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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고 남다르겠습니까?
오래된 LP를 만질 때 드는 감흥은 남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학창시절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팝뮤직을 듣게 되었었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음악을 듣다가 간혹 들리는 몇 개의 단어와 제목으로 그 음악의 전체적인 뜻을 개략 유추하던 시절.
튀거나 잡음이 그 정확한 발음이나 음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대강 웅얼거릴 수만 있어도 대단한 수준의 팜뮤직 애호가로 인정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빽판' 시절을 지나 나이가 좀 들면서 다시 접하게 된 '라이센스 앨범'.
한 장 한 장 모으던 재미도 자못 쏠쏠했습니다.
그 LP 중 이런저런 사유로 두 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앨범이 있습니다.
바로 Jackson Browne의 The Load Out과 Stay가 수록되어 있는 앨범인데 1978년 공연을 그대로 녹음한 것이죠.
Side B의 마지막에 메들리로 녹음된 위 두 곡은 이 앨범이 압권이라 할 수 있죠.
공연이 끝난 뒤 텅 빈 객석을 보며 장비를 챙기고 아쉬움도 챙기면서 다음 공연장으로 가서는 또 반복되는 행태를 그린 음악인 The Load Out.
그러고는 그 음악과 이어지는 관련 가사의 Stay......
Jackson Browne의 청請에 화답을 하는 복슬강아지 머리를 한 Rosemary Butler의 환상적인 고음.
그리고 다른 관객으로 분한 David Lindley의 가성假聲.
유튜브를 통해 Live로 접한 그 음악은 과거를 일깨우기에 너무도 충분하였습니다.
이번 주말은 지리산 도장골과 마야(중봉)계곡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태풍 소식입니다.
지겹게도 올라오는 태풍입니다.
링링에 이어 이번에는 타파.
그것도 주말에 맞춰....
태풍이 올라온다는 것만 해도 신경이 쓰이는 판에 하필이면 또 주말이라니....
물론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맞아 죽을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산을 다니는 이들에게는 날씨 예보만큼 신경쓰이는 게 또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약해 놓은 안내산악회에서 지리산 산행 취소 안내문자가 날아옵니다.
"아! 어떻게 지리 도장골 산행은 이리도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일까!"
부질없는 탄식을 하고 있을 때 문자메시지 하나가 또 날아옵니다.
"오산종주 어때요?"
이제는 클래식한 루트가 되어버린 오산종주.
서울시계를 따라 형성된 불암산 ~ 수락산 ~ 사패산 ~ 도봉산 ~ 삼각산을 연계하여 진행하는 코스죠.
뭐 삼각산을 북한산이라고도 하나본데 북한산이라는 이름에서는 '왜색倭色' 냄새가 모락모락 나니 저는 의식적으로 북한산이라는 단어 대신 이끼 낀 우리 고유 이름인 삼각산을 고집합니다.
굳이 김상헌의 시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이름이라는 것이죠.
즉 이 산 주변의 절집이나 굿당의 편액이나 간판을 보더라도 하나같이 예외없이 삼각산 도선사, 삼각산 승가사, 삼각산 OO당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선조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그렇게 불리던 전통적인 우리의 이름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오늘 이 글에서 얘기하는 삼각산은 이런 취지에서 북한산 대신 쓰는 이름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어쨌든 이한검 대장님의 제안에 홀가분대장님이 동의를 하십니다.
저도 마다할 이유가 없고.....
다만 이한검 대장님이 토요일 저녁 청주로 내려가셔야 하니 3시 정도에는 하산을 완료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져야 할 것이니 목표는 5산이지만 실제는 3산 정도로 마무리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무리할 필요없이 즐기며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태풍으로 인한 비가 내리기라도 한다면 그 거리는 더 단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코스의 진행도 불수사도삼이 아닌 삼도사수불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들머리는 불광동 대호아파트 부근이 될 것이니 불광역 5번 출구에서 23:00에 만나기로 합니다.
지도 #1
22:00
집을 나옵니다.
석수역으로 가서는 1호선을 타고 2호선의 신도림 ~ 합정 그리고 6호선의 불광 노선을 이용합니다.
23:30
김밥 한 줄을 사서는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우리는 삼각산으로, 몇몇 아줌마들은 도로 건너 '호박 나이트클럽'으로 각자 갈 길을 갑니다.
9번 출구를 지나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롯데 캐슬 아파트 단지를 지나,
삼환그린파크 빌라 옆으로 듭니다.
23:38
주거단지인 만큼 조용히 산으로 올라야겠죠.
그나저나 휴대폰 사진 촬영 앱의 '서명'란 이름을 바꾸지 않아 '지리산' 글씨가 그대로 나오는군요.
오늘은 야간산행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오래 전에 쓰던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날짜와 시간이 예전 어느 시간으로 나오는군요.
전화기에 카메라까지....
모든 게 엉망입니다.
이하 시간 표시 있는 사진은 모두 새벽에 찍은 것이라 시간은 모두 무시하셔야 합니다.
어쨌든 야간산행 준비를 마치고 탐방객 계수기를 통과합니다.
오산종주는 두 번 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이곳은 날머리였기에 야간산행에 들머리가 낯설기만 하군요.
그런 고로 오늘 길안내는 홀대장님이 맡습니다.
서울 시내 야경.
예전 1 · 21 사태때 김신조가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여기서 바라보니 서울시내가...."
그 당시는 북한의 생활 수준이 우리보다 나을 때 아닌가요?
