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대한 타인의 조언은 잘 구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관계란 나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경험치, 감정, 대화, 미세한 반응 하나 하나가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라
어떠한 이도 다른 이가 가진 관계를 완벽히 알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겠죠.
그래서 혼자 생각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내가 살아온 그리고 생각해온 틀에서 벗어나기란 참 어렵더군요.
아랑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물론 공부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생각'을 하는 분들이라
감히 쪽팔림을 무릅쓰고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합니다.
서두는 길었는데, 내용은 별 게 없습니다.
'엄마에게서 자꾸 도망치려는 내'가 그저 싸가지가 없는건지
아니면 나름 말 되는 이유라 용서가 되는 건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저희 엄마는 정말 사랑이 많으십니다. 예쁘기도 하고요. 여린 소녀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걱정이 정말 많으십니다. 비오는 날에는 소금장수아들을 걱정하고, 날이 좋으면 우산장수아들을 걱정했던 어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고 삽니다.
설령 제가 아침을 못 먹으면 따라다니면서 먹여주려하고,
날씨가 추우면 나가기전 5분에 한번씩 걱정을 하시죠. 날이 좋아도 걱정, 추워도 걱정, 일 하러 가도 걱정, 공부 한다해도 걱정.
그런데 사실 이건 저만의 특별한 케이스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 주위엔 무심한 어머니를 둔 친구들이 많아서 다르게 느껴지지만.
제가 진짜 고민인 건 이제부터입니다. 엄마는 당신이 힘들게 살아오신 것 때문에 항상 딸들이 곱게 편하게 살길 원하세요.
남자를 만나더라도 곱게 자란 사람을 만나서 고생 않고 살아야 한다 매번 역설하시죠.
근데 중요한 건 저희가 편하기 위해서 엄마가 무언가를 항상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어딜가더라도 '내가 데려다줄게, 너무 힘들잖아' '엄마가 데리러갈까? 너무 힘들잖아'
밖에서 친구분들 잘 만나고 계시다가 저 집에 있으면 밥 주러 꼭 들르시고, 정말 모든 걸 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엄마가 힘들잖아. 제발 막 그렇게 우리 때문에 자신을 push하지 마요'라고 말하면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기뻐. 내가 좋아서 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위에서 언급한 '엄마가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두 번째, 내가 약해지는 게 두려우니까.
이 두 번째 이유 때문에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했고, 제가 힘들게 안 해드리려고
더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약해지는 게 두려우니까?
- 제가 언론인을 꿈꾸고 난 뒤부터입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이..
20년 훌쩍 넘게 내가 너무 평범하게 혹은 너무 곱게 자라와서 생각의 폭이 참 좁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자라온 범위 만큼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서, 언론인으로서 어쩌면 가장 중요할 자세일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외국도 나가보고, 사람도 가리지 않고 만나보고요.
참 좋았습니다. 시야도 넓어졌고, 생각도 깊어졌어요. 이렇게 저는 tough한 환경에 익숙해져가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며 즐길 때쯤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것이죠.
엄마는 그 전보다 더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이때부터 충돌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좀더 험한 세상에 노출되길 원했고, 그래야만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그걸 염려하셨고, 자꾸만 '편하게, 쉽게 가라. 내가 도와줄게' 발벗고 나서서 절 도와주려 하셨습니다.
제가 거부하면 여린 우리 엄마는 상처받고, 제가 차분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엄마는 '아니야, 그래도 편하게 사는게 최고야'라고
오히려 절 설득합니다.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당신만의 철학이므로 제가 무어라 할 수 없는 건 알지만, 전 자꾸 벗어나려고 합니다.
엄마는 그것에 서운해 하시고요.
저희 언니는 그걸 좋아합니다. 여성스럽고, 편한 거 좋아하고요. 엄마가 해주시는 거 다 받고 엄마랑도 사이가 좋고 편하게요.
근데 저는 그게 편하지 않습니다. 불편하고 싫어요. 아니 오히려 너무 편해서 무섭습니다. 제가 익숙해져가고 있거든요.
