조 조장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강의 하류 쪽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계속 찾고는 있지만..."
말을 하는 일조 조장의 표정엔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들은 살수의 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역시 아운은 살수의 후예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측근에 있는 두 명의 교두 역시 예상대로 살수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요는 살수의 길만 찾으면 된단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도 살수를 동원해야겠군."
설비향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지금까지 말없이 서 있기만 하던 제이조 조장을 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 후면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 무림 삼대 살수 중 한 명인 무영사 한상아라면 그들이 도망친 살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린다."
두 조장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설비향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끔 이렇게 보는 하늘이 그는 좋았다.
"저 하늘 어딘가에 있겠지. 하지만 아운 너는 심하게 부상을 입었다. 어쩌면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네 시체를 확인하기 전엔 네가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안겠다. 천재는 요절한다고 했지만, 반대로 하늘이 낸 천재는 그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 있다고 했다. 넌 아직 그것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하늘이 너의 죽음을 원하지 않겠자. 아무리 그래도 넌 내 손에 죽는다. 내가 바로 하늘이 내린 천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이 너를 죽일 수 있다."
설비향의 입가에 괴소가 어렸다.
4-3
흑칠랑의 가문인 흑살문의 살수들은 수백 년에 걸쳐 살수행을 하면서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었다.
그 살수들 중에서도 최고봉이 바로 흑칠랑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흑칠랑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살수가 야한과 한상아라 할 수 있었다.
수백 년 동안 흑살문의 살수들이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쌓아 온 저력이나 강호 곳곳에 준비해 놓은 안가들, 그리고 숨거나 상대를 따돌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환문들이 천하 곳곳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ㄱ들만이 가는 살수의 길은 일반 무사들로선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길이었다.
이는 머리가 아무리 좋은 와룡이나 설비향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살수가 아닌 이상은.
하지만 무영사 한상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호 무림의 삼대 살수 중에서도 가장 신비한 인물이 바로 한상아였다. 유독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살수였고, 그의 을력이나 실력도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런 한상아가 흑칠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인물이 광전사 중에도 있었다.
4-4
삼 일이 지났다.
패도문에서 삼백여 리 떨어진 야산 중턱에 페허가 된 절이 하나 있었다. 누가 보아도 그저 그렇게 보이는 절이었다. 그러나 절 안에는 비밀통로가 있었고, 그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바로 흑살문의 안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비록 아운의 안가보다 작았지만, 대신 그 안에는 나무로 만든 통나무집이 언제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기문진도 온전하게 보전되어 잇었다.
안가로 들어오자 삼 일 동안 긴장한 채 단 한숨도 자지 못한 금룡단원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맘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모두 아운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아운은 완전히 기절해 있는 상태였는데, 기식이 엄엄하다.
언뜻 보아도 작지 않은 내, 외상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흑칠랑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비상약을 먹이고 금창약을 발라서인지 외상은 거의 아물어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부러진 팔도 벌써 정상에 가까웠다.
문제는 내상이었다.
북궁명이 흑칠랑을 보고 물었다.
"매형의 상태가 어느 정도나 심각한 것입니까?"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진기를 주입해서 도와주고 싶어도, 안에서 거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누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권왕답게 자가치유능력이 상상을 불허한다는 사실이다. 대체 무슨 무공을 익힌 것인지 몰라도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모두들 흑칠랑을 바라본다.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초리들이었다.
흑칠랑은 아운을 반듯하게 눕혀 놓으며 말했다.
"지금 보았듯이 권왕의 외상은 거의 다 나았다. 이것은 결코 금창약 때문이 아니다. 금창약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빨리 외상을 치료하진 못한다. 내가 보기에 권왕은 어떤 특수한 무공을 익혔고, 그무공은 내,외상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권왕의 내상 역시 빠르게 치료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힘이 조금 약해진 것 같다. 그러니 일단 기다려 보자."
말을 마친 흑칠랑은 권왕을 내려다보았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살문엔 불사의 신공이 있다고 했엇다. 그래서 살왕의 후예를 상대할 땐 확실하게 목을 자르지 않으면 상대를 죽일 수 없다고 하셨었다. 직므 권왕을 보니 사부님이 말씀하신 것보다 더욱 대단하다. 처음 명왕에게 당한 내상으로 보았을 땐 아무리 불사의 신공이 대단하다 해도 이렇게 ㅃ라리 회복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흑실랑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명왕에게 당한 상처는 단순히 내상을 입은 정도가 아니었다. 내공이 엉키고 기가 흐르는 기혈까지 뒤틀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아운의 상처를 보면 최소 기혈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내공이 엉켜 주화입마의 초기에 다다랐던 상태가 사라졌다.
단 삼 일 만에 이 정도의 회복력이라면 거의 불가해한 일이라고 봐야 했다. 더군다나 삼 일간 계속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흑칠랑의 얼굴은 어두웠다.
'문제는 시간이다.'
비록 빠르게 회복되곤 있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흘러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지금 이곳도 그렇게 안전한 곳이 못 도니다.'
막연한 느낌일 뿐이었다. 그러나 살수의 직갑이란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도 더욱 정확할 때가 있었다. 흑칠랑은 마은 한구석으로 스며 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의 직감이 조금이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흑칠랑은 야한을 바라보앗다. 야한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아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역시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겁이 나는가, 후배?"
그 말을 들은 야한은 흑칠랑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이 정도에 겁을 먹진 않소. 하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오. 선배도 느끼고 있겠지만."
