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메모 : 장국영...그리고 인간방패...잔인한 4월
1.
도대체 슬픈 일만 일어난다.
세상에 놀랄 일도 감정이 흔들릴 일도 별로 없을 것이라 자신하던 나이가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온통 나의 감정을 쥐어붙잡고 흔들어 대는 일들 투성이다.
오늘 저녁 편안한 서핑을 좀 하고 밤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장국영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의 나이 46세. 우울증. 역류성 식도염....예술가다운 수사들이 스쳐가는 가운데...
그는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원래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영웅본색1 에서 그의 연기는 평면적이었고, 결정적으로 너무 이뻤다. 내가 그에게서
다른 냄새를 맡기 시작한 것은 그의 얼굴에 나이가 보이고 슬픈 깊이가 나타나면서 부터이다. 그의 콧수염이 일정한 감정의 선을 보여주기 시작하던 어느 순간부터.....
우선 떠오르는 영화는 해피투게더 : 춘광사설이다. 왕가위의 이 영화에서 나는 완전히 장국영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그가 40살이 다 된 줄 몰랐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직 젊음을 그리고 아주 깊고, 한편 천박할 정도로 인간적인, 그런 고뇌를 보여주었다. 혹시..태양은 없다나 젊은 남자 같은 영화의 이정재나 정우성의 연기와 비교해보면 그의 어떤 표정이 남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와 양조위가 아니었으면 동성애 역시 그저 보편적인 사랑, 인간이 사랑하는 어떤 한
방식이라는 걸 그렇게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최근 영화 무간도를 보면서 양조위 대신 '장국영'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었다. 유덕화에게 어떻든 밀려버린 양조위의 매력적인 역할이 불만스럽기도 하고...장국영의 복잡다단한 눈빛이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지금 '해피투게더'의 오에스티를 듣고 있다.
영화에서 삐아졸라의 그야말로 단장을 애는 탱고연주와 그의 눈물, 울부짖음
그리고 무표정은 너무 심하게 잘 어울렸다. '중경삼림'을 보고 나서 '왕가위는 그냥 스타일리스트야!'라고 냉소했던 것을 이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취소했었다. 왕가위는 장국영 양조위와 함께 스타일리스트 이상의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왕가위의 아비정전이나 영웅본색2에서 그는 이미 그가 그저 아이돌 청춘스타가 되기에는 너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웅본색2의 마지막 신을 기억하시는지...다소 유치하지만 전화부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기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던 그오만가지 감정이 흐르던 표정.
또 한편 패왕별희나 인지구에서 보여주었던 그 애매모호한 '젠더'와 퇴폐성, 그리고
무언가에 도취된, 취해버린 그리고 몰입한 인간을 표현하는데에 그만큼 강력한 유혹적인 캐릭터는 없다. 동사서독에서의 연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나이를 먹어갈 수록 진짜 '아트'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나는 점점 그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는 진짜 '예술가'인양 자살했다. 요절에 심지어 정신병이 들먹여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진짜에 다가가는 일이 그에겐 너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었을까? 누가 도대체 맨정신이란 말인가...
2.
미군은 이라크의 민간인이 가득한 토요타 트럭에 로켓포를 발사해 살해했다.
뉴스는 찢겨져 나간 두 아이를 안고 죽어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그들 스스로조차 경악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인간방패를 자임한 반전단체 회원들이 탔던 버스 두대를 폭격했고 다수가 사망했다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사상자에는 미국인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라크 측은 '이제 미군은 자국민까지 쏘기 시작했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한다.
미국 중부 사령관은 오폭 문제에 대하여 브리핑 하면서,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값비싼 폭탄들이 사막에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뉴스는 이 소식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나는 그냥 궁금할 뿐이다.
전쟁 중인, 그것도 자기들이 일으킨 전쟁 중인 상대국의 군인이 자폭 공격을
시도한 것을 어찌 '테러'라고 '비열한 테러를 중지하라'고 말하는 자가 미국의
대통령인지 궁금할 뿐이다.
미국의 군사비의 1/100도 안되는 이라크가, 군사적으로 자기들을 위협하기 때문에(씨바 색히들 이게 말이 되냐 말이다..) '전쟁은 유엔의 결정이 없어도 정당하다'고 말할 때 부터 저 색히가 어찌 멀쩡한 인간인가 싶었지만 말이다.
에혀...맨 정신으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행되고 있다.
3.
어제 날씨는 초 여름이었다. 압구정에는 민소매티와 미니 스커트가 넘실댔다.
봄을 열라 타는 나로서는 햇살 때문에 싱숭생숭해하다가...
엊그제 생일이었던 영화하는 친구와 만나 창이 넓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로 말하자면, 97년 충무로 메이저 영화 조감독을 한판 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5년간
공부하다가 작년에 들어와, 바로 모영화사에서 또 입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조감독을 하다가, 영화가 딜레이 되자 그 마저 때려치고 3달째 집에서 시나리오 쓰기에 열중인 그런 참 대책없는 친구다.
그럼, 머 먹구 사냐구?
지난 달에 그 친구 아내가 취직을 했다고 한다. -.-;;;
결국 내가 커피를 샀다. 생일이라니..모오...
