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T.S 엘리엇은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지요. 대한민국 기업체 임원들에게는 12월이 잔인한 달일 겁니다. 젊음을 회사에 바치고 집에는 ‘잠시 다녀오다시피’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충성해서 ‘별’을 단 기쁨도 잠시, 해마다 연말 정기인사철이 오면 ‘보따리’ 쌀 준비를 마치고 불면의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임원으로 승승장구하려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른바 ‘오너’의 눈 밖에 나서는 안되는 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지난주 삼성전자 인사에서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을 ‘진노’하게 했던 한 임원이 ‘보따리’를 싸기는 커녕 부사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기에 ‘오너’를 화나게 하고 오히려 승진을 한 걸까요?
이야기는 2년 전인 201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들이닥칩니다.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잡고 관련 자료를 압수하러 나선 겁니다. 그런데, 보안담당 직원들이 조사관들을 가로막습니다. ‘사전 약속’이 없었다는 이윱니다. 조사관이 사무실에 들어선 건 50분이 지나서였습니다.
그 사이 사무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조사 대상자들의 컴퓨터 3대가 새 컴퓨터로 바뀌었습니다. 직원들은 조사 대상 서류들을 폐기했습니다. 심지어 책상 서랍장까지 다른 곳으로 빼돌렸습니다. 해당 부서 책임자인 김 모 상무는 몸을 피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있다가 조사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 상무님, 어디 계신가요?” “서울에 출장와 있습니다.” 회사 주변 찻집에 숨어있다 조사관들이 떠난 뒤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바꿔치운 컴퓨터에서 조사 대상 자료를 영구 삭제했습니다.
조직적인 출입 지연에 증거자료 인멸, 담당자 잠적까지... 당시 한 시민단체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문란 행위’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역시 삼성’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공정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1년이 지난 지난해 3월, 조사 방해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4억 원. 공정위는 ‘역대 최고액’이라고 했고, 참여연대는 ‘솜방망이’라고 했습니다.
공정위가 과태료 부과를 발표한지 3일 뒤 주요 언론에는 ‘이건희 회장이 진노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인용 당시 삼성 커뮤티케이션팀 부사장은 이 회장이 공정위 조사 방해 사건에 대해 ‘화를 많이 냈고 강한 질책을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김순택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윤리를 위반한 임직원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건희 회장을 진노케했고, 사장단 회의에서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대상이 된 당시 조사 방해의 주역(?)들은 회사에 누를 끼친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졌을까요? 조사 방해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 밝혀진 인물은 당시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이었던 박 모 전무입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박 전무에게 그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내린 뒤, 재심의를 거쳐 징계 수위를 더 높였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집행을 방해해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불과 1년여 만에 오히려 부사장이라는 고위 임원으로 승진을 했으니 어리둥절할 따름이지요.
박 전무만의 이야기라면 아마 과오를 덮을 만큼 능력이 탁월했으려니 하고 넘어갈 법도 합니다. 그런데, 당시 ‘서울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을 해 조사를 피하고 증거를 인멸한 김 모 상무는 어떻게 됐을까요? 김 상무는 이보다 더 빨리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전무로 발탁됐습니다. 이들 임원의 직속 상사로서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했던 홍 모 부사장 역시 곧바로 사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이쯤되면 이건희 회장이 진노를 했다거나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천명했다거나 하는 당시 보도들을 밑줄 그어가며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설마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을 한 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한국 언론이 말도 안되는 오보를 한 걸까요?
임장원(기자 메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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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용왕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또 뭐 진짜 화나게한줄 알았는데 장난까낰ㅋㅋㅋㅋ진짜 얼척이없다ㅋㅋㅋㅋㅋㅋ
으르렁 진노했다!! 너 승진 이거냐 ㅋㅋㅋㅋㅋㅋㅋ
진노했다는건언플이고 일을잘덮었다고승진됐나봐;;
3333 아아주 잘했어 능력이 뛰어나 김상무 하고 칭찬받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