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8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의석으로 독주하라는 것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속이려고 덤벼드는 자의 간교함의 극치를 보았다. 민주당이 내리친 것은 문재인 대통령 뒤통수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정의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을 겨냥한 논평의 표현도 거침없다. 김종철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2중대 탈피”를 강조한 정의당이 더욱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다.
정의당의 이런 행보는 이미 총선 이후부터 나타났다. 민주당의 그늘에 가려 진보정당의 선명성을 잃었다는 당내 분석이 계기였다.
김종철 대표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한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연일 정부와 여당에 비판의 날을 세웠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에 화환을 보낸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면서는 민주당과의 거리를 더 벌렸다. 당시 화환을 보낸 여권 인사들에 대해 정의당이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자 친문 지지자들은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키라’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김종철 대표가 취임한 뒤엔 ‘민주당과 거리두기’가 더욱 강조됐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정의당의 존재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강조하면서 축하를 전해온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선의의 경쟁을 시작하자”고 답했다.
이같은 정의당의 행보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 상황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8~9일 이틀간 정의당이 낸 논평 9건 중 6건이 정부여당을 직접 겨냥한 논평이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민주당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야당 반대토론 등의 절차 없이 ‘기립 투표’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정의당은 즉시 정호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논평엔 공수처 출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저지하는 국민의힘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논평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과정’을 무시한 민주당에 대한 강한 비판이었다.
민주당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정의당이 선택한 문장과 단어 역시 강경했다. 의석 수로 밀어붙인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선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만 한다”고 했고, “174석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거론하면서 독주를 질타했다.
민주당 주도로 ‘전속고발권 유지’를 담은 공정거래법이 통과된 뒤엔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한 논평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를 내리친 것”이라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정부는 입찰담합과 가격담합 등 이른바 ‘경성담합’ 사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수사·기소할 수 있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무위는 8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검찰과의 권력투쟁 골몰…분별 잃어"
이에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공약을 뒤엎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이 논평에는 문 대통령의 ‘뒤통수’ 뿐 아니라 ‘민주당식 검찰개혁’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포함됐다. “(민주당이) 검찰과의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느라 사리분별을 잃은 탓에 재벌개혁의 원칙을 뒤통수 친 것”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민주당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기소권을 주면 검찰 권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입법 후퇴를 자행했다는 것이 정의당의 해석이다.
9일 논평에선 ‘법적 대응’까지 등장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부적절한 항의전화가 발단이 됐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당 대변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갑질 폭력, 즉각 사과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법사위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고 알리면서 김 의원의 전화가 모든 점에서 부당하고 부적절했다고 맹비판했다.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하는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고 ▶9분간 이어진 통화내용은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케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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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며 “법안을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고자 인질 삼아 압력을 행사했다니,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