족두리봉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곳.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그저 367.3봉으로 표기되어 있던 이곳의 원래의 이름은 시루봉이죠.
젖꼭지봉으로도 불리고...
간판의 내용인즉슨 출입을 금지하되 "①2인이상일 경우, ②음주상태가 아니면서 기상특보가 발효 중이 아니거나 눈 또는 비가 오지 않을 때 헬멧과 안전벨트 등을 착용하고 자일과 하강기를 사용할 시"는 예외적으로 허용을 하는군요.
헬멧과 자일 등을 휴대하지 않았지만 조심한다는 조건을 달아 정상을 오르기로 합니다.
백수리산과 수리봉
부항령을 지나 만나는 첫 봉우리인 백수리산은 967.3봉을 통하여 오리지널 능선으로 진행하는 루트와 사면치기를 통하는 루트 등 두 길로 갈린다. 등로는 역시 뚜렷하여 길을 잘못들을 염려는 전혀 없다.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는 백수리산은 이 부근 특유의 서체로 된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명이나 산 이름은 그냥 지어진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 의미가 있는 이름들이다. 백두산의 백(白)에 대해서 이미 얘기했다.
백(白)은 ‘하얗다’는 의미보다는 육당의 논지에 따라 ‘ᄇᆞᆰ’사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ᄇᆞᆰ’은 神, 天, 하느님, 광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산 이름 중 ‘국사봉’ 다음으로 많은 산 이름을 가진 '수리봉'의 ‘수리’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이 단어는 원래 고구려 말로 ‘제일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주변 산들보다 높은 산을 수리봉이라 불렀던 것이다. 따라서 백수리봉은 주변 산들에 비해 유별나게 ‘높고 신성한 산’이라고 보면 된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54쪽
수리봉 소고(小考)
“형. 이 수리봉이 지난 번 백수리봉의 수리봉과 같은 뜻인가?”
- 졸저 전게서 298쪽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도착하는 만월봉1280.4m에서 삼각점(연곡434)을 확인하고 큰 등산안내도도 본다. 인상적인 주목 한 그루를 보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1등급 대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응복산1360.0m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174개의 1등급삼각점 중 이게 그 하나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중에는 鷹伏山의 응이 매鷹자여서 매복산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매가 웅크린 형상이란 말인가?
이미 ‘수리’는 ‘높은 곳’ 또는 ‘맨 꼭대기’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이고 여기서 파생된 말이 ‘사라’, ‘사리’, ‘설’, ‘솔’, ‘시루’, ‘수’, ‘싸리’, ‘수락’ 등 여러 가지 형태라는 건 이미 봤다. 당연히 높은 곳을 나는 새(鳥) ‘수리’나 ‘독수리’도 여기서 나온 이름임은 자명하다. 그러니 이 수리를 한자로 표현하면서 취(鷲)자를 쓰는 건 사실 시간 문제였다. 영취산(靈鷲山), 취성산(鷲城山)이 그 가장 비근한 예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매’이다. 그리고 그 매의 한자인 응(鷹)이 응봉(鷹峰)이 된다거나 매봉이 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니 이런 이름의 산을 볼 때에는 주위 산보다 높은 곳을 일컬음이니 비약하여 ‘수리 모양’, ‘매가 많이 사는 곳’ 등의 얼토당토않은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응복산도 응봉산의 잘못된 표기이리라.
같은 취지로 위의 매복산도 매봉산 혹은 매봉의 오기이다.
- 졸저 전게서 465쪽
그 수리봉 정상의 모습입니다.
족두리봉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이나 주위의 모습은 어떨까요?
어디 한 번 봅시다.
윤곽은 제대로 보이는군요.
맨 좌측의 일명 406봉을 필두로 중앙 좌측의 향로봉과 그 우측의 비봉까지도 선명하고 그 우측의 승가봉에 이르는 이른바 비봉능선의 흐름이 명백합니다.
향로봉은 마치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삼지창에서 따와 삼지봉으로도 불리죠?
보통 저 향로봉에서 대남문이 있는 문수봉658.7m까지를 비봉능선이라고 부릅니다.
이따 그 비봉능선을 걸을 겁니다.
그 향로봉에서 이 족두리봉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탕춘대능선도 볼 수 있고....
탕춘대 하니까 연산군이 떠오르는군요.
연산군을 그가 유배당한 강화도 옆 교동도의 지명을 따서 교동주라고도 부른다고 하니 홀대장님 처가가 그 부근이라고.....
덩달선배님 처가도 교동도라고 들었는데....
그 우측의 형제봉 능선을 따르니 북악스카이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북악산길을 따라 북악산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 좌측으로 잠월봉이라고도 불리는 롯데월드타워도 보입니다.
하긴 해발 555m이니 '봉'이라 불릴 만도 합니다.
남산과 그 우측의 노고산 라인....
.................
예전 오산 종주를 할 때 의정부 방향과 양주 그리고 강북구 등의 야경에 감탄한 적은 있지만,
오늘 보는 내 고향 서울의 야경에 대해 이렇게 감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7분 정도 머무르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족두리봉을 좌측으로 돌아 진행합니다.
00:08
비봉을 따르고....
00:13
358봉을 지나면서 조금전 지나온 족두리봉을 돌아봅니다.
족두리 같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조금 이따 만나게 될 사모紗帽바위에 대응하여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00:21
지도 #1의 '가'의 곳을 지나고,
00:29
향로봉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도 #1의 '나'의 곳인데 여기서 종로구를 만나 명목상으로는 종로구와 은평구의 구계를 따라 걷게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회를 하기 때문에 종로구 땅을 밟고 걷게 됩니다.
