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동안 동남아시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떠날때마다 그 '기록'을 만들어 놓으리라 맘 먹어 왔다지만,
하도 발도장찍기 관광이었기에 선뜻 그'기록의 첫 물꼬'가 터지지 않아 고민해 왔다.
그나마 지금 만들어 놓지않음 영영 못할듯 하여 기억을 되짚어 만들어 보련다.
*이후 나의 동기들이 그곳에 놀러가게 되면 작은 지침이 될수 있을까...하고 소망해 보며^^)
지난 10월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탄 이래로 거짐 반 년만에 다시 인천공항이다.
더욱 중요한 나의 온 가족이 내 곁에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 즈음과 비교하여 지금은 가족을 향한 미안함,허전함을 느낄 일이 없다.
그저 네 식구 모두 함께 똑같이 즐거워하면 되는 거다.
'이래야지. 앞으로는 이렇게 다녀야지'
집에서부터 조금씩 늑장을 부려 발권수속이 늦어진 덕?에
우리 네 식구의 좌석배치가 참으로 가관이다.
36A,58F,64D,75A... 넷이 사방 뿔뿔히 흩어져 앉아 가야할 판이다.
탑승 후 여승무원에게 좌석 재조정 문의를 해 놓고 보니
여승무원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옆 승객들에게 우리의 사정들을
일일히 설명하며 애를 쓰고 있다.
'내가 괜한 고생을 시키고 있구나. 담부터는 이러지 말아야겠네.'
암튼 어찌어찌하여 둘 둘이 거짐 가까이 붙어 앉아 가게 되었다.
지금부터 여섯시간을 남 서쪽으로 달려 달려 가면 더운 나라,
이름만 들어보던 그 나라들에 도착한다.
6월 마지막날이라고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기내 전석이 꽉찼다. 빈 좌석이 눈에 띄지 않는다.
왜냠 내일,7월 1일부로 항공요금이 껑충 뛰어오르니 그럴수 밖에.
큰놈,작은놈은 마냥 신기해서 복도를 왔다 갔다, 비행기 창문에 코를 박고 내다봤다...
"엄마. 진짜 신기해. 구름이 저 밑에 엄청 많아"
"그치? 지금 우리가 시속 848Km 로 지구 상공 13200feet를 달리고 있대.
지금은 대만을 지나 필리핀 쪽으로 향하고 있대."라며 기내 항로안내 모니터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 준다.
인류는 얼마나 날고 싶어해 왔던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오다가 이제는 몇시간만에 지도속 먼나라로 날아갈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고 우리는 그것에 몸을 싣고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아주 먼 예전에 아라비아의 상인들은 비단과 향신료를 배에 싣고
이 길을 항해했으리라. 다섯달, 혹은 열달동안을...
나는 그 길을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대여섯 시간만에 하늘위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폴 창이 공항에 도착.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며내 여권에는 국적표시 도장이 하나 더 찍히기 시작한다.
우리를 맞으러 온 여행사 가이드와의 미팅후 공항문을 나서면서 나를 처음 반기는 것.
바로 후끈한 열대성 밤 공기! 음 만만치 않겠군.
일행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타서 싱가폴 시내를 달리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저녘 어둠이 스며드는 차창밖의 싱가폴 시내모습- 깔끔 정돈, 그 자체이다.
이 모습은 여행 마지막날까지 내 눈에 일관되게 들어온 이 나라의 모습이었다.
간단한 나이트 투어로 <트라이쑈>와 <리버보트 탑승>을 하겠다고 한다.
트라이쑈란 일명 트라이시클,자전거 옆에 사람 둘을 태울만한 좌석을 붙여
운전자와 나란히 달리며 시내의 주요 거리를 구경하며 달리는 것이다.
나와 큰딸이 타게 된 자전거는 색다른게 많았다.
광선이 뻔쩍거리고 무엇보다 한국 최신가요가 쾅쾅 울렸다.
운전사 아쟈씨의 특별 센스와 아이디어이다.
내가 "아저씨 자전거에 탄게 럭키~예요"해 줬더니 엄청 좋아한다.
그는 구석구석 주요 건물,거리들을 내게 싱가폴식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 준다.
"여기는 차이나 타운,여기는 게이 거리,저기는 건어물 시장,저 건물은 옛날에는 국회의사당,
지금은 박물관,저 쪽은 최대의 금융가,여기는 최고의 쇼핑가...등"
"아저씨,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해 왔어요?/ 2어년/하루에 몇바퀴씩 이렇게 돌아요?대여섯번
/재밌어요?//엉./더우시겠다..
마치고 내리는 길에 팁으로 싱가폴 달러 2$를 건네주니 엄청 좋아한다.
다음은 <리버 보트>에 탈 차례.
배를 타고 싱가폴 시내를 관통하는 강(바다?)을 따라 시내 야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배 안에는 이미 '한국어 녹음'으로 나레이팅이 준비되어 있다.
주요 건물,관공서, 싱가폴의 발달사 등을 간략히 잘도 설명해 준다.
싱가폴의 유일한 상징, 머라이언 상(상체는 사자,하체는 물고기 모양의 동상)이
밤 조명을 받아 분수 사이에서 위용있게 빛나고 있다.
남편은 연신 나와 아이들 모습을 사진 찍어대느라고 경치구경은 뒷전이다.
큰 딸은 "엄마, 이게 강이야 바다야?"/둘 다/왜?/싱가폴이 바다로 둘러쌓인 쪼그만 섬나라야.
그러니 이 물은 바닷물이 잠시 들어온 거지. "
강가의 잘 정돈된 야외까페들마다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아 맥주 한잔씩을 나누며
밤 시간을 한유하고 있다.
'아! 나도 저기 앉아 맥주 마시고 싶다'
남편과 이따가 애들 재워놓고 몰래 나오자고 말을 맞춰 놓고 결국은 못 이뤘다.
(애들이 빨랑 안 자서- 지금도 그 아쉬움이...담에 가면 꼭 마셔봐야지.바로 싱가폴의 밤 기운을)
대애충~ 시내야경을 이런 식으로 구경한 후 내려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들을 챙긴 후 호텔로 향한다.
담뱃값이 소문대로 정말 비쌌다. 한 값에 우리돈 7000원. 술값도 못지않게 비싼듯 했다.
그 편의점 안에는 한국에서 날라온 '농심 컵라면'도 넉넉히 놓여 있었다.
호텔에 들어와 여장을 풀며 우리 네 식구는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며
오지 않는 잠을 재촉해야 했다.
앞으로 사흘간의 여정,그 강행군을 위하여'
남편에게 "좋치? 오길 잘했지?거봐.기양 떠나믄 된다니께~"
남편 왈 " 누가 머래?? 그러자구우~"
인생은 과정이다.
그 과정을 돌보고 챙기면 되는 거다.
'다음'이란 말은.....영원히 안 온 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