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mooria-35.성검 엑스칼리버
민서우
- 35
차 박사의 말을 들으며 린 옆에 선 케이는 고개를 갸웃, 옆으로 기울였다.
무슨 소리지? 하긴, 외계인인데 이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무슨 소리야?”
“성검 엑스칼리버는 아서 왕의 전속 검이야. 하지만 아서 왕이 죽은 후 다시 강물에 빠져 잠이 들었다는 설이 있었어. 그랬다가 1983년경에 다시 영국 런던의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었어. 그게 38년, 약 40년 됐지. 하지만 나도 모르고 있었어. 엑스칼리버를 다시 잡은 사람이 저 영감이었을 줄은.”
“허허허허.”
할아버지 특유의 웃음을 터트린 차 박사는 술병을 마개로 막고 가방에 넣은 뒤 빙긋 웃었다.
“역시 D.True, 천재 탐정답구나. 많이 알고 있어. 그럼 난 간다. 성검 엑스칼리버를 잘 부탁하마.”
“예? 할아버님, 연구 안 하세요?”
“40년 전에 다 했어! 그리고… 그 녀석은 40년 전에 날 만났을 때, 내가 21세기의 주인이 되기를 거부했거든. 물론 내가 녀석이 엑스칼리버였다는 걸 모르고 만난 것도 있겠지. 퇴짜 맞은 게 40년 전인데, 지금도 같은 반응이지 않겠어? 무라마사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게다.”
차 박사는 출입구를 향해 걸으며 왼손을 올려 흔들고는 공항을 나갔다. 9시를 알리는 공항 한쪽의 시계가 울리자 케이와 린은 거의 동시에 입국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3분을 기다리자 검은 양복의 네 사람이 양손에 하나씩 손잡이를 들고 입국장을 나왔다. 직감적으로 저들이 엑스칼리버를 한국까지 호송해온 관리자라는 걸, 파악한 린은 손을 살짝 올려 자신을 알렸다.
케이는 성큼 뛰어 린의 왼쪽 뒤로 섰고, 관리자들은 린이 자신들을 향해 서 있자 짧게 묻는다.
“D.True?”
“예.”
“성검 엑스칼리버,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관리자 두 명이 상자를 잡고 두 명이 뚜껑을 열었다.
오래된 검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깨끗한 하얀 색의 검집과 검신, 노란색의 검 손잡이에 양극으로 그려진 용과 호랑이가 승천하는 문양. 길이 1.5m의 그 성검의 절삭도는 요도 무라마사를 압도한다.
린은 손을 뻗어 검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자 선도의 지팡이를 잡았던 그 때처럼 새하얀 빛이 공항 전체를 감쌌다. 덕분에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을 나오던 승객들은 환함을 못 이기고 눈을 감아야 했다.
지금은 밤이다.
빛이 사라지고 난 뒤 관리자들은 상자 뚜껑을 덮으며 합창을 했다.
“성검 엑스칼리버의 두 번째 주인이 되신 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사랑 드리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성검 엑스칼리버의 검집과 검신을 함께 D.True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에 그들이 맡은 임무다. 임무를 모두 완수했으니 호텔에서 잠시 쉰 뒤에 내일 아침 바로 런던으로 돌아갈 것이다.
검을 전달받은 린은 성큼 돌아서서 입출구를 향해 걸었다. 차의 트렁크에 성검 엑스칼리버를 내려놓는 린을 보며 케이가 살짝 물었다.
“저기, 린?”
“응?”
“갈 때도 날아갈 거야?”
“조금만 참아.”
탁! 트렁크를 닫으며 말하는 린의 동문서답에 케이의 얼굴은 울상으로 변했다. 올 때처럼 하늘을 날아가겠다는 말처럼 들려왔다. 운전석에 오른 린은 다시 떨기 시작하는 케이의 다리를 슬쩍 내려보며 한숨을 쉬었다.
리니어 모터 차량을 한 번도 안 타봤니? 얘 정말 왜 이래.
“금방 가니까 조금만 참아.”
네비게이션을 통해 여전히 막혀 있는 도로 위를 본 린은 망설이지 않고 리니어모터를 가동시켰다.
“간다.”
“으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케이의 비명이 린의 양 고막을 힘차게 때린다.
1분 만에 도착한 자택 주차장에 차를 세운 린이 트렁크의 검을 꺼내는 사이, 케이는 다시금 떨리는 팔과 다리를 겨우 이끌며 차에서 내렸다.
정말 오늘 이후로는 절대적으로 조심하리라.
엑스칼리버의 검 손잡이를 잡고 트렁크를 닫은 린이 살짝 물었다.
“너 혹시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 있어?”
“없는데…… 생길 것 같아…….”
정말 생길 것 같아, 고소공포증.
한심하다는 눈빛을 지우지 않은 린은 대문에 카드를 긁고 비밀번호를 누르며 말했다.
