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혼의 수호신 - 26 여인들의 집에 쳐들어간 클라비스
민서우
- 26
다니엘과 류가 집을 나서는 그 시각 천녀의 별장. 원래는 미스테리우스의 집이지만 천녀인 리아와 같이 지내게 되었으므로 천녀의 별장이라고 명칭을 정하겠다. 그리고 다니엘이 사는 집도 유에의 별장이라고 명할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리아는 별장의 초인종을 누른 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직후 비명을 강하게 질렀다. 다행히 집 전체에 방음 장치가 되어 있어서 비명이 집을 세어나갈 불행(?)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 방음 장치는 천녀의 힘과 자신의 힘이 집 밖으로 세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스테리우스가 만들어놓은 것이다. 헌데 밖의 기력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하는 능력까지 가진 것이다.
더불어 밖에서도 안에서도 서로를 볼 수 없는 상태까지 나가버렸다. 바꿔 말하면, 밖에 누군가가 찾아와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이상은 누가 왔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호위무사의 힘은 강했다!
1층 침실에서 자고 있던 미스테리우스는 깜짝 놀라서 깨어, 침대 옆에 세워뒀던 검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뽑으며 후다닥 거실로 튀어나왔다. 오른손은 검, 왼손은 검집. 완전 전투태세다.
급히 나온 터라 두건도 안 하고, 긴 머리는 쭈뼛쭈뼛 서서 거의 사자의 갈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마마, 무슨 일입니까?”
“크, 크, 크, 크, 클라비스가 와 있어!”
“예? 마계 태자가요?”
충격에 놀라 한참을 말까지 더듬던 리아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클라비스가 이 집을 어떻게 알고? 미스테리우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인터폰에 얼굴을, 정확히 눈을 들이밀었다. 대문 너머의 클라비스도 얼굴을 확 들이밀고 있었다.
너무 들이밀어서 눈밖에 안 보이는데 목소리가 들린다.
“마마, 뭐 하고 있어? 얼른 문 좀 열어줘. 이러고 있기 창피해. 주변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응? 천녀마마, 얼른.”
“…….”
이 악마가 여긴 왜 온 거래? 상대가 정말로 마계 태자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잠이 번쩍 깬 미스테리우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늦게 검을 검집에 넣었다. 하지만 완전히 치우지는 않고 계속 왼손에 들고 있었다.
들어서는 클라비스는 홀몸이 아니었다(?). 커다란 웬 가방을 들고 들어왔던 것이다.
“뭐예요, 그 짐은!”
다시 한 번 놀라 비명을 지르듯 하는 리아와 미스테리우스. 누가 천녀와 호위무사 아니랄까봐, 아침부터 쌍나팔이다.
하지만 정작 마계의 투신태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뭐가 뭐야? 엊그제 카페에서 나도 있었잖아. 다니엘인가 뭔가 하는 유에의 위장형 녀석이, 장기임무 어쩌고 하는 걸 나도 들었지. 오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날개가 있어서 이 세계 곳곳을 좀 돌아다녔는데, 백작이라는 사람이 간다는 선테라는 나라는 이 대륙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섬에 있어. 뭐, 섬이라고 하기 뭐할 정도로 덩치가 크니까 그냥 대륙이라고 해두자고. 아무튼 난 천녀마마를 놓고 갈 유에 녀석이 천녀마마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가봤거든?”
“어딜요?”
얘기 듣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리아. 하지만 클라비스는 대답을 섞어서 계속 읊어댔다.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유에녀석이 사는 집이지! 그랬는데 아니나다를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더라구. 그래서 내가 직접 그랬지. 동생 경호는 내가 확실히 해줄 테니까, 걱정 허덜덜 말고 잘 다녀오라고. 어때? 나 잘 했지?”
“잘 하긴 뭘 잘 해요? 얼른 댁으로 가세요, 얼른!”
“에?”
얘기 다 듣고 나서야 바락바락 핏대를 세우며 클라비스를 쫓아내는 리아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무시하는 건데~!! 괜히 들였어, 괜히! 이 변태 능구렁이 아저씨가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오빠가 그랬어~? 잘 됐네, 돌아오기만 해봐, 저 죽고 나 살고야!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나가달라구요, 얼른~~~’
이렇게 속으로 열을 올리는 리아, 그리고 클라비스는-
‘짐까지 챙겨서 현관까지 들어왔는데 기껏 한다는 말이 다시 댁으로 돌아가라? 이건 경우가 아니잖아, 천녀마마~! 난 호위하러 온 건데, 도대체 왜 이래? 기껏 짐까지 싸서 온 마계의 태자한테 너무 하는 거 아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클라비스는 미간을 좁히고 뚱한 표정을 지으며 받아쳤다.