00:30
향로봉 남쪽 사면 들머리를 지납니다.
향로봉은 사고 위험지역이므로 바로 올라갈 수는 없고...
홀대장님에 의하면 충분히 오를 수는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냥 통과하기로 합니다.
탕춘대능선으로 빠지는 삼거리를 거쳐,
00:37
향로봉을 사면치기로 오르면서 야경을 감상합니다.
보석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 보석들의 색깔 또한 알지 못하지만 그냥 한 번 불러보겠습니다.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그리고 ......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안산이 좌우로 이어져 있고 그 가운데 남산이 보이며 그 뒤로 좌로부터 청계산과 관악산이 늘어서 있군요.
적당한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예전 홀대장님이 비박을 했다던 아주 좁은 박터도 살펴봅니다.
마냥 앉아서 옛 추억만 나누고 있을 수는 없죠.
00:51
향로봉 동쪽 들머리를 지나 이제는 사모방위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리고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이 향로봉이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비봉527.m으로 표기되어 있어 이곳 사정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01:16
사실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비봉이고 그곳에 모형이긴 하지만 국보 제3호로 지정된 진흥왕순수비도 있는 곳이니 이곳이 비봉이 맞습니다.
그러니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비봉이라 표기한 곳은 이곳에서 부르는 것 같이 향로봉으로 부르는 게 맞을 것입니다.
01:07
진관사 갈림길을 지나고,
01:15
승가사 갈림길도 지납니다.
01:17
지나온 비봉.
사모紗帽바위를 지나면서,
01:26
조금 고도를 높이면,
지도 #2
01:28
승가봉이라는 정상목이 있는 봉우리로 오르게 됩니다.
살펴보면 이곳은 지도에 고도 표시도 없는 그런 봉에 불과한데 공원에서는 아래에 있는 사찰이름을 따서 승가봉이라 명명해 놨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군요.
낮이었으면 여기서 좌로 펼쳐지는 보현봉과 문수봉 그리고 그 문수봉에서 가지를 친 나한봉과 용혈, 용출봉 그리고 의상봉까지 이어지는 의상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01:35
석문石門.
여름에 이곳을 지나면 시원한 바람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었고....
이 돌문을 내려오면 이제부터는 완만한 우회 길 즉 청수동암문으로 돌아가는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위험하더라도 암릉의 묘미를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암벽길을 따를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숨을 죽이며 말을 합니다.
"오래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산행대장인 홀대장님은 단호합니다.
"내려가는 바위봉이 아니고 올라가는 곳이며 저 봉우리 깊은 곳에 가만히 앉아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올라가시죠."
협박에 못이겨....
그렇게 단 한 마디 만을 던지고는 문수봉 남부 암벽으로 붙는 홀대장님.
뚝심의 이한검 대장님은 이미 올라가고 있고....
악마들....
01:53
문수봉의 어느 자락.
이른바 '홀(가분아지)트'에서 암벽에 등을 붙이고 야경을 감상합니다.
보석 빛....
이런 저런 형상의 바위들.
그 바위들은 생각한 대로 보여주면서 이름이 붙어집니다.
아!
낮보다 밤이 좋은 이 삼각산!
"행님. 10월 말 정도 침낭 하나만 가져와서 여기서 한숨 자고 내려가죠."
"그래. 그때는 간단하게 먹을 것도 가져와야겠네."
설악의 왕관바위를 가져다 놓은 듯.....
홀대장님이나 이대장님은 이구동성으로 설악을 갖다붙이기에 바쁩니다.
"여기는 문수보살님이 지리를 계도하신 후 이곳에 들러 화엄사상을 전한 곳이어서 문수봉인 것이야!"
보현봉.....
멀리 청계산 ~ 우면산~ 관악산도 이어보고....
보석....
고양이 바위?
02:14
문수봉입니다.
행정구역면에서 본다면 이제부터 종로구를 빠져나와 성북구를 만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와 서울 성북구의 시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한편 능선 개념에서 보자면 이제 여기부터 백운대 아래에 있는 위문까지를 보통 산성주능선이라고 부릅니다.
삼각산 주릉이라는 것이죠.
삼각산의 모든 능선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물론 산줄기 개념에 의할 때 이 능선은 한북정맥의 공릉지맥에서 분기한 산줄기를 찾아야 합니다.
즉 원산경표에서는 한강봉에서 남진하여 울대고개 ~ 사패산 ~ 도봉산 ~ 444.2봉 ~ 상장능선 ~ 달현 ~ 노고산 ~ 장명산으로 진행하는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보지만 모든 산줄기를 물줄기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대한산경표에서는 한강봉에서 도봉산으로 내려오지 않고 직진하여 앵무봉 ~ 박달산 ~ 월롱산 ~ 보현산 ~ 오두봉으로 진행하는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봅니다.
그럴 경우 원산경표의 한강봉에서 장명산에 이르는 능선은 공릉천과 그 궤를 같이 하므로 공릉지맥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따 다시 보죠.
보현봉을 뒤로 하고 내려서면,
02:20
커다란 안내지도와,
구기분소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는 대남문입니다.
이 일대는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너절하고 어수선합니다.
서둘러 대남문을 빠져나옵니다.
대남문 계단을 올라,
02:32
제일 먼저 보현봉 갈림길을 지나 대성문으로 떨어집니다.
