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 - 詩:(宵火)고은영♣
어딘가에 현존하는
널 향한
나의 수로를 열고
전생을 떠올려 보는
우리의 사랑은
지금처럼 만남이 없이도
아마도 흐르는 강물처럼
고요히 흘러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와의 사랑이
지상에 남은 마지막
사랑이길 바라고
너는 나를
네가 머무는 우주에
최초의 사랑이길
희망하는지 모르기에
너를 원하는 내 소원마다
발효를 부추기는
푸른 곰팡이는
밤꽃 향기를 풍기며
계절과 상관없이 피고
두꺼운 부피의 갈증을 부른다
전생이나 이 생애도
우리 만남은 어긋난 채
보고픈 마음도 이미 견딜 만하고
어느 영화의 접속처럼
또 다시 너와 나
벽과 벽 사이
아니면 우주의 안과 바깥으로
그렇게 우리는 서로 등을 맞대고
잠잠이 강물로 흐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