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걷던 길은
모두 눈이 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너무 적당해서
함께한 모든 시간이
다 좋았다.
그러나 지금 ......
가슴이 아픈 것은
무엇에 찔림을 느낀 것일까?
보이지 않아서
찾을 수도 없어서......
그냥 어린애처럼
울고만 서 있을 수 밖에
아침해와 그리고
화창한 봄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싶다.
특히 오늘은 ......
양평 물소리길 4코스를 걷는다. 물소리길 4코스는 '버드나무나루께길'이다. 양평역에서 원덕역까지 남한강을 따라 걷다가 현덕교를 건너며 흑천으로 접어드는 길. 지금은 평해길 제6길 '거무내길'도 같이 이어진다.
양평역에 내려서 양평군청앞을 지나니 남한강이 마중나온다. 아침 날씨는 약간 쌀쌀하다. 강변으로 내려서서 남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옛 양근나루터 인근에 갈산공원이 조성되어있다.
갈산(葛山)공원 산책로 스피커에선 '벚꽃엔딩'이 울려퍼지고 있다. 낭만적이어야 할 이 노래가 왠지 오늘따라 멜랑꼴리(melancholy)하게 들리는 건 내 기분 탓이리라.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양평물소리길 4코스의 새로 바뀐 이정표와 리본은 공원을 지나서도 계속 제방 위의 자전거길을 따라서 평해길과 같이 가라고 하고있다. 벚꽃길 구간이지만 벚꽃은 이미 다 떨어진지 오래다.
난 트랭글의 안내대로 강변으로 내려서서 초기의 물소리길을 걷는다. 가끔은 바뀌기 전의 길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남한강변에 줄지어 선 능수버들 옆의 운치있는 오솔길을 걷노라면 늘어진 버들가지 사이로 드러난 잔잔한 강물이 왠지 심란했던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듯 하다. 이 길이 진정한 '버드나무나루께길'이다.
언젠가 아침 안개가 자욱한 몽환적인 남한강변을 걸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화창한 아침의 봄 햇살이 강물에 반짝인다. 연두빛이 싱그러운 능수버들이 늘어진 강변의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다시 제방 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제부터는 제방 위에서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새로 난 평해길 이정표가 눈에 띈다. 강 건너 언덕 위의 집들이 평화스럽게 보인다.
마침내 흑천과 남한강의 합수부에 위치한 현덕교를 건너면 물소리길 4코스 스탬프함이 있고, 길은 이제 좌측으로 흑천을 따라 이어진다.
이 곳에도 벚나무가 늘어섰는데 비록 지금은 이미 다 졌지만, 그 대신 길가엔 다양한 꽃들이 곳곳에서 저를 좀 봐 달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평일이라 자전거는 거의 지나지 않아 호젓한 길이다.
오랑캐꽃으로도 불리는 보랏빛 제비꽃은 이젠 어디에나 흔하다. 애기똥풀 노란 꽃들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꽤 보기가 좋다. 연보랏빛 현호색과 하얀 제비꽃, 노란 꽃다지도 자주 눈에 띈다.
멀리 용문산 자락이 보이고, 흑천에도 연두빛깔의 버드나무가 드문드문 서있다. 아침의 쌀쌀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낮 기온이 많이 올랐다. 흑천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간간이 부는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한때 유명세를 탄 후 이제는 평이 그닥 좋지 않은 양평해장국거리를 지나치자 트랭글에선 물소리길 4코스 뱃지 획득을 알린다. 미리 알아둔 중국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려했으나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다. 일부러 경로를 이탈해 찾아왔는데......
다행히 바로 옆에 식당이 있어 황태국으로 점심을 먹는데 다양한 밑반찬들이 맛깔나다. 양평에서 채취한 취나물이 특히 향이 진하고 맛이 좋다. 만냥이나 하는 양평해장국보다 가성비가 더 나은 듯하다. 내친김에 나물반찬에 모처럼 낮술로 지평막걸리도 한잔 곁들인다.
맛점 후에 계속해서 흑천을 따라 간다. 잘 가꾸어진 소노문양평(리조트)의 뜰을 잠시 거쳐서 나가니 물소리길 4코스 두 번째 스탬프함이 있다. 계속해서 흑천을 따라 걷는데 때마침 흑천의 건너편 철길에 경의중앙선 열차가 지나간다. 오랫만에 바라보는 정겨운 시골 풍경이다.