대성문의 현판 액자額子는 숙종의 어필을 집자集字한 것이라고 합니다.
너른 평상이 아주 깨끗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깐 누웠다 가기로 합니다.
눈을 뜨니 20분이 흘렀군요.
꿀잠을 잤습니다.
03:12
성곽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을 걸어 ,
보국문을 지납니다.
북한산성 7개의 암문 중 하나입니다.
낮이었다면 이 부근에 우거져 있는 산사나무와 단풍나무의 그늘을 즐기고 갈 텐데....
03:17
우측으로 지도 #2의 '다'의 곳에 있는 칼바위능선으로 갈리는 곳을 지나,
03:32
동장대를 봅니다.
시단봉591.8m 정상에 있는 이 동장대는 북한산성의 3개 장대 즉 동장대, 북장대, 남장대 중 최고의 지휘소였다고 합니다.
1915년 폭우 때 붕괴되었던 것을 1996년 11월에 새롭게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03:47
용암사가 있던 북한산대피소 옆을 지나면 용암문이 나오고,
여기서 암문을 빠져나가면 도선사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04:02
고만고만한 길을 평이하게 걸으면 좌측으로 거대한 암벽이 보입니다.
낮이었으면 그 위용을 확인할 수도 있으련만 아직은 이른 새벽입니다.
이 노적봉도 비탐구간입니다.
삼각산의 세 봉우리를 백운대와 인수봉에 이 노적봉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통설은 이 노적봉보다는 만경대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04:06
우측으로 그 만경대로 오르는 길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즉 등로는 만경대와 노적봉 사이로 나 있다는 것이죠.
04:12
우측의 백운대는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염초봉과 원효봉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좌측 아래 대동사와 상운사 불빛이 환하고....
지금 새벽 예불을 올릴 시간인가요?
지도 #3
노적봉도 보고....
04:23
드디어 백운대도 손에 잡힐 듯 합니다.
백(白)자 이름을 가진 산 이름
정상석 뒷면을 본다. ‘흰구름이 봉우리에 걸리고....’
“형. 이거 아주 웃기는데. 마치 백두산 얘기 같네. 산이 높아 사시사철 정상부가 눈에 덮여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됐다는.”
일반인들도 사실 백운산하면 흰 ‘백(白)’자에 구름 ‘운(雲)’자를 쓰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이해를 하지. 근데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형도 알잖아. 형같이 열렬한 육당 팬인 사람이.”
“ᄇᆞᆰ‘사상 얘기하려는 거야? 좀 들어보자. 사실 불함문화론에 대해서 아직 정리가 잘 안 되서 말이야.”
독립운동가로 활동을 하던 육당은 그 유명한 ‘독립선언문’ 작성으로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1921. 10. 18. 가출옥을 한다. 가출옥이란 곧 ‘회유’의 다른 말이었다. 그는 1925년 ‘불함문화론’을 내놓는다. ‘불함’이란 ‘ᄇᆞᆰ’ 즉 광명, 하늘, 신(神), 태양을 뜻하는 말이다. 육당은 단군사상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천신숭배사상 즉 ‘ᄇᆞᆰ사상’이 고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퍼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 ᄇᆞᆰ사상의 ‘ᄇᆞᆰ’의 한자어가 바로 ‘백(白)’이라는 논지다.
그러면서 이 ‘백(白)’자 계열의 땅 이름 중 가장 먼저 지목한 곳이 바로 민족의 영산 백두산인 것이다. 즉 애당초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3,000명의 무리를 데리고 내려온 곳이 바로 태백산(太白山)이고 이 태백산이 바로 백두산(白頭山)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백두산의 원래 이름은 ‘ᄇᆞᆰ뫼’나 혹은 그 비슷한 이름이 한자어가 들어오면서 ‘ᄇᆞᆰ’에 존경 혹은 우두머리의 의미를 내포한 두(頭)를 붙여 백두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래. 우리 민족의 산악숭배사상은 좀 알아줘야해. 그리고 예로부터 각 부족은 이렇게 자신들 고유의 신격화 된 산 즉 ᄇᆞᆰ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 그 부족들이 통폐합 되는 과정에서 이 ‘ᄇᆞᆰ산’ 서열의 높낮이도 결정이 됐고. 그러니 우리나라의 최고 대장인 산은 백두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물론 ‘백’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이 ‘ᄇᆞ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가 없지만 유별나게 ‘백’자 계열의 산이름이 많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거지.”
“맞아. 형. 그리고 그 ‘ᄇᆞᆰ’이 시간이 지나고 또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변하게 되었는데 ‘박’, ‘발’, ‘밭’ 등이 그 예잖아. 제천 부근에 있는 박달재의 박달재도 ‘ᄇᆞᆰ(明) + 달(高, 山) + 재(岾)의 조합이라는 것이고.”
“그래. 우리가 이 대간길을 진행하다 보면 박달령이라는 고개 이름도 많이 나와. 박달령의 다른 이름인 단목령도 보게 되고. 그러니 앞으로는 ‘박달나무가 많아서 박달령이다.’라는 말은 삼가자!”
“그럼 이 백운산의 경우는 어떤 뜻인 거야?”
