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젓듯 찻잔을 젓는다
금시아
어디선가 흘러온 배 한 척,
난파선처럼 기울어진 채 정박해 있다
그림인 듯 그림자인 듯
강기슭 고요하다
빛바랜 벽에는 해바라기들 끝이 없고
오후의 생각들 창가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 졸고 있는
순장자들의 은신처 같은
후미진 강가 카페 하나
바람은 쉴 곳에서 적막하고
고인 빗방울은 고요 속으로 튕겨 나가는데
문득 외진 느티나무 그늘이거나
수소문 끝에 찾아간 어느 병실이거나
이방인의 천적들은 불협화음처럼 범람하고 있다
졸린 문을 활짝 열면 풍경들 두근거릴까
그림자가 그림자를 지우기도
또 다른 한 생명을 선물하기도 할까
카페 은신처,
눈먼 감정의 두려움과 마주 앉아
노 젓듯 빈 찻잔을 젓는다
떠도는 그리움만 세상 깊어
제목 없는 그림일기를 홀짝거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0월호 발표
금시아 시인
2014년 《시와표현》 시, 2022년 《월간문학》 동화 등단.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입술을 줍다』, 『툭,의 녹취록』, 사진시집 『금시아의 춘천詩_미훈微醺에 들다』, 단편동화집 『똥 싼 나무』,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 시평집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등을 출간.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대상( 2011), 제5회 강원문학 작품상(2022), 제16회 강원여성문학상우수상(2019), 제14회 춘천문학상(2016),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2010) 등을 수상.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카톨릭문인회, 한국여성문인회, 강원문인협회, 강원여성문학인회, 춘천여성문학인회, 강원아동문학, 춘천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