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K교통 택시기사 자살사건 유서 통해 회사의 불법행위 고발 |
지난 6일 새벽, 광주 K교통 소속 택시기사 문모 씨(55세)가 회사에서 목을 매고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고, 문 씨의 자살은 회사의 불법경영이 원인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 씨(55세)는 6일 새벽 회사내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문씨는 1일, 10일간의 무단결근과 운송수입금 미납으로 해고된 바 있다.
사건 이후, 일부 언론들은 '문 씨가 카드빚과 실직으로 고민해 왔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문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 씨의 아들 문정원 씨(30세)는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카드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카드빚이 절대적인 자살동기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라며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유족 '회사의 부당경영에 따른 스트레스가 자살원인'..문씨 유서남겨
문 씨의 갑작스런 자살에 의문을 품은 가족들은 집안을 뒤지다 유서를 발견했고, 회사의 부당경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이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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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씨가 남긴 유서. ⓒ문정원 | 문씨는 유서를 통해 회사가 ▲새 차를 탈 사람 물색하여 차 값을 80만원에서 1백60만원까지 선불로 받고 잔액을 월급에서 5만2천원씩 약 16개월에서 20개월까지 공제하고 ▲가스는 회사에서 지정한 충전소 이외의 곳에서 주입하면 영수증 처리가 안 돼 기사 개인부담으로 전가하고 ▲접촉 사고로 인한 피해차량수리비와 피해자 진단비를 기사에게 전가하는 부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냥 넘기면 여러사람이 당할 것'이라며 두 아들에게 민주노총과 언론에 알려줄 것을 당부하며 '내가 죽은 뒤에 죽은 장소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말고 모든 처리를 바란다'라고 유언을 남겼다.
문정원 씨는 '아버지는 회사의 부당함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것'이라며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영업용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회사의 근본문제를 고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개설(http://cafe.daum.net/missfather)하고, 아버지 죽음과 관련된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
문 씨와 함께 이 회사에 근무했던 배 모씨는 회사가 택시기사들에게 불법적인 행위를 해왔다고 밝히며 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99년부터 올해 3월까지 근무한 배모 씨는 '타던 차량을 폐차할 때가 되면 회사에서 '새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차를 안 내준다'며 차를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또 차 값을 기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에서 지정한 가스충전소 이외의 곳에서 가스를 넣으면 영수증 처리를 안 해줘 가스비를 기사가 부담해야 한다'라며 마지못해 '50원가량 더 비싼, 회사가 지정한 충전소에서 가스를 넣는다'라고 전했다.
배 씨는 '기사들이 회사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말 할 수 없는 여건'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업용 택시기사가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7, 8년 이상 근속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 회사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부당함을 알아도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양성현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은 '개인택시면허 발급기준 중에 동일회사에서 8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택시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40%는 혼자 살고, 신용불량자가 많아 회사에 등록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 씨의 경우 등록도 되어있고, 가정도 꾸릴 정도면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문 씨의 자살은 회사의 불법경영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 사무처장은 '차량구입비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불법이며, 회사에서 법을 악용해 가스충전소와 짜고 금액을 올려받는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양 처장은 '영업용 택시회사는 전부 이런 현실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이런 불법경영은 비단 광주 K교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곽재성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조직부장은 회사의 부당행위와 관련해 '유류비를 기사에게 부담시키는 행위가 많다. 또 사고처리비를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도 많다'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 K교통 관계자는 문 씨 유서의 진위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청과 경찰서에서 내사하고 있다'라며 '답변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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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택시연맹이 지난 10월 15일 집회를 열고 악덕사업주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택시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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