“그러니까 백운(白雲)은 ‘ᄇᆞᆰᄋᆞᆫ’ 혹은 ‘ᄇᆞᆰᄋᆞᆫ애’에서 왔다고 하는 견해가 있어. 곧 천계(天界)를 뜻한다는 거지. 그게 신의 세계, 신의 산이라는 뜻에서 제사를 주관하는 사제(司祭) 즉 남자무당을 뜻하는 ‘박수’로 되기도 하였고 여러 전형(轉形)으로 백운(白雲), 백암(白巖)이 생기게 된 것이지. 그냥 간단하게 ‘신의 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 신령스런 산이라는 거지.”
- 졸저 전게서 110쪽
04:32
그러고는 위문입니다.
좌측으로는 산성매표소에서 대동사 ~ 약수암을 거쳐 올라오는 고전적인 백운대 코스입니다.
04:36
삼각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대835.6m로 오릅니다.
예전에 안 보이던 나무계단도 만들어졌고....
좌측 만경대와 우측의 노적봉.
어둠이 야속합니다.
쇠파이프를 잡고 올라서는 백운대.
시원한 새벽 바람을 맞는데.....
그런데 백운대 옆 좁은 바위 틈에 빨간 파커를 입은 사람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고 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백운대 정상에는 여지없이 태극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고...
노산 이은상이 쓰고 김충현이 쓴 통일을 기원하는 비가 세워져 있고,
그 뒤 바위 위에는 독립운동가 정재용(1886~1976) 선생의 3 · 1운동에 관련한 얘기들을 새긴 글이 있습니다.
안내문도 있고....
홀대장님.
태극기.
백운대 정상석.
인수봉.
우측의 노적봉.
그런데 좌측 만경대 위로 랜턴 불빛이 하나 보입니다.
뒤에 올아오는 분의 전언에 의하면 저 분은 저렇게 혼자 만경대를 잘 올라간다고 하시는군요.
05:26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어두우니....
위문에서 좌틀하여 내려갑니다.
05:34
그러고는 백운산장입니다.
이제 날이 완전히 밝아져 랜턴은 배낭 안에 넣습니다.
그런데 산장 안에 불이 켜져 있군요..
백운산장은 이해문씨를 시작으로 그의 손자 이영구씨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작년 9. 3. 이영구씨가 사망하면서 이 산장의 국가 귀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었죠.
당시 운영권을 그의 아들 이인덕 씨에게 수계될 것인지 아니면 2017. 5.으로 만료된 기부체납 약정으로 국가귀속으로 마무리 됐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할 즈음 젊은 남녀 십 여명이 헉헉 거리며 올라와 의자에 벌러덩 눕는군요.
번듯하게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까지 제대로 갖춰진 젊은이들이더군요.
그러니 이렇게 이른 새벽에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겠지....
거기서 바라본 인수봉.
우측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이고.....
산장 앞에서 보는 수락산과 그 우측 뒤로 운악산과 끝의 천마산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소요산과 왕방산까지 보이는 등 왕숙지맥과 신천지맥이 명백하게 보입니다.
오늘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때문에 구름이 잔뜩 끼거나 비가 올 것으로 생각해 조망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뭔가 조짐이 이상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얘기입니다.
혹시나 구름이 저렇게 높이 형성이 되어 있어 조망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거 아닌가!
05:55
수덕암 뒤로 붉은 기운이 올라오는군요.
06:02
경찰구조대를 지나 하루재 고개입니다.
이제 하나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분들은 사실 대단히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이런 시간에 벌써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백운대 매표소에서 이곳까지 적어도 30분 정도의 거리이니 버스 종점부터 따지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 아니겠습니까?
좌틀하여 영봉으로 오릅니다.
06:16
와!!!
이럴 수가!
영봉에서 조망한 삼각산.
여기서 보자면 삼각산은 인수봉, 만경대 그리고 백운대로 이루어진 산 맞습니다.
인수봉에 살짝 가려 있기는 하지만 백운대도 보이고 우측으로 숨은벽 일부까지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날씨가 깔끔해도 되는 겁니까?
중앙에 한북정맥(대한산경표에 의할 때 공릉지맥)의 노고산487m.
정상에 보이던 텅 빈 군부대 건물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다 정리가 된 것일까요?
그 우측으로 중앙에 뾰족한 봉우리가 공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백운대 정상에서 조망할 때 훤하게 보이던 꾀꼬리봉이라고도 불리는 개명산559.9m.
개명산 라인 즉 한북정맥 우측 뒤로 감악산이 높이 솟아 있고...
좌측 뒤로는 미수복지구인 북한의 개성에 있는 송악산 라인입니다.
바로 임진북예성남정맥이라는 것이죠.
곧 갈 수 있을 것 같더니만 또 멀어지고....
이렇게 보니까 더 깨끗하고 확실하군요.
앞줄이 원산경표의 한북정맥(대한산경표로는 공릉지맥)의 상장능선이고 뒷줄은 아까 본 바와 같고.....
진달래 능선 뒤로 청계산 ~ 광교산 ~ 백운산 라인이 부드럽게 흐르듯이 보이고....
그 좌측으로는 중앙에 잠월봉(롯데월드타워)이 우뚝하니 그 뒤로 보이는 두 개의 쌍둥이 같은 봉우리가 탄천지맥에서 벗어난나기는 했지만 태(화산)백(마산)종주 코스로 알려진 태화산641m과 정광산579m이 되겠군요.
그 좌측으로 앞줄이 검단산536n이 있는 남한산성 라인 즉 탄천지맥이며 그 사이로 경안지맥의 앵자봉670m까지도 희미하게나마 그 윤곽을 살필 수 있군요.