멀리 갈 땐 으레 엄마 아빠 차를 타고, 부탁하고, 점점 편해지고 있는 제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강하게 말하면 엄마가 이해하실까 시도해봤습니다.
음, 사실 무례했던 거 같기도 하네요. (이제 차 태워주지마. 안 탈거야. 엄마 때문에 약해지는 거 싫어. 그런 거 필요 없어 등등)
엄마는 상처만 받으시고 섭섭해만 하십니다. 저도 엄마를 너무 사랑하니까 자꾸 마음은 아프고, 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이게 옳은 거라는 생각만 들고요.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까지 쓴 얘기로 마무리하고
여러분들의 의견,생각,충고,욕(?) 어느 것이든 듣고 싶습니다.
부디 철 없을지 모르는 고민에 진심어린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완전 제 얘긴 줄 알았어요. 저희 엄마 보는 듯 해서요. 저희 엄마도 그래요. 어떻게든 본인이 더 움직여서라도 자식인 저를 편안하게 살게 하려고 하세요. 그런데 전 그게 너무 싫어요. 몸도 안좋으신데 왜 고생을 사서 하시려는지..ㅠ 제 나름의 방법은 따로 지내는 거에요. 처음엔 걱정하시는데 나중엔 크게 신경 안쓰시더라고요. 지금은 저도 사정상 엄마랑 같이 지내지만 조만간 다시 떨어지려구요. 그거밖엔 다른 방도가 없더라고요..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해외에 있을 동안에는 오히려 엄마께서도 더 건강하고 자신을 위해서 사시는 것 같거든요. 근데 또 그것이 전화 통화로만 들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들 보고 놀랍네요. 저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니..
글쓴님의 의견에 완전 공감 ㅜㅜ. 저도 제가 나약해지는 거 아닌가 생각을 가끔합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너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으니까요....... 마음아프시겠지만, 글쓴님 인생은 글쓴님겁니다. 남은 평생 자신대로 살기 위해선, 어머님께 잠깐 상처를 드려도, 지금부터 님이 뜻하시는 바로 행동하세요! 어머님도 조금씩은 적응하지않을까요??
만약에 제가 엄마께 상처를 주는 방법을 택해서 엄마가 적응을 하신다면, 아- 그게 옳은 것일까요? 엄마니까, 엄마잖아요. 제가 '내 인생 내꺼. 엄마 인생 엄마꺼'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갑자기 울컥하네요.. 아무튼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girls be ambitous! 과보호는 '아이'를 망치죠. 너무 막 키워도 아이는 알아서 망가지지만(저처럼^^;)
세상은 쉽게 자란 사람이 넘볼 만큼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까 현모양처 될 거 아니시라면 저는 님의 '독립투쟁'을 지지하겠습니다.
역시 독립투쟁 만큼의 노력을 요하는 것이겠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와 저희 어머니도 그렇게 살았고,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서울과 대략 네 시간 거리에 살게 됐더니 엄마와 애틋해지네요...
전화로 그냥 별 뜻 없이 "집이 완전 돼지 우리야...냉장고엔 먹을 건 없고 썩어가는 것만 있어..."이런 얘기하면
요즘도 엄마는..."그럼 어떡해...엄마가 해줘야 하는데....멀어서 엄마가 가서 청소해 줄수도 없고, 먹을 것도 갖다줄 수가 없으니..."하면서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본인이 필요하단 생각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저 지저분해도 별로 안 불편하고, 먹을 거 없어도 그렇게 우울하진 않거든요. (우리의 친구 햇*과 라면이 있잖아요)
약간 편하기도 해요ㅋㅋ
물론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고도의 외로움과 우울함을 이겨내야 하지만...(아마 과잉보호 받아왔기 때문?ㅋ)
전화로 "이것 먹고 싶어, 저것 먹고 싶어"하면 "주말에 꼭 해줄게~"라고 하시기도 하고, 먼저 물어보시기도 해요.
