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 (마태 11,25-30) 1102
죽음을 두려워 마십시오.
위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언젠가 맞이할 죽음에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이시고, 우리는 그의 자녀이며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믿고 오늘을 이미 영원으로 알고 최선에 최선을 다해 살면 마침내 주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고 세상에 오시어 몸소 인간의 죽음을 겪으셨지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서 죽음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과정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이로써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그리스도 덕분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 안에서 그분과 완전히 한 몸이 되어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희망을 누리게 됩니다’
교회는 ‘은총 가운데에서 죽은 이는 더 이상 정화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하느님의 품인 천국에 들어가고, 은총의 상태에서 죽었으나 정화가 필요한 이는 그 정화가 끝난 뒤에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믿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래서 지상을 순례하는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기념하는 성찬례를 봉헌하며 기도를 바칩니다. 서로 통공하는 그리스도의 모든 지체 사이에서 다른 지체에 영신적 도움을 주는 기도는 다른 지체에 희망과 위로를 줍니다’(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 안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지금 여기서부터 이미 천상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편한 쉼이 아니라 자기 힘에 알맞으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쉼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힘들고 어려운 모든 이에게 그 쉼을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30). 하시는 예수님의 위로를 받는 것은 하루의 생활을 봉헌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계명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멍에는 틀림없이 우리에게 위로와 기쁨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엘리지오 성인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주님이 정하신 때에 죽기를 원한다. 이는 죽음으로써 만이 하늘에 계신 그리운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당당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의 기회들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편히 쉬게 하신다.’고 약속하심이 우리에게는 큰 위로요, 희망입니다. “죽음은 고통스러운 길이지만 보이지 않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성 안눈시아따). 우리는 부활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죽음이 없이 부활은 있을 수 없으니 죽음은 부활의 문을 여는 출발점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직 주님의 뜻대로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할 수 있음을 기뻐합시다. 오늘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날이면서도 나의 죽음을 통해 주어질 천상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사람들은 언짢은 죽음을 두려워하나 언짢은 삶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이 새롭습니다. 오늘 여기서부터 하늘의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오늘의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여러분의 삶의 자리를 천국으로 만드시길 빕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해 지는 곳과 해 뜨는 곳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 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어느 인디언 기도).
첫댓글 칼 하인리히 블로흐의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 1875년, 캔버스에 유채, 78x57cm, 호럽스 교회, 로더러프, 스웨덴.
블로흐가 1875년에 그린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는 스웨덴 남부 작은 도시 로더러프(Loderup)에 있는 호럽스 교회(Horups Kyrka)의 중앙제단화이다. 예수님께서 두 팔을 벌려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장면이다. 바위 위에 서 계신 예수님께서는 두 팔을 벌려 교회로 오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신다. 그분의 후광은 푸른 하늘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그분은 세상의 빛으로 하늘에서 오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순백의 옷을 입고 있고, 그분 망토의 끝은 금색 테두리로 값지게 장식되어 있다. 그분은 영광과 기쁨과 안식에로 사람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아멘. 감사합니다 💕
자기 힘에 알맞으면서도 보람있는 일을 하는것이 쉼입니다. 아멘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