그 탄천지맥의 좌측 끝에 우뚝하게 솟은 것이 백운산에서 볼 때 정상이 훤하던 바로 용문산1157m이고, 그 좌측으로 앞줄에 용마산과 아차산이 보이니 그 줄기가 바로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중랑지맥입니다.
뜻하지 않게 선선한 날씨 속에서 이런 그림을 볼 수 있다니....
셋이 이구동성으로 환호를 지릅니다.
그 좌측을 봅니다.
탄천지맥에서 벗어난 하남의 검단산58m이 한강으로 맥을 잠기고 있는 그 좌측으로는 예봉산과 운길산이 왕숙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이 잠기는 왕숙지맥이며...
물론 그 앞줄에 낮게 깔려 흐르는 줄기는 중랑지맥이고....
홀로 외롭게 솟아 있는 봉화산160m도 여기서는 볼 수 있군요.
수락산과 불암산.
저렇게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중랑지맥이 불암산을 지나면서 비산비야를 지나 힘겹게 진행하다 망우고개를 지나 용마산에 오르면서 마지막 용트림을 하다 한강으로 잠기게 되겠죠.
조금 더 왼쪽으로....
수락산 뒤로 천마산의 왕숙지맥.
수락산 좌측 뒤가 용암산에서 분기한 퇴뫼산 라인.
저 단맥이 국립수목원과 포병부대가 있어 우회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군요.
그 단맥의 끝은 퇴계원 역이죠.
수락산.
수락산도 수리봉에서 온 이름입니다.
수락산, 설악산, 써리봉, 매봉, 응봉, 시루봉, 증취봉, 수리봉, 싸리재....
06:24
의정부 민락동 신시가지.
부용산 뒤로 한북정맥이 고도를 낮추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운악산 왼쪽으로 보이는 게 명지산인가요 화악산인가요?
현장에서 볼 때에는 안테나가 보이는 게 화악산 같았었는데 사진으로 보니까 구분이 명확하질 않습니다.
5분 동안 이렇게 조망을 즐기다 자리를 뜹니다.
한검대장님 曰.
"도저히 진행이 안 되겠네요. 오늘 축복 받은 날이긴 하지만 오산은 글렀고 사패산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겠네요."
홀대장님 曰,
"이래서 삼각산과 도봉산을 이어 작은 설악산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죠.
어디서 이런 곳을 볼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조망이 막히지 않은 이상 불수사도삼이라는 오상 종주는 애당초 불가능했을 겁니다.
발목을 붙드는 조망을 이기고 나갈 자신감이나 뻔뻔함이 우리같은 이에게는 처음부터 기대가능성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북진을 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도봉산이 보이기 시작할 텐데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또 얼마나 시간을 까먹어야 할 지....
06:32
503.4봉을 지납니다.
거기서 바라본 수락산.
그리고 그 뒤의 운악산.
아!
앞줄 좌측의 한북정맥(대한산경표 상으로는 공릉지맥)의 545.6봉의 상장능선.
그 뒤로 좌측 558봉을 필두로 오봉이 줄지어 서 있고....
오봉능선 우측으로 용어천계곡을 지나 도봉산의 자운봉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자운봉 우측이 회룡역 지나 수락산 가는길.
또 다시....
억새와 청계산.
06:43
육모정 가는 길.
이제 한숨을 쉽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어디 숨 쉴 틈이나 있었겠습니까?
06:54
아!
또....
바로 아래 명상의 집과 성불사가 보이고 그 우측 뒷 라인이 이따 오를 우이암능선입니다.
여기서 산꾼이라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이 있습니다.
자운봉에서 내려오는 정맥(공릉지맥)길은 칼바위봉 삼거리에서 좌측 오봉능선을 버리고 남동진하여 내려오다 저 우이암이 있는 542.6봉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양주시 장흥면과 서울 강북구의 시계)을 따라 내려와 우이령 옛길이 지나는 소귀고개로 떨어진 다음 거기서 바로 상장능선의 545.6봉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대부분 그 능선을 놓치고 우이동으로 떨어졌다가 옛길을 따라 오르는 것 같습니다.
주의하여야 할 곳입니다.
이따 현장에서 다시 보기로 하죠.
545.6봉 부근입니다.
저는 예전에 오산종주를 할 때 아까 얘기한 그 정맥길을 따라 소귀고개로 떨어진 다음 저 545.6봉에서 남진하여,
07:06
바로 이곳 육모정고개(지도 #3의 '라'의 곳)에서 다시 오산종주길에 합류하였었습니다.
물을 건너지 않겠다는 산줄기꾼으로서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단호한 의지?
의지는 무슨 개뿔....
07:12
내려가는 길에 육모정 갈딱샘 물맛도 보고....
철책을 따라 내려가,
용덕사 안으로 내려갑니다.
바위를 이용하여 산신각은 물론 마애불까지 조성하여 놓았으니 상당히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절집 같이 보입니다.
07:32
육모정 지원센터를 나와,
07:46
제2구간 들머리를 확인한 후, 버스 종점 부근의 식당으로 가서 소맥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한 후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습니다.
08:46
거의 1시간을 소비하였군요.
05:52
우이암을 바라보며 한일교로 향합니다.
08:57
중랑천의 지천인 이 개울을 건너면서 삼각산 구간을 마치고 이제 도봉산 구간으로 듭니다.
그 들머리는 한일교 우측입니다,
드럼통 장작구이가 맛있다는 대한산장에서 좌틀하면서 이제는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지도 #4
09:14
지나온 인수봉과 만경대 그리고 백운대를 보고 진행하는데.....
