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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에서 이례적으로 선고를 열흘이나 늦췄다.
"배심원과 재판부 사이 판단이 충돌해 선고를 미뤘지만, 그 선례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 심판하기 위해 열흘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재판부에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 스펙트럼 안에서 다수 국민을 공감케 하면서 법을 통일적으로 평등하게 적용해야 하는 법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했다."
―어느 점이 가장 힘들었나.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 이 두 가지 공소사실을 놓고 배심원 7명이 전원일치로 무죄라 평결했다. 현행법은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도록 하면서도 법원에 판결의 최종 책임을 지우고 있다. 재판부 판단과 배심원 평결이 상충하는 데 이를 조화롭게 절충할 '제3의 길'을 찾아야 했다. '죄는 되나 처벌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를 법테두리 내 양형에 반영하면서 선고를 유예했다."
―검찰은 허위 사실 공표에 무죄를 내리면서 형이 너무 가벼웠다는 이유로 재판 직후 항소했다. 시인 안씨도 '재판부가 곡예를 하며 묘기를 부렸다. 나는 재판관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라고 비난하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했다.
"양쪽 모두 불복하리라고 예상했다. 법률은 1심·2심·3심의 심급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 안 시인의 말에 대해선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하늘의 그물은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는 못한다)이라는 노자(老子)의 말로 답하고 싶다. 법은 정정당당하게 집행돼야 한다."
―애초부터 배심원 구성에 문제가 예상되지 않았나.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에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재판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도 국민이고 국민의 눈높이와 같이 하자는 게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다. 법령은 공판 전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고, 검찰에서 반대 의견을 냈지만 피고인의 뜻을 존중해야 했다."
―선고를 미룬 뒤 '(판사)가족에게 위해(危害)를 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이 실렸다는데.
"아내가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아내가 (해당 사이트에) 요청해 삭제됐다는 말을 들었다. 매우 곤혹스러웠다. 고향이 이곳인 사람(그는 전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으로서 지역에서 유·무형의 압박을 받았다. 오늘 판결 직후부터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격려의 편지도 받았다. 재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관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어떤 압력에도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
☞전주지법 은택 판사는…
신문 기자로도 활동, 民事 조정에 뛰어나
전북 부안 출신인 은택(51) 부장판사는 전주고와 서울대 공법학과,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로도 활동했던 은 판사는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26기) 수료 후 광주지법, 수원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고법, 서울북부지법 등을 거쳐 작년 2월부터 전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은 판사는 법원 내에서 조정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이란 민사 사건에서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첫댓글 홍어 배심원들이 무죄라고 헐때는 좋아서 지랄떨더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