주말에 맛있게 먹어드리면 엄마 눈에 아주 초롱초롱 불빛도 보이고^^
근데 집에 살 때는 요런 대우는 받아보지 못했어서 참 좋아요ㅋ
멀리 사니 엄마랑 손발 오그라드는 문자도 주고받고 그러네요....
아...길어지니 요점을 잊었는데, 정말 싫으시다면 집 떠나 사는 수밖에 없고...
어쨌든 일 때문에 독립하게 되는거나 결혼할 시간이 생각보다 머지 않았을텐데, 더 누려보시는 것도 좋을것같아요
대학교 이후로 엄마가 과잉보호가 심해지셨던 것 같은데...
자식이 독립할 나이가 되니 더 마음이 허전하신 탓도 있을것 같아요...
너무 쏘아붙이지 마시고, 따뜻하게 대해 드리세요.
저도 집으로 돌아가 사는 게 약간 두려울 때도 있지만, 다시 가고싶은 생각도 많아요.
멀리 살다보니 엄마도 저를 어느 정도 인격있고, 주체적인 독립가구 가장으로 인정해주시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아직도 어디 갈 때 꼭 차로 데려다준다고 고집부리십니다.
그래서 일부러 집 코앞에서 비싼 공항 리무진 타는데 같이 걸어서 배웅하시네요.
어머니의 사랑을 저희(?)가 어찌 알겠습니까....
음...저희 어머니는 좀 무심한 편이시라 이 글 보면서 약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ㅋㅋ
사견을 달자면, 글에 쓰신 대로 "이제 차 태워주지마. 안 탈거야. 엄마 때문에 약해지는 거 싫어. 그런 거 필요 없어 " 라고 말씀하셨다면 상처받지 않을 부모님이 어디 계실까요. 지금 쓰신 이 글처럼 '나는 앞으로 ~~를 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 지금보다 좀 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고 싶다.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독립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의 내 인생 전체를 위한 일이니 이해해달라' 라는 식으로 조근조근 설명하신다면 어머니도 납득하시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막 극단적으로 야그를 풀어나가신게 좀. 걸리긴해요~ 어머니가 5번 해줄까?! 하면 2번은 거절하고 3번은 수긍 그 담엔 3번 거절 2번 수긍... 나이가 들면 자식들이 품안에서 떨어져나가는게 두렵다고들 하잖아요 난 아직 건강하고 말짱한데 자식들 눈에는 그렇게 안보이나 싶기도하고 전에는 안그랬는데 쟤가 왜 저럴까 싶기도하고 엄마와 친구가 되어보세요 영화도 보고 쌰핑도 하공 -0- 밀고 당기기는 남녀사이에만 있는게 아니라 엄마와 나와에 관계에서도 잘 이용하면 좀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저희 엄마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부모 걱정 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고.. 자식이 행복한 걸 보는게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다만 최대한 엄마 신경 안쓰이게 행동하고 그런데도 해주신다는건 감사하게 받고 나중에 부모님이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으실 때 자식으로서 보답해야겠죠
지금의 엄마의 사랑이 부담스러울 순 있지만, 훗날엔 그 엄마의 사랑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님이 글 쓰신 부분 중에 엄마께서 내가 기뻐서해...라고 하신 부분이 맘에 걸리네요. 자식 돌보는게 행복이신 엄마..
그 기쁨을 너무 박탈하려하는건 또 조금 아닌 것도 같아요. 그치만 님, 엄마가 그렇게 하시려 할때마다 받으라는게 아니라, 님이 해야할 부분, 할 수 있는 부분을 엄마한테 그대로 받진 마시구요.. 스스로 열심히 하시되, 엄마의 하시려는 부분을 가끔씩은 수용하는건 어떨까요.. 절충?^^ 그리고 정중하고 겸손하게...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님의 의견을 피력해보세요..한 두번이 아니라 열번 백번..
헐. 우리엄마다;; 한번은 이런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다가 엄마가 울면서 이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엄마가 널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안해';;;; (무슨 연인 사이도 아니고;;) 암튼 저도 같이 울었지만 딸과 엄마사이는 정말 복잡미묘한 관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