공단에서는 우이암으로 직접 오르는 등로를 폐쇄하고는 원통암으로 우회하는 등로로 유도를 하는군요.
오늘은 능선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고로 공단의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되는 길.
우이암을 따르면,
10:18
원통암으로 오르게 되고....
며칠 전 오른 지리의 서산대사 원통암과 이름은 같습니다.
새로 설치한 계단.
지금 도봉산과 삼각산은 완전히 공사장입니다.
여기저기 공사를 하느라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닙니다.
저 나무뿌리를 보니 조만간 이 길도 퍠쇄하여야 할 듯......
10:33
지도 #4의 마의 곳에서 다시 능선길과 합류합니다.
이정표에서는 아예 능선길 루트를 빼버렸습니다.
자운봉....
10:44
지도 #4의 '바'의 곳입니다.
여기서 양주시와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등이 만나는 삼구봉三區峰입니다.
이곳이 오리지널 한북정맥길로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금줄을 넘으면 희미하긴 해도 소귀고개까지 길은 명백하게 나 있습니다.
한검대장님이 안내판에 야광띠지를 부착하여 두 달 정도 뒤면 이곳을 지날 해밀정맥팀을 위해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강북구를 버리고 양주시를 만나니 이제부터 양주시와 도봉구의 시계를 따라 걷습니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여전하고....
복습하지만 앞은 중랑지맥.
그 뒷줄은 천마산이 있는 왕숙지맥.
우이암牛耳巖.
10:58
보문능선 갈림길을 지나,
오봉이 한눈에 들어오는군요.
우측으로는 도봉의 주봉들이....
11:10
이 도봉 주릉에서 오봉산으로 가는 길은 우선 두 가지.
이곳에서 좌틀하여 867.1봉을 직행하는 길과 다음에 보는 제2루트 그곳입니다.
이 오봉능선 갈림길을 지나 직진합니다.
11:18
지나온 우이암 삼거리.
멀리 청계산과 백운산 그리고 우측의 관악산까지도 보입니다.
하여간 오늘 날씨 하나 만큼은 끝내줍니다.
지리를 버리고 이곳에 올 때의 안타까움이나 아쉬움이 전혀 들지 않는 오늘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그 너머에서 올라왔지만 정맥길은 거기서 우틀하여 함을 이 그림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운데 파인 곳이 소귀고개이며 그 능선을 오르면 인수봉 길을 버리고 우틀하여,
우측 상장능선을 타야 한다는 것이죠.
원경으로 볼까요.
아!
능선의 아름다움이여!
노고산까지.....
11:39
관음암 삼거리에서 좌틀한 다음 직진하여 자운봉을 따릅니다.
여기서 좌측 사면치기를 하면 오봉으로 진행하는 오봉 제2루트가 됩니다.
지도 #5
11:47
계단을 오르다 좌측을 보니,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들이 보이는군요.
홀대장님이 돌멩이꾼들의 역할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군요.
엄청난 산꾼인 홀대장님과 한검대장님.
12:00
이제 자운봉도 얼나 남지 않았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이미 12시간이 지났고....
12:09
만장봉 등을 구경하며 10분 정도 간식을 먹고 다시 일어섭니다.
바위를 오른 곳과 우회한 곳이 명백하게 보이고....
12:20
Y계곡은 일방통행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공사 때문에 진입불가.
우회합니다.
자운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다 보니,
12:31
대한산경표 상의 한북정맥이 명백하게 보이는군요.
우측 한강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이 마두령 좌측으로 흘러 441.1봉을 지나 개명산까지 이어지는 정맥길이 명백하고....
조금 더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도봉 주릉의 포대능선이 시작되는 바위봉 뒤로 장관이 펼쳐지는군요.
마두령 우측의 꾀꼬리봉387.5m은 그 앞에 높이 솟은 첼봉520.8m에 가려 보이지않는군요.
첼봉 우측으로 얼마 전 산불이 났던 한강봉474.8봉은 우측 신주고개를 지나 호명산425.1m으로 이어지고....
호명산 뒤에 높게 솟은 봉우리가 감악산674.9m.
산경학을 놓고 볼 때 저 한강봉이 갖는 의의는 상당히 큽니다.
저 한강봉에서 한북정맥이 지맥으로도 될 수 있고 정맥이라는 이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맥의 요소인 물줄기를 놓고 볼 때 한북정맥은 한강이 서해 바다를 만나는 합수점이나 울타리형 등 기본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산경표의 한북정맥을 보면 이런 요건과는 상관없이 임금이 사는 도성을 지나게 그리다 보니 저 한강봉에서 남진시켜 지금 걷고 있는 도봉 주릉을 지나 조금 전 살펴본 542.6봉 부근의 삼구봉에서 우틀하여 소귀고개 ~ 상장능선 ~ 노고산으로 진행하여 한강과는 관계도 없는 공릉천에서 잠기는 장명산에서 그 맥을 다하게끔 그린 것입니다.
명백한 오류죠.
사실은 그 정맥길은 저 한강봉에서 직진하여 마두령을 지나 개명산 ~ 월롱산을 지나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점(울타리형)인 오두산 부근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177km의 산줄기가 되는 것이고 이게 산줄기 개념과 요건에도 맞습니다.
