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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1인 가족이 확산되고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는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인구는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수는 한 해 9만 마리. 하루 평균 약 250마리의 동물이 버려지고 있으며, 설령 구조된다고 해도 70%는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 처분을 받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역시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반려동물 인구는 점점 늘고 있는 반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은 아직 미숙한 탓이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어떤 동물을 기를 것이냐’가 아니라, ‘내가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질 수 있을 것이냐’다. 귀엽고 예쁜 생김새만 보고 덥석 데려왔다가, 결국 이런 저런 핑계들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 만약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면, 15년 이상 함께 살 마음의 준비가 먼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또 털이나 배변 문제 등 미리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비교적 수명이 짧은 햄스터나 물고기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예민한 동물이며, 거북이처럼 수명이 긴 동물들은 그만큼 오랜 책임이 따른다. 자,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먼저 나에게 어울리는 반려동물 종류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어떤 반려동물을 기를까?
반려동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개와 고양이다. 개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로,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동물이며 비교적 습성이 잘 알려져 있다. 고양이는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으나 최근 1인 가구에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려견은 활동적이고 산책을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얌전하고 산책을 즐기지 않아 혼자 사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기르곤 한다. 그러나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편견. 단지 독립적인 성향이 더 강할 뿐이니, ‘고양이는 혼자 둬도 괜찮아’라며 너무 오래 집을 비워서는 안 된다. 또 반려견을 키우려면 아파트 등에서 너무 크게 짖지 않도록 훈련하고, 산책을 자주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와 고양이는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털’이다. 개와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로, 자주 빗어주지 않으면 온 집안에 털이 날리게 된다. 옷이나 이불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알레르기다. 개, 고양이 등 동물의 털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항원 중 하나로 재채기와 콧물,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기르기 전에는 가족 모두가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스핑크스 고양이와 같이 털이 없는 품종을 기르거나 다른 동물을 알아봐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로 많이 기르는 토끼와 햄스터, 기니피그 등 설치류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만약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금붕어, 열대어 등 어류나 파충류를 추천한다. 최근에는 구피, 베타와 같은 열대어 기르기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구아나, 도마뱀, 뱀과 같은 파충류 역시 독특한 매력으로 마니아들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 관심이 있다고 해도 덜컥 키우기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반려동물 커뮤니티도 활성화 돼 있어 생소한 동물에 대한 정보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어류와 파충류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고, 이번 기사에서는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원하는 반려동물을 찾고 데려오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동물 입양하기
지난해 한 TV프로그램에서 개 공장에 대한 실태를 고발해 화제가 되었다. 펫샵에 파는 강아지들을 양산하기 위해 개들에게 발정제를 주사해 강제로 교배시키고, 1년에 여러 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혹사당하다가 개가 병에 걸리면 생매장하거나 식용으로 판다는 방송 내용에 많은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방송 이후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것이 바로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이다.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학대받으며 태어난 동물을 구매하기보다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장려하는 캠페인으로, 방송 직후 동물보호단체와 인기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사지말고입양하세요 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유기동물 입양을 홍보했다.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유기견이나 유기묘 입양이 활성화 돼있으며, 개 공장과 같은 번식장의 활성화를 방지하고 수많은 유기동물들이 더 쉽게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상업적인 목적의 동물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기동물은 병들었거나 사나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편견에 불과하다. 유기동물 대부분은 과거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으며,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애정을 받으면 겉모습은 물론 성격까지 몰라보게 달라지곤 한다. 그렇다면 유기견, 유기묘는 어디에서 분양받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이다.
'포인핸드'는 전국의 유기동물들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이다. 동물의 종류, 품종,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으며, 동물 사진은 물론 나이와 성별, 기본적인 상태가 입력돼 있어 입양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눈길이 가는 동물은 찜 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고, 앱에서 바로 전화 연결해 입양을 문의할 수도 있다. 참고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라 유기동물은 10일간 주인을 찾는 공고를 낸 뒤 입양이 가능하다. 포인핸드를 단 하루만 이용해봐도 전국에서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인핸드는 실종동물 등록하거나 실종 전단지를 만들 수 있어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도 무척 유용하다.
이 밖에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나 다양한 동물보호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입양을 주관하는 기관에 따라 입양절차가 천차만별이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개인에게 직접 분양 받는 방법이 있고, 유기동물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유기견, 유기묘 카페에 방문해보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잠깐,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무료’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간혹 무료 분양인 점을 노리고 애정이나 책임감 없이 동물들을 데려가 학대하거나 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양 시에는 일종의 책임비를 받기도 하니 기억해두자.
- 동물보호관리시스템: http://www.animal.go.kr
-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http://www.karma.or.kr
- 동물자유연대: http://www.animals.or.kr
- 강사모: http://cafe.naver.com/dogpalza
-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http://cafe.naver.com/ilovecat
- 입양카페 아름품: https://ekara.org/introduce/cafe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까?
