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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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물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이 연일 화제다. 세월 탓도 있겠지만 영화 <화녀>때 사진을 보니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 아내를 자기 주제 파악도 못한 남편 조영남이 "못생겨서 차버렸다"고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의식하든 하지 안하든 하루에 수백 번 거울 같은 걸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한다.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은 누구나 미적인 것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못생겨서 미안하다"는 이주일이 유일하게 얼굴로 위로를 받는 사람이 조영남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확실히 남자는 능력이 외모를 커버해주는 것 같다.
1970년대 초, 조영남이 <화녀>로 데뷔해 여우주연상을 받고 스페인 영화제까지 휩쓴 윤여정을 훔쳤다. 수입은 물론 인기 면에서도 단 한 곡 <딜라일라>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하고 미8군 무대에서 엄청난 돈을 번 그의 위력은 누구에게나 갑질하고도 남을 만큼 당시로서는 대단했다. 배우든 가수든 만사 집어치우고 미국 가서 살자고 꼬드겼는지 뜬금없는 신학교 바람으로 미국비자가 필요할 때 스탬프 쾅 찍어준 게 당시 미 대사관에서 영사업무를 보던 유인호이다. 지금도 미국비자 받는다는 게 만만치 않지만 그때는 정말 백 없으면 힘들었다. 트리니티 신학대학생 조영남과 신인 여배우 윤여정은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미국 시민권자 부부 집은 적막강산. 신학생은 예수 공부 대신 수컷 행세하느라 바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마침내 미국에 와있던 장모인 윤여정의 엄마까지도 그 사실을 알게 될 정도로 심했다. 그 사건으로 어느 날 윤여정 집에 지인들이 모였다. 수컷이 한참 변명을 하고 있을 때 잠깐 어디론가 사라졌던 윤여정의 친정어머니가 커다란 냄비를 들고 방에 들어오더니 앉아있는 조영남의 머리 위에다 펄펄 끓는 물을 쏟아 부었다. 얼굴은 물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윤여정의 어머니는 그렇게 대단했고 두 사람의 관계 또한 그렇게 끝났다.
김정숙이 '미나리'로 만든 짜파구리를 준비한다는 소리가 없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윤여정의 귀국이 늦어지는 모양이다. 마침 선거후유증과 코로나 백신 문제하며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청와대 입장에선 윤여정의 수상이 K방역 수장인 자기도 일조한 쾌거로 숟가락을 얹고 싶어 안달일 텐데 너무 늦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백신은 확보한 것으로 큰 소리 쳐놓았는데 언제 얼마큼 오느냐고 자꾸 따지는 통에 골머리가 아프다. 발표한 대로 계약서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만 어영부영 반미정서 판을 만들어 내년 대선까지 끌어가려고 바이든에게 충고 좀 했기로서니 반나절도 안 되어 그들이 눈치 채고 인도에 백신을 거져 주겠다 발표했으니 어쩌랴.
봉준호가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먹던 날 <기생충>팀이 영화에 등장한 소고기 레시피 대신 김정숙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직접 만들었다는 돼지고기에다 농민들과 소상공인들 사기진작을 위해 사온 대파와 몇 가지 재료를 넣고 만들었다는 짜파게티 라면을 먹고 아주 맛있다고 덕담을 건네서였나, 기분 좋은 김정숙의 앙천대소는 온 국민이 그녀의 목젖까지 훤히 들여다보게 했다. 하필이면 그날, 국민의 사기가 아카데미 수상 때처럼 올라가야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최초의 사망자가 나오고 말았다. 소위 문재인 징크스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그날 통계는 1000명을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다른 나라보다 집단면역이 빠를 것"이라고 예견한 다음엔 아프리카 르완다를 한 끗발 앞지르는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징크스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집값은 걱정 말라. 부동산은 자신 있다"라든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정책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던 날 집값은 폭등하고 경제가 망가지는 지표를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세계로부터 재치 만점이라고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도 그놈의 짜파구리 한 번 잘못 얻어먹고 스타일을 왕창 구겼다. 통역없이 영어까지 촌철살인 조크를 뒤섞어 구사할 줄 아는 윤여정이 그런 앞뒤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재인과 정숙이가 농부들 소득증대를 위해 미나리 사서 짜파구리 해주겠다고 부르는데 서민경제 때문에 안 가기도 뭐할 거다.
그날의 청와대, 펄펄 끓는 물속에서 '미나리'가 데쳐진다. 펄펄 끓는 물만 보면 조영남이 생각난다. 이게 무슨 현상이랬더라. 윤여정은 두 아들 보란 듯이 키우느라 고생도 무지했다. 친정엄마 아니었음 윤여정의 뇌에 구멍 숭숭 뚫렸을지도 모른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돼지고기가 익어간다. 미국은 윤여정이 12년을 살아놔서 너무나 잘 안다. 미국은 중국 장깨하곤 질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 미국을 배신하고 곁눈질을 한 것은 조영남 짓거리나 다름없다. 친정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 모진 행동을 보였지만 지금은 안 계신다. 펄펄 끓는 물속에 뜨거운 김이 서린다. 어머니가 보이더니 조영남이 나타난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이 앙천대소한다. 물은 펄펄 끓고 있다. ㅠ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