참고도 #1
즉 위 개념도를 보면 한북정맥은 한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하나 지형적인 이유로 부득이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특히 합수점형이 아닌 울타리형으로 편입하여 정맥으로 분류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원산경표의 정맥길은 사실상의 정맥과 그 산줄기 사이에서 공릉천이 발원하는 바, 이 공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이때 이 산줄기의 이름은 물줄기의 이름을 따 공릉지맥으로 명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한강봉에서 북진하는 산줄기는 노고산 ~ 사방산 ~ 광평산을 거쳐 문산천이 임진강에 합수되는 곳에서 그 맥을 다하는 문산지맥이 되고 그 문산지맥은 스르레미 고개에서 감악산을 지나 한탄강으로 잠기는 산줄기형의 감악지맥을 가지치기 하는 곳이기도 하니 중요한 봉우리임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호명산 우측으로 불국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뒤로 마차산588.4m이 뾰족하게 나와 있으니 그 우측이,
신천 건너 소요산588m입니다.
그 소요산에서 새목고개 건너 국사봉755m과 왕방산736m이 높게 솟아 있으니 그 줄기가 신천과 한탄강의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9.2km의 신천지맥이 됩니다.
참 걷기 편한 지맥이죠.
음 드디어 우측 중앙으로 포대능선의 끝 649.1봉이 보이는군요.
그 649.1봉 뒤로 양주 고읍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649.1봉 우측이 천보산335.5m이니 그 뒤가 축석령에서 넘어온 한북정맥이 레이크우드CC를 지나 불국산으로 가는 정맥길이고...
12:45
평이한 능선길을 걷습니다.
원도봉 갈림길을 지나,
저게 해골바위?
이제 자운봉도 점점 멀어지고....
12:58
북진을 함에 따라 지나온 곳의 그림들이 조금씩 바뀝니다.
12:58
이제 649.1봉도 지척입니다.
망월사 갈림길을 지나,
13:02
649.1봉입니다.
자운봉은 이제 멀어졌고.....
13:21
지도 #5의 '아'의 곳의 회룡역 사거리를 지나,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을 편하게 걷습니다.
13:31
군삼각점도 보고....
13:33
지도 #5의 자의 곳의 범골 입구를 지납니다.
이따 이리로 다시 와서 호암사를 거쳐 회룡역 부근으로 하산을 할 것입니다.
13:44
안골 삼거리를 지나,
13:47
드디어 오늘 최종 목적지인 사패산에 오릅니다.
사패산은 賜牌山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선조가 정휘옹주에게 하사한 산이어서 사패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원래 아름이 갓바위산 혹은 삿갓산이었다고 하는 만큼 예전의 이름을 되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사료에 그런 글이 나오는지 정확하게 근거자료를 제시하든가....
어쨌든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는 만큼 여기서 총정리를 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멀리 삼각산이라는 이름을 갖기에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듯 인수봉을 앞에 내세운 뒤 좌로 만경대 그리고 우로 백운대가 보이고 염초봉과 원효능선이 보이고....
인수봉 우측으로는 이름에 걸맞게 숨은벽이 흐르고 있으며,
그 앞 우측으로 삼구봉에서 가지를 쳐 우이령 엣길을 지나 치고 올라간 상장능선이 거의 일직선으로 서진을 하고....
그 앞 도봉 주릉에서 갈라진 오봉능선의 봉우리에 돌을 얹져놓은 것들이 보이며,
앞라인 뒤가 송추계곡이겠고....
그 우측을 보니 39번 도로를 건너 상장능선에서 노고산까지....
자운봉으로 이어지는 도봉의 주릉.
이런 곳을 처음 온 것 같은 느낌!
날씨 탓입니다.
포대능선.
수락산에서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중랑지맥.
중랑지맥이 수락산.
그리고 그 뒤의 왕방지맥의 천마산.
그 뒤로 한북정맥의 운악산.
좌측 아래로 축석령으로 흐르고 있는 한북정맥.
그 능선은 좌측 아래 천보산으로 흘러 고읍지구를 자나 좌측으로 흐르고...
좌측 뒤로 신친지맥의 왕방산과 국사봉은 좌측의 소요산과 차별이 되고....
불국산과 그 뒤로 도락산 그리고 마차산.
호명산과 감악지맥 상의 감악산,
깜짝이야.
뭐야?
이 여성 동지는?
나무 뒤로 머리만 보이는 첼봉과 그 좌측의 마두령과 대한산경표 상의 한북정맥 길....
가운데 뾰족한 것이 개명산.
형제봉....
오늘 정말이지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눈을 붙인 시간은 단 20분 정도....
걸은 시간이 10시간이었다면 나머지 시간은 전부 산과 산줄기를 둘러보는데 할애를 하였으니....
사패산에서도 10분 넘게 앉아 있다가 일어납니다.
14:10
다시 되돌아 나갑니다.
이젠 무조건 하산 모드.
14:47
호암사에서 볼일도 좀 보고....
14:59
그러고는 3번 도로로 나와 샤워를 하고 회룡역에서 전철을 타고 종로3가로 나갑니다.
17:19
제 20년 단골집인 갈매기살 전문식당 고창집에서 기분 좋게 하루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야간 산행을 멋진 추억이 깃든 곳으로 안내를 해주느라 홀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픔 십자인대 파열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마무라해 주셨고.....
하여간 대단한 두 분이십니다.
오늘 27.9km의 거리를 3시간 15분 정도 걸려서 진행했습니다.
첫댓글 고생많았슴다...예전처럼 빠른시간은 이제 지나간듯~ㅠ
명산 중의 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