반려견, 반려묘를 기르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려동물용품이 필요하다. 사료, 화장실 등 기본적인 용품은 첫날부터 필수적이니,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 개
① 사료
반려견을 데려오기로 했다면 먼저 사료를 구매해야 한다. 사료는 당연히 성분이 좋은 것이 좋지만, 아무리 성분이 좋은 사료라 해도 정작 반려견이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턱대고 대용량 사료를 사는 것보다는, 소분해서 판매하는 샘플용 사료를 먼저 구매해 기호성 테스트를 해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몸이 아프거나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수의사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부병이 있다면 피부병에 좋은 사료를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용과 성견용이 있는데, 생후 1년이 넘어서부터 성견용을 먹이면 된다. 이는 고양이도 마찬가지.
▲ 대한사료 도그라인, 네슬레퓨리나 프로플랜, 펫큐리안 나우
② 배변
사람에게 화장실이 필요하듯 반려견도 배변할 곳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배변판과 배변패드. 배변판은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화장실로, 이 위에 배변하면 대변은 위에 남고 소변은 배변받침에 고인다. 배변패드는 바닥에 까는 얇은 패드로, 대변은 남아있고 소변을 흡수한다. 배변판과 배변패드를 함께 쓰기도 하며, 어떤 반려견들은 밖에서만 배변을 하기 때문에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만약 밖에서 배변할 경우 대변을 담을 비닐봉투나 배변봉지는 꼭 챙길 것. 독톡 일체형 세움 배변판은 세워서 이동할 수 있어 더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다.
▲ 독톡 일체형 세움 배변판, 벨버드 크린패드(배변패드)
③ 기타용품
반려견과 산책 시 목줄 착용은 필수다. 따라서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목줄이나 하네스(몸줄)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목줄 미착용은 불법으로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되며,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채우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리드줄이 달려있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하네스도 판매되고 있어 반려견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식기도 신경 써서 구매해야 한다. 식기는 너무 높거나 낮지 않아야 하며, 쉽게 씻을 수 있는 것이 좋다. 반려견이 놀다가 식기를 걷어차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깨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 것을 구매해야 한다.
▲ 패리스독 수박 하네스, 유나이티드펫츠 PAPPY 식기
▶ 고양이
① 사료
고양이 사료는 딱딱한 건식사료와 캔 같은 습식사료가 있는데, 보통 건식사료를 먹이지만 웬만하면 습식사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물을 잘 먹지 않는 습성이 있고, 이로 인해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일 1캔’을 추천하지만, 비용이 부담된다면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조절하도록 하자. 간혹 캔이나 파우치 등 습식사료를 거부하는 고양이도 있으니, 어렸을 때부터 습식사료를 병행해 적응시켜야 한다. 또한, 습식사료는 고양이가 아플 때 가루약 등을 타 먹이기도 편하다.
▲ 로얄캐닌 인도어, 네이처스버라이어티 인스팅트, 한국마즈 쉬바
② 모래, 화장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배변 시 모래와 화장실이 필요하다. 또한, 너무 어린 경우가 아니라면 배변훈련 없이도 금방 화장실을 가린다.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최근에는 물에 녹아 변기에 버릴 수 있는 두부모래를 많이 사용한다. 화장실에 모래를 부어두면 소변이 모래에 뭉치는데, 이 뭉친 모래를 대변과 함께 변기에 버리면 된다. 화장실이 더럽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래더미나 이불에 ‘오줌테러’를 하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는 매일 수시로 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고양이 소변은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 채널펫 퀸오브샌드 두부모래, 오스타 바이오네어 고양이 화장실
③ 기타용품
고양이는 영역을 표시하고 발톱을 다듬기 위해 주변 사물을 긁는 습성이 있다. 만약 스크래쳐가 없다면 소파나 의자 등 집안 가구에 스크래칭을 하니, 미리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스크래쳐는 대부분 골판지나 끈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고양이가 쏙 들어갈 수 있게 디자인된 제품도 있다. 또한 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해서 장롱이나 냉장고 위에 올라가곤 하는데, 캣타워를 설치해주면 그 위에서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지 않아 고민이라면 고양이 정수기가 도움될 수 있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신선하고 흐르는 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 가리가리 뮤 터브 스크래쳐, 하겐 캣잇 고양이 정수기
책임감이 제일 중요하다!
이처럼 필수적인 용품 외에도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데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한 생명을 사랑하고 기꺼이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조금 모자란 것들은 배우고 갖춰나갈 수 있다. 반려동물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배워보거나 반려동물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펫코노미’라 불리는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 6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며, 반려동물 분양상담부터 장례산업에 이르는 반려동물 관련 직업도 대표적인 미래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동물이 버려지거나 학대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