“할 말이 없다. 얼른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하자.”
“으응.”
케이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지만 그들을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활짝 열린 식당 문을 본 린은 엑스칼리버를 들고 그대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케이도 그녀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간다.
“우리 왔어. 이제 밥 먹어?”
“응! 어서 와, 언니!”
지금의 유리의 모습, 며칠 전의 린을 꼭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식당 안은 이미 유리, 레인, 해성 그리고 김 대표가 시끌벅적 밥을 먹으며 시끄러운 상황이다. 근데 유리 쟤는 언제 일어난 거지? 중요한 점은 그들은 밥에 정신이 팔린 지라 린이 들고 있는 성검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 좀 먹어~ 너 아까 빵도 5인분이나 먹어놓고 지금 이게 넘어 가?”
“소화 끝났어.”
레인의 말에 유리는 짧게 받아치고 다시 닭볶음탕 안의 양파와 당근 등 주워 먹기 바쁘다. 식당 턱을 넘어 들어온 린과 케이는 레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빵 5인분을 혼자 다 먹었다고? 유리가?
린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어느 영상. 2개월간의 식사 모습.
“배불러요.”
“그만 먹을래.”
“겨우 몇 숟가락인데?”
“배불러요, 언니.”
유리가 한 공기도 채 안 비우고 일어날 때마다, 린은 왜 더 안 먹느냐고 따지듯 말하곤 했었다. 탐정이라는 게 머리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씩 체력을 요하기도 한다. 그렇게 돌아다니고 들어올 때면 린은 밥솥 앞을 8번은 기본으로 왕복을 했었다.
그렇게 새 모이를 먹는 마냥 적게 먹던 유리가, 빵 5인분을 해치운 것도 모자라서 지금 저렇게 더 먹고 있다고?
린은 입을 살짝 벌린 얼굴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일은 해가 북쪽에서 뜨려나?”
“…?”
요란한 가운데에 퍼진 작은 울림. 린의 한 마디에 행동을 멈춘 레인 일행 넷은 그제야 인사를 건넸다.
“왔어요, 린? 왔어요, 케이?”
“둘 다 어서 와.”
“어서 와라, 린.”
김 대표, 레인, 그리고 해성. 셋은 린과 케이를 이제 봤다.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한 수경은 입가에 묻은 밥풀을 급히 입안으로 쑤셔 넣으며 벌떡 일어났다.
“아, 미안해요!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서.”
“뭐. 좀 일찍 먹기는 했지.”
린과 케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시 30분. 확실히 일찍 먹기는 했다. 물론 그 저녁을 먹는 자리에 레인과 유리는 없었다.
“린, 케이, 두 번째 저녁은?”
해성, 첫 번째 저녁은 4시간 전에 먹은 그 저녁을 말하는 모양이다.
“안 먹어도 돼.”
린은 대답하고는 식당을 나갔다. 축 쳐져 있는 왼손에 들린 성검은 여전히 발견하지 못 한 레인들 네 명이었으니-. 조용히 넘어가고 싶던 린의 등에 꽂힌 날벼락은 케이의 한 마디였다.
“어? 기껏 갖고 왔는데 안 보여줘?”
“!”
케이 이 눈치 없는 바보 녀석! 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걸음을 멈췄다.
“뭘?”
동시에 물은 네 명의 남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린다. 그러자 보이는 린의 왼손에 들린 성검 엑스칼리버. 헌데 그 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검이다!”
“웬 거야?”
“갖고 오셨군요!”
레인과 유리의 이구동성에 이어지는 해성의 물음 그리고 수경의 외침까지. 식사 때문에 요란하던 식당 안은 말소리로 다시금 요란해졌다. 검을 보고 눈에 빛이 지나간 해성, 벌떡 일어나 린의 등을 확 떠민다.
“자자자! 식사는 일단 접고 거실로 나가자고!”
나 피곤해~~~~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밝힐 시간차를 놓친 린은 일행의 발걸음과 등에 붙은 손에 떠밀려 거실 소파에 앉게 됐다.
“성검 엑스칼리버. 6세기경 영국에 있었던 아서 왕이라는 전설 속의 왕이 들고 다녔다던 검이야. 40년 전에 차 박사가 영국에 갔다가 검을 발견했고, 박물관에 기증을 했나봐. 그리고 아까 런던을 덮친 눈사태에 박물관이 무너졌고, 급하게 이 성검만 챙겨서 일단 나한테로 보낸 거야. 보물은 보안이 철저해야만 하니까. 그리고 현재의 정식 주인은 나야.”
나름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린은 벌떡 일어나 성검을 들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이제 됐지? 잔다.”
난 얼른 씻고 자고 싶어. 피곤하다고.
Ace.Star.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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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1세기의 주인? 그럼 왕이 됬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ㅇ...
아니, 왜 그리 앞서가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