흑칠랑과 야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둘의 직감이 같다면 더 이상 미적거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곳을 벗어난다면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다음 안가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흑칠랑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쩌면 사부님이 말한 방법이 통할지도 모른다.'
결심을 한 흑칠랑이 북궁명을 보면서 말했다.
"부단주, 우선 금룡단원들이 푹 쉴 수 있도록 해주게. 나는 단주를 치료하겠네."
북궁명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흑칠랑을 보았다.
"여긴 나에게 맡기고 어서들 쉬게. 앞으로 일들이 많을 테니, 체력을 비축해 놓아야 할 게야. 물과 양식은 저쪽에 있네. 단, 물은 충분하지만 양식은 벽곡단으로 대신해야 할 걸세. 이곳은 쉬기 위한곳이 아니라, 잠시 피해서 숨어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양식은 없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 밖에 나가서 음식을 구해올 수도 없으니 일단 그것으로 만족하게."
흑칠랑의 말에 금룡단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갓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야한이 흑칠랑을 보고 물엇다.
"어찌하려는 것이요, 선배."
흑칠랑은 대답 대신 작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야한이 기겁을 해서 흑칠랑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려는 것이오. 설마 비겁하게...."
"시끄럽다, 이 변태 새끼야. 나도 이것이 통할지 잘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이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서 해보는 것이다."
말을 마친 흑칠랑은 아운의 몸 중 사혈이 아닌 곳에 제법 큰 상처를 냈다. 순간 자극을 받은 불괴수라기공이 활성화되면서 상처를 치ㅇ하기 시작햇다. 약 반 시진이 지나자 흑칠랑은 다시 한 번 아운의 몸에 상처를 내엇다.
그 모습을 야한은 보고만 잇었다.
그 역시 흑칠랑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눈치 챈 것이다.
살수의 무공을 수련할 때 이런 식의 극단적인 치료 방법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났다.
-인간의 몸은 불가해하다. 어느 곳에 일정한 상처를 주면 그곳 주변의 선천지기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기의 흐름이 활발해질 수도 잇다. 몸은 스스로 상처 받은 곳을 치유하려는 본능과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순간에는 이것을 잘 이용하면 인간이 지닌 불가사의한 힘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그 힘만으로 그보다 더 큰 상처가지 함께 치유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작은 상처는 인간의 죽어 있던 본능을 일깨울 수 있다. 비록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잘 이용하면 유용할 때가 있을 것이다. 침술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해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아운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있는 흑칠랑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잇었다.
'살아라! 살아! 근데, 내가 왜 이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 그냥 뒈지면 내가 왕살수가 되는데. 아니다, 아니야. 남자새끼가 불알 달고 비겁하면 안 된다. 암 안 되고말고. 나 흑칠랑은 그래도 사나이 대장부가 아닌가.'
흑칠랑은 다시 한 번 상처를 내고 아운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씨발, 생각해 보니 체면과 정정당당함이 밥 먹여 주냐. 어차피 내가 이기긴 좀. 그냥 확.'
"역시 선배님은 정말 존경 받아 마땅하로. 내 지금까지 선배를 의심했던 거 정말 사과하오. 지금 보니 선배야말로 권왕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단 한 명의 대장부요."
하필이면 결심을 하려는 그 순간 야한의 초롱초롱한 눈이 흑칠랑의 가슴에 불을 댕기고 잇었다.
", 뭐 이 정도를 가지고. 자네도 분명 나 같은 상황이라면 이렇게 했을 걸세."
'에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결정적인 순간에 초를 치다니. 흑, 이것이 흑칠랑의 운명이구나.'
물론 흑칠랑의 겉얼굴엔 어떻게든 아운을 살리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떠올라 있었다.
후배에겐 그래도 본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흑칠랑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세상에 존경 받는 선배가 몇이나 되랴. 그걸로 안주 삼자.'
"제가 어찌 선배님을 쫓아가겠습니까? 선배님이야말로 살수계의 장부이십니다."
"험험. 뭐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하지만 자네도 정말 멋진 후배네. 아암, 그렇고 말고."
둘이 그렇게 서로를 칭찬하고 있을 때, 불괴수라기공이 외부의 자극으로 활성화되면서 아운의 내상을 더욱 빠르게 치유하고 있었다.
흑칠랑과 야한은 아운의 내부에서 진기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나갔다.
금룡단원들은 모두 아운의 안위가 걱정되었지만, 그 누구도 묻지 못하고 기다렸다.
흑칠랑과 야한은 비밀리에 아운의 몸에 자극을 주었고, 그 시간 간격은 점차 벌어지고 있었다.
한 차례 아운의 몸을 자극한 흑칠랑이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야한을 보면서 말했다.
"이젠 자네가 대신 하게. 난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어."
야한은 흑칠랑을 잠시 동안 쳐다보다가 말했다.
"이곳에서 운기라도 하고 나가는 것이 좋을 거요, 선배. 아무래도 상황이 가볍진 않은 것 같소."
흑칠랑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첫댓글 즐감합니다
행복한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독
행복한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저녁 되세요
행복한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행복한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ㄱ~~~~~~```````````````
ㄳㄳ합니다
즐독했어요.감사~^.^
병상
항상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줄
재미가 무궁무진하네요
즐독
즐감
잘보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감사합니다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감사^^^
즐감
잘읽었음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 ㄳ
진짜 사나이들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