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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침 루비의 정의
함침루비라는 용어는 크랙이 많아 그대로는 보석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낮은 품질의 커런덤(적색이면 루비 적색이외에는 사파이어)에 커런덤의 굴절률과 비슷한 납유리를 크랙사이에 채워 넣음으로서 크랙이 잘 보이지 않도록 투명도를 개선시킨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감별서나 보증서에 전부 적어주기에는 분량이 많아 보석 명에는 ‘천연루비’라고 표기하지만 코멘트항목에 ‘함침루비’, ‘납유리 충전’이라는 설명을 따로 표기해주고 있다. 소비자가 그 내용을 물어왔을 때에는 위의 설명을 해주기 위한 것이다.
감별서나 감정서에 이러한 내용을 적어주는 것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감별서에는 보석명에 ‘천연루비’라고 적색으로 보기 쉽게 표기한 반면 코멘트에는 ‘lead grass impregnation(납유리충전)’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영어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해도 소비자가 영어공부를 하면서까지 보석을 구입해야 하는가?
감별서 본래의 목적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정보표시’에 있다. 이렇게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표시방법을 택하는 것은 표시의무는 하되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기 어렵도록 하려는 판매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일본보석업계의 입장
일본보석업계에서는 (사)보석감별단체협의회(AGL, 우리나라로 치면 감정인협의회)와 (사)일본주얼리협회(JJA, 우리나라로 치면 판매업중앙회)가 함침루비에 대한 표기방법을 논의한 결과 다음과 같이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 광물 명 : 천연 커런덤 + 납유리
- 표시코멘트 : 납유리 함침처리가 되어있다
- 중량표시 : 납유리 함침물질도 포함된 중량이다
위의 표기에서 볼 수 있듯이 광물 명에 ‘루비’라고 표기하지 않고 ‘천연커런덤’이라고 표기한 것은 루비라는 변종 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색으로 명도4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도4 이하의 색상일 경우에는 루비라 하지 않고 핑크사파이어 또는 보이는 색상의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과연 함침루비에 처리된 물질을 제거해도 루비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루비라는 변종 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중량항목에 ‘납유리 함침물질을 포함한 중량’이라고 한 것은 함침루비에 사용된 납 성분은 비중이 무거워 처리한 후에 실제보석의 중량보다 상당히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본보석업계의 입장은 함침루비란 보석의 조건중의 하나인 내구성에도 문제가 있고 엄밀한 의미에서 보석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판매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단체들은 감별기관에서 천연루비라고 표기한 후에 함침처리라고 표기해 주었기 때문에 판매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보석 명을 천연루비라고 표기하고 그 아래에 함침이라고 표기하거나 영어로 납유리가 충전되어있다는 표기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위의 함침처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겠는가 이다.
그리고 함침루비를 판매하려면 함침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판매해야지 천연루비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면서 판매한다는 것은 사기성이 있는 판매행위이다. 이렇게 부적절한 판매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할 업계가 오히려 함침루비를 감싸고 드려는 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함침루비’를 비롯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보석을 판매한 후에 발생되는 클레임에 대한 책임소재는 누구에게 있는가? 판매한 상품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별기관들이 아니라 판매한 소매상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한다면 소매상은 적당히 책임만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진 감별서를 판매에 이용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업계는 감정기관들과 긴밀히 논의하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표기법을 통일해야 한다. 단체들은 이렇게 통일된 표기법에 의해 감별서를 발행하는 감정기관들을 보호하고 지키지 않는 감정기관은 도태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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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침루비 과연 지금과 같이 판매해도 괜찮은 것일까?
어느 업계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보석과 같이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상품은 더욱 더 신뢰가 필요하다.
보석은 영원한 것이다. 이집트시대 또는 그 이전에 사용되었던 보석을 설사 연마가 너무 오래된 것이라 마모가 되어있어 다시 연마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중고라고 판매하지 않는다. 전승되고 계승되어나가는 것이 보석의 특성이라면 ‘함침루비’와 같이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후일이라도 소비자에게 클레임을 당할 소지가 많은 소재는 판매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보석상의 자세라 생각한다.
내가 판매하는 보석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 나중에라도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염두하고 판매해야 한다. 물론 사용 후 언젠가는 버린다는 것이 전제되는 액세서리에 사용되는 소재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석을 구입하는 소비자 중 보석을 언젠가는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가공명장이 인터뷰에서 함침루비를 ‘자갈’이라고 표현했다고 한 업계어른이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 되겠는가라고 했지만 자갈에 가까운 커런덤에 납유리를 집어넣었다고 루비라는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4. 보석업계의 단체들에게 바란다
보석업계가 매스컴의 질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매년 일어나는 연중행사와 같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업계는 매스컴에서 잘못 보도된 부분만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공문을 보낸다던가, 해명하기에만 급급하다.
이번에도 각 단체들이 방송국에 보낸 공문을 보면 다른 때와 다름이 없다. 업계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방송에 잘못 나갈 것이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매스컴의 가십성기사에는 잘못된 부분도 있고 과장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업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매스컴이 공연한 시비를 건다는 것일까? 매스컴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왜 고치지 못하는 것인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소비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을 늘어놓는 소비자는 오히려 설득할 수 있지만 말없이 외국브랜드로 떠나는 조용한 소비자들은 붙잡을 수 없다. 이렇게 매년 가십성기사로 매를 맞는다면 상당수의 소비자들을 잃게 될 것이다.
매스컴의 강도가 별로 크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그대로 지나칠 것인지, 업계의 장래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강도 높은 논의를 할 것인가는 것은 우리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단체장들의 생각여하에 달려있다. 하지만 말할 통로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해도 정말로 업계를 걱정하고 있는 많은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 국제보석학원 원장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