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우리회사는 근무하는 날이지만 거래선은 휴무입니다.
사우디의 큰 회사 중 절반 정도는 주 5일 근무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 회사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한 주, 또 한 번 전쟁을 치뤘습니다.
현장의 공기는 숨을 못쉴 정도로 바쁜데, 이 거래처는 우리의 안타까움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잡아서 납기를 연장하려 시도하고, 우리측에서 인정을 안해주면 납기 연장 사유에도 불구하고 우리 요청 납기를 지켜주느라 인력이 더 많이 들어가니 금전적인 보상을 해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계속 해 오는 중입니다.
여기서 원래 제 역할은 원자재 공급사, 우리회사, 발주사 등의 입장을 잘 고려하여 무리없는 생산과 거래선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생산일정 전체를 관리하는 일이건만 이곳에 온 이후로 이런 고유역할 보다는 이 거래선의 거짓말을 파악하고 무리한 요구를 관철할 수 없도록 사전에 '초전박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 발주처의 신임 매니저가 공장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 이를 기회삼아 또 말도 안되는 요구를 준바하는 감이 잡히더군요.
제가 며칠간 눈치를 주니 이 친구들 하루 전에 미리 조율을 하자고 요청을 합디다.
화요일 아침부터 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를 하여 아침에 꼽 만나야 한다기에 할 수 없이 오후 회의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공장으로 나갔지요.
이 무지막지한 인간들, 하필이면 현장에서 신경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들의 납기만 한 달 이상씩 늘려 잡은 일정표를 제시하며 예의 그 '침소봉대' 이유를 들이대더군요.
하도 기가막혀 역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이 회사의 하루 생산 능력이 300톤이 조금 안됩니다.
그런데 저에게 들이대는 일정은 하루 20톤도 안되는 생산량을 잡아놓고는 엄살을 있는 대로 부리고 있더군요.
하도 기가막혀 예전에 이 친구들이 제시했던 것들과 함께 배조를 하니 정 반대의 이유로 고집을 부리기에 한바탕 잔소리를 해 주고는 똑바로 다시 검토해서 오후에 다시 가져오라 했지요.
결국 자승자박의 거잣말을 극복하지 못한 이 녀석들, 제게 요구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는 몇가지에 대해서만 조정을 해 오더군요.
꼴도 보기 싫어서 다음날 회의 때 직접 이야기하라 하고는 요구를 철회한 부분만 접수했지요.
어제, 아침부터 분주하게 뭔가를 준비하는 듯 하더니, 이 친구들 습관대로 제게 검토할 시간 없을만한 때에 요구조건을 다시 만들어 오고는 30분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하더군요.
받아보니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들, 그러나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거짓말들로 점철된 보고서를 가져왔기에 30분 후 이야기하자는 말도 무시하고 계속 검토하는 척 하며 사전 조율 요청을 무시했습니다.
결국 본 회의가 임박해서 제게 와서는 '우리와 말을 잘 맞춰서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사장님과 발주처 매니저도 참석하는 회의 아닙니까?' 하고 부탁을 하더군요.
못들은 척 하면서 씩 웃어주고는 그대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의례적인 인사와 전반적인 상황 파악이 오가는 동안 이 친구들 죽는 소리를 하더군요.
일단은 가만히 있다가 결정적인 거짓말에서 브레이크를 거니 발주처에서 휴식을 요청하고 내부 토의에 들어갑디다.
저도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바깥에 나오니 이 친구 저를 따라와 붙들더군요.
'우리를 그렇게 밀어붙이면 어떻합니까? 말을 맞추자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그리고 뭘 밀어붙였는데?'
;아까 그 문제 말입니다.'
'이사람아 그건 당신 거짓말이잖아. 거짓말 하지 말라는게 밀어붙이는거야?'
결국 속개된 회의에서 제가 주도권을 잡고는 항목 하나 하나를 훑어가며 거짓말과 침소봉대를 밝히면서 이들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해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자기회사 사장 앞에서 x망신을 당하고, 숨을 몰아쉬며 씩씩거리더군요.
아마 토요일날 출근하면 이 황당한 친구들 또 뭔가 일을 꾸며놓고 저에게 보복을 하려 들 것 같습니다.
그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 어제 밤새도록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거싯말 한 목록을 만들어 보니 A4 용지로 몇십장의 자료가 만들어집디다.
정말 이런 생각은 하기 싫은데, 인도녀석들 하품소리까지 거짓말이고, 상대방의 선의까지 이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치려고 드는 족속들인데다가 그 사기의 피해자가 자신들이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인줄 뻔히 알면서 바보를 만들려고 작당하고 덤벼듭니다.
천성이 그런것인지, 이넘들만 특이하게 그런 넘들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결국 새벽 5시에 겨우 잠자리에 들어 10시에 일어나니 또 현장에서 회의에 참석하러 오라 하는군요.
오랫만에 소나타 뒷자석에서 푹 자면서 현장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편한 저녁도 지내고 오겠습니다.
첫댓글 고생많으시네요... 우리나라 건설기술자들 입맛에 딱 맞게 맞춰줄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인도인이라면...ㅡㅡ; 푹쉬셨다가 다시 기운내십시요 ^^
휘유... 입맛에 맞는 것은 기대도 안한답니다. 우리들끼리 '유태인을 게으르게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이 우리민족이듯이, 제다에 있는 회사를 유능한 회사로 보이게 하는 유일한 회사가 담맘에 있는 회사이다'라고 우스개를 합니다. 용호상박입지요, 네... ㅎㅎㅎ 감사합니다.^^
어제 수능 치는 날이라 우리 학교 하루 쉬고, 내일은 토요일입니다. 사막에서도 즐겁게 지내세요.
금요일이(어제) 실은 제 생일이었답니다. 현장에서 맛있는 아침, 목요일 저녁에는 생일전야 싸데기 파티, 점심때는 (오래 살라고인지...) 국수가 나왔더군요.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들 만나서 재미있게 지내다 왔습니다.
고생많습니다. 일보다 사람들 관리가 더 어렵죠?
이제는 실무보다는 주로 관리 측면의 일이 많은 시기인지라 그러려니 하며 지내고 있는데, 거짓말에는 정말 못견디겠네요.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삽니다. 좋은 교훈 많이 얻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