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전 졸업사진을 올려보았습니다. 공평한 세상 초등학교 동기회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졸업사진 및 그 당시 사진들을 소지하고 있느냐? 라고 했다.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책을 발간하면서 선배 동문부터 막내 동문까지 졸업사진을 책에 수록하고 싶다는 총동창회장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선배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을 찾아 하는 후배들의 모교 사랑하는 마음이 감동스럽다. 잊고 있었던 사진, 얼마나 오랜만에 찾는 사진인가? 나에게도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하니 찾아 보겠다더니 이내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졸업사진과 소풍 가서 찍은 사진 몇 장 있다며 핸드폰으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은 듯 기뻤다. 사진을 보관해준 친구가 70여 년 전 세월로 되돌려주어 사진 속 그때로 돌아가 보았다. 빛바랜 흑백 사진은 나의 기억이자 대한민국 역사의 발자취이기도하다. 우리는 전쟁 중 입학했다. 모교가 있는 우리 동네 산에는 육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전쟁 끝 무렵까지 잔재한 공비들과 대치하고 있었던 때였다. 동네마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상급생들이 하급생을 데리고 줄을 지어 학교로 가서 인원 보고와 출결상황을 보고했다. 수업 중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가 방공 훈련을 했다. 운동장에 엎드려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폭탄이 터질 때 배가 땅에 닿으면 창자가 튀어나온다는 전시 유언비어도 아이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낮에는 경찰들이 조사 나오고 밤에는 공비들이 산속에 숨었다가 마을로 내려왔다. 어느 날 외딴집인 우리 집에 와서 쌀과 밥을 달라고 해서 어머니가 밥하는데 총을 겨누며 부엌을 지키던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밤이면 공비를 피해 숨어 다니시던 아버지 모습, 경제는 극도로 어려웠고 사회는 살벌하고 혼란했던 시기에 입학하여 6년을 함께한 친구들이다. 헐벗고 굶주렸던 아이들, 겨울이면 창문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얘들아, 운동장에 나가 뛰어 놀아라” 뛰어 놀면서 잠시라도 추위를 이기라는 말씀이었다. 언감생심 운동기구는 꿈도 못 꾸던 시절, 운동장 바닥에 선을 그으면 놀이터이고 돌멩이는 놀이기구였다. 몸을 부딪치며 달아나고 잡으러 가면 땀이 뻘뻘 흘렀다. 강변에는 피난민들의 돌무더기 집이 여기저기 있었다. 하교 뒤 소먹이는 아이들과 솔밭이나 강변에 소를 풀어놓고 병정놀이 숨바꼭질 소꿉놀이를 어두워질 때까지 하다가 소들이 채소밭에 들어가서 주인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초복을 갓 지난 푸른 감, 씨 추린 사과, 신 맛을 내는 덜 익은 살구, 자두를 친구들이 가지고 오면 금방 동이 났다. 잘 먹고 잘 입지도 않았던 사진 속 친구들은 전쟁과는 상관없이 밝고 순수한 아이들 표정이다. 전쟁 후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 미만이었던 나라, 외국 원조인 구호물자를 교회에서나 면소나 동사무소에서받았다. 여학생 옷이 치마저고리가 일색이었던 시절 어머니가 대구에 가셔서 구제품 스커트, 블라우스, 원피스 등 옷 몇 벌을 사 오셨다. 그 당시 보기 드문 꽃무늬 원피스를 뽐내며 학교에 입고 갔다. 시골에서 낯선 옷을 입고 간 나를 보고 어느 친구가 “네가 입은 그 옷 죽은 미국 아이들 옷이다.”라고 하며 놀려댔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학교에 입고 가지 않으려고 울었다. 원조품을 배급받기가 익숙했던 때 나도 구제품 옷을 입고 잠시나마 상처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반별로 줄을 세워 우유 배급을 했다. 보자기에 우유를 싸들고 집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환했다. 외국 원조로 나라가 운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빈국 대한민국,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운동장에는 꿈과 희망에 찬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았던 모교 교정이다.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을 넘나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외국 어디에서도 경제적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고 인정을 받는다. 뜻있는 후배들이 모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격랑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던 사진 속의 친구들이다. 백발노인에게 그때의 소년소녀의 사진을 덮어 씌워본다. 깊어진 주름살과 짙어진 백발로써 한 생 부지런히 살아왔음을 서로 입증해주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저 자랑스럽게만 느껴진다. 2020. 2. 25
초등학교5학년운동회때 찍은 사진 모두가 참석한게 아니라 옷과 화관한 삼을 돈이 없어 못 장만하는아이들은 참석하질 못했답니다. 4,5,6학년 여학생이 노들강변 춤을 추어 인근 학교 찬조출연도 하고 인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왼쪽에서 네번째 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 교복을 미리입고 있는 애가 저입니다. 한복이 아닌 옷 교복차림의 둘이가 중학교에 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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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덕분에 추억의 귀한 사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