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제가 다니는 랭귀지 스쿨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데이비드 베컴이 유럽선수권대회 터키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사실이 수업시간 내내 화제에 올랐습니다. 강사들도 관심이 많았고 수강생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킥의 달인'이라 불리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페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던 베컴이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며 시끌시끌했습니다. 축구선수에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서로 얘기를 나눈다는 게 다소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쇼크를 받았다고 말하는 강사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 베컴이 영국의 TV 광고에 나와 럭비 공을 하늘 높이 차 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광고 영향으로 이번 페널티킥도 미끄러지며 골대 위로 차버리지 않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비록 농담이지만 선수가 실수를 하면 별게 다 이유가 됩니다.
랭귀지 스쿨 얘기가 나온 김에 좀더 얘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영국에 온 이후 가장 큰 스트레스가 영어입니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화 시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제가 지난 월드컵에 참가했다고 하니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운 눈초리로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첫 골을 넣었다고 하자 '정말?'이라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에게 지난 월드컵에서 보았던 한국의 축구와 응원문화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더군요.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한국 축구나 저에 대해 좀더 심각(?)한 질문을 해 오는데 답변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심판은 공정했는가.' '붉은 악마 응원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인가' 등의 질문입니다. 영어로 뭔가를 얘기해야 하는데 입안에서만 뱅뱅 맴돌고 표현은 안 되고…. 외국어를 배우는 많은 분들이 경험했던 일일 것입니다.
제게도 영어는 심각한 스트레스입니다. 요즘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영어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오후 5시쯤 집에 돌아와서도 식사 후에는 식구 모두가 영어 숙제 때문에 끙끙댑니다. 제가 해야하는 숙제뿐 아니라 애들도 학교에서 받아온 숙제에 매달리는 것이죠. 영어 실력이 조금 나은 아내도 돌아가며 숙제를 봐 주느라 난리법석입니다.
너무 사적인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이게 요즘 제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저처럼 뒤늦게 힘들어하지 말고 우리 선수들도 미리미리 외국어 공부를 해두기 바랍니다.
영국 셰필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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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이형이 월드컵 참가해서 첫골 넣었다고 했을때 듣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상상이 가는..^-^;;
참 존경스럽습니다. 황선홍선수. 사실 94월드컵때 온 국민에게 배터져죽도록 욕먹었으면서도 자기관리를 철저히래서 결국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죠. 이에반해 인기얻고 미래가 기대된다고 칭찬을 듣던 몇몇 우리나라의 유망주들은 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것을 보면... 역시 쓴약이 몸에 좋다는 격언이 생각나네요.
첫댓글 우호호~ 자랑스런 선홍이형! 힘내세여!
영어 숙제때문에 끙끙댄다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여..^^; 암튼 황새 황선홍 파이팅!!
한국의 첫골을 넣으신 선홍이형님을 몰라보다니 조금 아타깝네요 ㅜㅠ
참 존경스럽습니다. 황선홍선수. 사실 94월드컵때 온 국민에게 배터져죽도록 욕먹었으면서도 자기관리를 철저히래서 결국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죠. 이에반해 인기얻고 미래가 기대된다고 칭찬을 듣던 몇몇 우리나라의 유망주들은 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것을 보면... 역시 쓴약이 몸에 좋다는 격언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