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2. 20:00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못생긴 남자
언제나 대학로는 춥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의 열기는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나에게는
최고의 명약이다.
알알이 박힌 석류 속 같은 소극장들...
그 속에 감춰진 각각의 맛과 느낌들이 나는 참 좋다.
오늘도 그 반짝이는 석류알 하나를 찾아 나섰다.
먼저, 파니역의 황인영씨 1인 3역의 연기를 너무나 잘 하셨다.
인기 배우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하시는 모습이 참 이뻤다.
칼만역의 이동근님의 얼굴표정 연기 백점만점에 백점...
레떼님의 자아찾는 모습 인상적이였습니다.
레떼와 칼만역을 맡으신 차진혁, 이동근님 두 분의 세세한 감정 연기 그리고
성형할 때의 효과음에 맞춰 전율하는 몸동작 얼마나 리얼했는지
소름이 돋았다.
성실하고 유능한 레떼는 신제품을 개발하여 특허까지 받았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직접 나서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칼만에게 빼앗기고는 좌절하게 된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기에 외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스스로는 못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남자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부모님이 주신 얼굴을 이제는 볼 수 없음에도 성공을 위해서
성형을 결심한다.
성형후의 그 삶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다.
돈, 권력, 사랑
25명이나 줄을 선 여자들...
성형 성공으로 알려지자 하나 둘 늘어나는 레떼와 똑같은 얼굴들...
여기 저기 모두가 레떼.....내가 나인지? 네가 나인지?
주체성을 잃고...끝내는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성형천국인 지금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현실이 어쩌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내용도 좋고, 배우들 각기 1인 다역의 감정 변화에 금방 적응할 때
웃음보가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