그런데 그 친구가 도장이 1개 모자란 쿠폰을 꺼낸다. 한잔은 공짜로 먹을 수 있다. 훗훗...쿠폰을 주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나도 내 커피값 정도는 가지고 다녀!!!' -.-;;;;
2층 흡연구역에 앉아 1시간 동안 찬란한 더위와 뜨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다소 싱숭생숭이 진정되었다.
생각해 보니 15년 전 쯤, 그 친구와 나는 압구정 거리를 자주 걸었었다.
둘 다 방위를 하면서 퇴근이면 까까머리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밤 늦게까지 이 길을 걸어다니며 많은 이야기들을 했던 기억이 났다.
오늘 그 길을 걸어 사무실로 돌아오면서...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친구일까, 아니면 그냥 사람일까 라는 밑도 끝도 없는...생각을 했다. 횡설수설..시나리오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이런 이야기가 툭 튀어 나왔다.
'넌 진짜랑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니...'
'그거 기준 문제 아니냐?'
'넌 진짜냐?'
'.............기준 문제지'
'.............'
꿀꿀하고 심란하고 너무 짧지만 잔인할 것 같은 4월이다.
피에쑤.
오늘 들은 따끈한 소식. 우리의 동근이가 현재 '조선의 주먹'이라는 가제의 시라소니를 다룬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제안을 받고 구두로 '오케이'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이외의 캐스팅이 늦어져서 현재 크랭크인을 못하고 있으며, 시나리오는 완료상태이다.
물론 계약은 안했으므로 뭐 정확히 출연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그 시나리오를 2고
까지 읽어 봤는데...사실 별 볼일 없는 일제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한 협객활극이다.
내 생각에는 걍 안했으면 좋겠다. 감독은 화산고의 김태균이다. 영화 자체가 진행 될런지도 미지수지만 하여튼 피해갔으면 한다.
첫댓글 그는 어쩌면 살기를 더 강렬히 희망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죽음으로써./...그렇다면,그렇다면/비록 육체와는 결별했지만, 그의 영혼은 아직 이곳에 붙박혀 있을지도.../...아마도 영원히./무언가를 더 많이 안다는 것은, 진짜가 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그것은 곧 고통에 이르는 일/순간 순간 스스로를 두렵고 낯설게
하는 일이다./그래서 가짜가 진짜이고, 진짜가 가짜인 세상에 살아 있는 지금 우리들.../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파병 반대!
흑흑흑.......
무조건 무던해지기..무조건 무전해지기..무조건 무던해지기..죄악의 씨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면서도..무조건 무던해지기...쯔읍. 생각이 생각을 잡아먹어 급기야 고질적인 불감증으로 환장하다 걍...데굴데굴 굴러다니기...오늘 형아 메모는 슬프다...ㅠ.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홍콩의 배우땜에 슬플래요, 차라리~
잔인한 4월..........하지만 조금은 덕삼옹 같은 사람들 때메 푸근한 4월이 될수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난파란님..살기를 더 강렬히 희망했을지도....동의합니다. 크롬..이 노친네가 오바해따..봄햇살에 울렁거린데다가 뉴스들 땜시...나 언래 봄을 쩜 타! 동발..삼가 명복...나한테 그러는 줄 알았다..-.-;;;
걍스포츠찌라시1면귀퉁이에실린그소식.내눈을믿을수가없었져..가슴이아프더라구요.내가왜슬픈거지?저 아름답고 경제적으로풍요하고 사회적으로성공한사람이.왜..
~* ...어릴때..잘 모르는 영어를..따라......장국영의.."To You"...쏘가리깜장고무신...후후 웃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그가..죽다니....
그저 날씨가 좋아서......라고 생각하세요......잔인한 4월......
쩝... 배고픈 4월..-_- 아사직전. 5월. 굶어디짐 6월.. ㅠ_ㅠ 예고된..나의.2003년 전반기..
중학교때 시험 끝나고 단체로 본 기억이 있네여..영웅본색2..그때 장국영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그가 자살을..어느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나도 나이 먹은게 실감이나고..에고..
아침에 자명종 세개루 겨우일어나는 나에게 장국영의 사망소식은 어느 자명종보다 내 의식을 빨리 깨게 했다 충격이다 46이라는 그의 나이두 생소했다 어머 어머를 연발하면서 일어난 오늘이다 장국영은 지금 무슨생각을 하구 있을까??
그 친구분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 시군요... 흠... 사실 국영이 형 죽은건 슬프지만... 현실에서 꿈을 이루려 노력하시는 형님의 친구분이 전 더 부럽네요... 흠...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다음에 뵙죠.
너무 지랄맞아서 술만 퍼대고 미치도록 웃어대는 4월이야...-_ㅜ
니미, 한쪽에선 사는게 고통스러워 자살하고 한쪽에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진짜 지롤같은 세상이군. 근데 국영 왜 그리 얼굴 뽀사시한겨.. 많아 봐야 40살정도로 밖에 안 보이더만, 아이 태반 먹어서 젊음 유지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겨. 덕삼 엉아 생일이 언제요.. 내 엉아 생일날 그거 선물하지. 태반..
덕삼성... 이슬이나 한잔 나누고 싶씀돠. 세상에 넘쳐나는 분노와 증오의 에네르기들이 두려웠건만... 오늘은 그것들이 일변하여 허탈과 무력으로 흐르네여. 이제 어떡하죠? 쪽팔리고... 기분 엿같은 날입니다. 잠시 아파해야 겠네여. 그리고... 또 일어나서 두눈 부릅떠야 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