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뀌던 시절 / 송장출16
소리만 나지 않을 뿐이지
냄새나는 방귀를 뀌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람의 일생은 탈무드의 표현을 빌려 인용하자면
한 살은 임금님: 모두가 왕을 모시듯이 달래거나 비위를 맞춘다.
두 살은 돼지: 흙탕 속을 뛰어다닌다.
열 살은 양: 웃고 떠들고 뛰어다닌다.
열여덟 살은 말: 크게 자라서 자기의 힘을 남에게 과시해보려 한다.
결혼하면 당나귀: 가정이라는 짐을 지고,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중년은 개: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구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년은 원숭이: 어린이로 되돌아가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
문제는 즉 감성적 인생관이냐 윤리적 인생관이냐에 있다.
폼생폼사처럼 내키는 대로 사는 감성적 인생관이란 공허한 것이고,
윤리적 인생관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기가 파멸할 수밖에 없다.
정주영, 박정희, 이병철은 국민들이 알아주는 영웅이다.
그러한 영웅들도 하루에 열끼 먹지 못했고 갑자기 갔다.
죽을 때 그 흔한 막걸리 1병, 여인 1명 가져가지 못했다.
필자가 판단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주일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안방에서 혼자 두부, 김치로 막걸리 한잔 마시더라도
마음 편하게 술술 넘긴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힘들게 벌지만, 아껴 쓰고 돈 꾸러가지 않는 정도의 재산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모자라는 품성과 외모
대인 접촉 시 '개새끼' 라고 욕먹지 않을 정도의 처신
축구대회 개회사 때 대략 반 정도 박수 받는 웅변 실력
충성문학 발간사를 쓴 후 항의받지 않을 정도의 문장력
각종 글을 쓸 때 댓글로 욕먹지 않을 정도의 판단력
병점 주점에서 계산 끝나고 떠날 때 깔끔 떳떳함
우리는 일생동안 숱하게 거짓말을 뱉는다.
거짓말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라고 짐작한다.
모든 생물들의 본질은 살려고 하는 의지에 거짓말이 있다.
인류의 경우에 살려는 의지가 최고의 절정에 이른다.
살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할 때 거짓말이 양념처럼 들어간다.
양념 없는 음식은 느끼하며 거짓 없는 인생은 먹먹하다.
자녀 교육 시 "공부 안하면 거지된다" 그러한 말이 거짓말이다.
자녀가 거지되고 부자되는 것은 가방끈이 아니라 인생팔자다.
본인도 마찬가지다. "빨리 죽어야지" 하면서 내심 '장수'를 바란다.
돈에 욕심없다고 하나 부자되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살려는 의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에 추하게 보이지만,
열정은 그 높이가 최고조에 오르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동해서라도 악착같이 살려는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뜨거운 열정을 신뢰하고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세월동안 인생을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 . . . . .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 . . . . .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며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절친한 사람도 가끔은 필자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굼벵이 밟다가 발바닥 베일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필자의 슬픔 때문에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 없이 지껄이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과
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화가 치밀어 유식이 출장가고 무식하면 용감했던 의미를
그러한 것을 필자가 방귀 뀌던 시절에 하나 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