“아니, 수호격으로 왔는데 왜 쫓아내? 이게 무슨 경우야, 천녀마마?”
유에와 동갑내기인 클라비스인지라 천녀에게도 말을 막 놓고 있다. 이에 대응하듯 천녀는 존칭이다.
“호위무사만으로 충분해요! 클라비스처럼 덜 떨어진 능구렁이는 필요없어요!”
덜 떨어진 능구렁이?
클라비스는 굳은 얼굴로 미스테리우스를 바라봤다. 분명히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허나 미스테리우스는 태연하게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말했다는 증표다.
‘이런, 들켰네! 뭐,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난 보고 느낀 그대로 말한 것뿐이라고요, 마계의 태자 씨. 물론 마계에까지 알려지지는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분명히 했는데 이미 천녀의 귀에는 들어간 후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난 클라비스가 화를 내려던 순간, 미스테리우스가 들고 있는 검이 눈에 들어왔다.
띠잉- 클라비스는 머리가 다시금 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이게 뭐야, 검 아냐! 내가 적이다 이거야? 기껏 유에 녀석의 말만 듣고 왔는데 이게 웬 횡패야!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오오오오~
속으로 열을 올리던 클라비스는 드디어 막 나간다.
“너무 하는 거 아냐? 주신계의 법률을 알면서 검을 들고 나오는 이유가 뭐야! 내가 적이야? 호위를 하려 온 사람한테 너무 하는 거 아냐?”
엄밀히 말하면 적이다. 천사와 악마니까. 그래서인지 리아와 미스테리우스는 반항의 뜻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애가 탄 클라비스는 최후의 방법이라는 뜻 아래 가방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냈다.
어제인 월요일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찍은 단체사진이다.
“자! 사진 나왔어. 이거 받고 싶으면 내가 이 집에서 지내는 걸 허락해줘.”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다.
그 부탁에 리아는 크게 흔들렸다. 사진을 받고 악마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사진과 악마, 둘 다 보낼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리아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미스테리우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마. 그만하시죠. 알겠습니다, 태자. 우리 유에 태자의 뜻이니 받아들이겠습니다.”
“호여관.”
막고 서는 리아를 미스테리우스가 설득했다.
“마마. 저 혼자 같이 있는 것보다는, 악마라도 태자와 같이 있는 게 더 나을 듯 합니다. 리아마마께옵서는 천녀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마마?”
“응. 알았어. 미안해요, 클라비스. 2층에 짐 푸세요.”
보통 악마라면 걸고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클라비스는 나이 만큼 아량도 넒다. 능구렁이 클라비스는 빙긋 웃고 말았다.
“후훗. 고마워, 천녀마마.”
사진을 리아에게 건넨 클라비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짐가방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검을 방의 침대 위에 휙- 하고 던져놓은 미스테리우스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고, 리아는 사진을 바라봤다.
다니엘과 류, 리아와 미스테리우스. 혹시나 서로를 잊을까 사진을 찍었지만, 아쉽게도 다니엘과 류는 사진을 챙겨가지 못 했다.
불현듯 어제의 사진찍는 모습이 떠오른다.
“제니퍼! 사진 찍자, 사진!”
“사진? 갑자기 웬 사진?”
다니엘의 말에 되묻는 리아의 말에 같이 온 류가 대답했다.
“나와 다니엘이 내일부터 외국으로 나가니까.”
“서로를 잊으면 곤란할 거 아냐. 다녀왔는데 어? 누구세요? 서로 못 알아보면 큰일나니까. 그래서 사진이라도 찍자. 테림 형 불러와. 우린 얼른 찍고 가야 해. 클라비스 형이 사진기자라고 한 것 같은데?”
그렇게 모여 사진을 여럿 찍었다. 4명 단체 사진, 1명 개인 사진, 2명 쌍쌍 사진 등등.
“사진 잘 나왔네. 클라비스 태자, 생각보다 실력 좋은데?”
리아는 사진을 보며 빙긋 웃었다. 단순한 칭찬을 해보는 게 얼마만이던가.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의 이 덤덤함이 나중에는 그리움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서서히 러브러브모드로 들어갈 준비에
착수합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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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Star.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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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후후후.. 러브러브 모드라.. ㅋㅋㅋㅋㅋㅋㅋ 아웅~~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넘 귀엽네요.. ㅋ 중간중간 재치 있는 표현도 맘에 들구요... 흠... 이번편을 보면서 느낀건데... 약간 시나리오틱한 표현이 섞여 있더군요... 좀더 부드럽게 풀어 주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그랬나- 싶네요.^^;; 음- 부드럽게, 어떻게요??
네이~ 내일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