경기옛길 평해길 쉼터가 생겼길래 잠시 쉬어 간다. 이제 끝이 보인다. 원덕교로 흑천을 건너는데 우측에 추읍산이 가까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작년초 정상부에 화재가 있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물소리길 5코스 흑천길을 걸을 때 꼭 한번 올라가 보리라.
원덕초등학교를 지나 마침내 원덕역 앞에 이르니 경기옛길 평해길 제6길인 '거무내길' 스탬프함이 있다. 스탬프를 찍은 후 때 마침 들어오는 기차에 오른다.
오늘은 비교적 일찍 마쳤다. 용문장날의 영향인지 평일임에도 기차에 사람들이 많다. 간신히 자리에 앉는다. 피로가 몰려오고 눈꺼풀이 절로 내려온다. 걷기 좋은 멋진 길이었고, 여느 때보다도 조금 짧은 거리를 천천히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심리적인 이유 탓도 있나보다. 하지만 걷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양평역
물소리길 4코스 안내도
양평군청
행복정(幸福亭) / 저 보따리는 ?
남한강이 마중나오고 ......
잠시후 자전거길로 내려선다.
옛 양근나루터 표지석
양근나루 / 평해길 스토리보드
갈산공원 입구
갈산공원 데크길이 시작되고......
옛 양근나루터 상징 조형물
이것은 쉼터인가 포토존인가? ㅎ
갖가지 색상의 철쭉 꽃이 반겨준다.
저 곳에서 잠시 쉬어갈까나.
이 갈산(葛山) 지역엔 예전에 칡이 많았던 모양.
새로운 물소리길 이정표는 평해길과 같이 계속 직진하라 하지만, 트랭글은 예전의 물소리길을 가리킨다. 트랭글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선다.
연두빛이 싱그러운 남한강변
냉이꽃
꽃다지의 꽃말은 '무관심'
버드나무
배다리도 건너고 ......
혼자 보고 걷기 아까운 풍경이 계속된다.
잔잔한 강물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능수버들 늘어진 강변의 운치있는 오솔길
다시 제방 위의 자전거길(벚꽃길 구간)로 올라서서 걷는다.
화장실
제방위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
벚꽃길 구간의 벚꽃은 이미 다 지고 ......
쉼터
평해길 제6길 '거무내길' 이정표 / 거무내는 흑천(黑川)의 순우리말이다.
흑천과 남한강 합수부
마침내 현덕교를 건너고 ......
물소리길 4-1 스탬프함
흑천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길로 물소리길과 평해길도 함께 간다.
애기똥풀 군락
달착지근한 향이 나는 조팝나무 꽃
애기똥풀
긴병꽃풀
이젠 쉽게 볼 수 있는 제비꽃, 일명 오랑캐꽃
사자의 이빨(Dandelion), 민들레
벌써 꽃이 지고 민들레 홀씨되어 ......
냉이꽃
흑천에도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다. 멀리 용문산 자락이 보이고 .....
하얀민들레의 꽃말은 '내 사랑을 당신에게......'
양평해장국거리를 통과하고......
경기옛길 평해길 리본
흑천(黑川)의 검푸른 물빛
리조트 '소노문양평'의 뜰을 잠시 통과해보고......
물소리길 4-2 스탬프함
'소노문 양평' 리조트
유채꽃
꽃 몽우리는 콩꼬투리를 닮았고 활착 핀 꽃 모양이 특이하고 예쁜 골담초(骨擔草/Chinese Pea Tree) 이름대로 뼈와 관련된 약재로 쓰인다는데, 하지만 예쁘다고 함부로 손대면 낭패를 본다고. 장미목 콩과 식물로 가시가 있으니까. ㅎ^^
하늘 매발톱
꽃잔디
겹벚꽃
추읍산(583m)이 가까이 보이고 ......
원덕초등학교
추읍산 등산 안내도 / 안타깝게도 작년초 정상부에 화재가 있었다.
박태기나무
원덕역 / 모처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일정 종료
추읍산 등산 안내도 & 양평 물소리길 5코스 '흑천길' 안내도
평해길 제6길 '거무내길' 스탬프함 / 양평 물소리길 4코스는 끝났으나 경기옛길 제6길 거무내길은 계속해서 양평 물소리길 5코스 '흑천길'을 따라 이어진다.
※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잦은 것 같다. 엊그제 비가 왔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날이 궂더니 후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가느다란 빗줄기가 계속 떨어지고, 베란다 난간에 빗방울이 하나둘 맺힌다. 잠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봄바람이 우리의 얼어붙은 가슴을 일깨울 무렵, 어느덧 내린 봄비는 아쉬운 시간들을 몰아가고...... 그렇게 또 봄날은 속절없이 가는가.
비 없이는 온 지구가 사막이 되듯이 슬픔 없이는 사람의 가슴도 메말라 완고해지거나 거만해질 수 있다. 그러니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살다보면 누구의 인생에든 어느 정도의 비는 내리게 마련이다.' - M.L 생각 ! ^^
첫댓글 달사랑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잘 쓴 수필을 읽고 있는 느낌입니다.
글솜씨가 평민은 아니신 듯 합니다.
사진도 아주 좋구요....
그리고 저는 경기도 여주 출신인데
어떤 지명 끝에 ~~께를쓰는 것은
그 근처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양평도 여주 근처라 께를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한 여행 함께 잘 했습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구르는돌님의 글을 이해하시는 깊이와 감성이야 말로 평민을 훨씬 능가하고 계신 듯 합니다.
나루께길의 ~께 가 근처를 뜻하는군요. 식견도 역시 보통 분은 아니십니다 그려. 여주 출신이시면 여강길도 괜찮던데 걸어보셨나요? 시간 나는대로 추가 연장된 여강길도 걸어볼까 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 주시고 과분한 댓글까지 주셔서 고맙습니다. ^^
달사랑(M.L)님의 완벽에 가까운 명품후기를 오랜만에 즐감하고 갑니다. 양평 물소리길 / 경기옛길 평해길 양수겸장의 후기를.
대표사진에 물방울은 물론 은하수도 편집해 넣으시고 각종 야생화에 대한 설명도 가히 우수작입니다.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와서 멀리 심학산을 바라 보며.
그냥 생각이 가는대로 끄적여 본 보잘 것 없는 후기일 뿐입니다. 걷고나선 후기는 짧게나마 꼭 작성하고 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를 오랫만에 공개된 공간에 올려봤습니다.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양평 물소리길은 물소리 들으며 걷고, 남한강 보고 걷고 참으로 평온한 길이였습니다. 경기옛길 평해길 6코스와 동일한것을 모르고 걷기했는데, 추후 다시 걷기해야 할것 같습니다.
현재의 물소리길 4,5코스가 평해길 6코스와 같이 가지요. 강변길은 이맘때가 걷기 좋은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용문장날이면 15일에 걸으셨나요?
저도 15일에 물소리길 4,5,6 코스겸 평해길6길 걸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지역에 있었군요.
용문역앞 사람들 미어터지더군요.
한 번에 세 코스나? 4,5,6코스면 25Km가 넘는 거린데......
걸음이 무척 빠르신가보군요.
헌데 어쩐 일인지 기록은 20Km도 채 안되네요.
@달사랑(M.L) 평해길 따로 물소리길 따로 기록했어요. 28km 넘습니다.
거리와 시간은 의미없고요, 날짜 보시라고 올린겁니다.
@양똥이
아, 그러셨군요.
한 번에 약 29Km나 대단하십니다.^^
뒤따라가는 저에게 유용한 후기글 감사합니다.
아, 그러신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면 다행입니다. 이제 물소리길은 6코스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죽산님은 요즘 평해길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동행하고 싶지만 제 발목상태가 요즘 10Km 내외가 한계라 ......
고맙습니다.^^
2년전 다녀온곳이라 후기를 보면서
잠시 그때를 추억해봅니다
수고하셨어요
2년 전과는 길이 많이 변했고 더욱 좋아졌읍니다. 다시 한번 걸어보세요. 물안개님 고맙습니다.^^
뒤따라가는 님들에게
유용한 후기글~~~2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신다니 보람이 있군요.
관심과 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