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적 통합?', 노대통령은 말을 더 쉽게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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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적 통합보다 우리말 바르게 쓰고 쉬운 말 하는 것이 더 중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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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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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온 국민에게 하는 말은 쉬워야 한다 지난 6일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공동체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공동체적 통합?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언 듯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노인이나 농민은 말할 거 없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대학교수도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도 그 말이 어려운 걸 아는지 친절하게 '공동체적 통합’에 대해 “내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고, 변화가 필요할 때 국민적 합의로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까지 했다. 그런데 난 그 설명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설명은 쉬워야 하는데 설명도 어렵다. 배배 꼬이고 뒤틀려서 더 어려운 것도 같다. 뒤틀린 걸 풀어가며 곰곰이 한참 생각해보니 알듯 하다. 내가 보기에 "국민끼리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두 패로 나뉘어 다투거나 미워하지 말고, 너무 자기들 욕심만 채우려고 고집부리지 말고 온 겨레와 나라가 잘 되는 길이라면 서로 양보하고 하나로 뭉치자"는 뜻으로 한 말인 거 같다.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말싸움을 하다가 힘을 다 써버리고 세월을 보내지 말자는 말인 거 같다. 혹시 내가 잘못 알아들었다면 대통령이나 그 비서, 또 다른 분이 다시 설명해주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건 대통령이나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온 국민에 하는 말은 될 수 있으면 쉬운 말로 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똑똑한 사람이나 아는 게 적은 사람이나, 어른이나 아이까지 알아듣고 대통령과 정부를 이해하고 따를 때 나라 일이 잘 되기 때문이다. 전에 대통령 연두기자 회견을 보고도 '국민에게 쉬운 말로 말하고 세종대왕 정치를 배우고 본받으면 좋겠다"고 여기저기 누리집 게시판에 쓴 일이 쓴 일이 있는데 그냥 그 타령이다. 나 같은 어린 백성의 말은 말 같지 않으니 정치인이나 청와대 비서들 귀엔 들리지 않는 거 같다. 어쩌면 정치인들에겐 비비꼬인 어려운 말투로 해야 잘 알아보는 지 모르겠다. 영국도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을 수십 년 전부터 하고 있으며, 근래에 미국 클린턴 대통령도 공문서를 쉬운 말로 쓰라고 지시한 일이 있다. 민주주의가 잘 되고 국민통합을 하려면 말부터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행담도 개발이나 시베리아 석유 개발도 좋지만 국민과 한 마음이 되려면 말이 통해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쉬운 말로 국민과 한마음이 되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영어 공용어'니 '경제 특구'니 떠드는 것보다 '우리말 살리고 바르게 하기'나 '모두 다함께 잘 살기'를 더 큰소리로 외치는 게 먼저 할 일임을 깨닫자. 박 정권이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해서 잘 살게 되었지만, 돈 많은 사람과 권력을 가진 경제인과 정치인, 특수 공무원, 운 좋은 투기꾼만 아주 잘 살고 그 보다 더 많은 보통 국민은 조금밖에 잘 살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국민이 많다. 이제 "모두 다함께 잘 살아보세"로 가야 한다. 남쪽 국민도 모두 잘 살아야 하지만 북쪽 동포도 함께 잘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 그리고 이제 힘센 나라와 그 나라말은 하늘처럼 생각하면서 제 나라와 제 나라말은 우습게 여기는 얼빠진 꼴은 버려야 할 때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들 외국말을 열심히 공부하고 잘 아는 건 좋지만, 그들의 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는 건 얼빠진 짓이다. 제 나라말은 잘 모르고 엉터리로 하면서 영어만 강조하는 건 바보짓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는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였거나 그 사람들이 지배한 나라들이다.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필리핀은 오래 전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하지만 일본이나 우리보다 못산다. 재벌이나 정치인 같은 잘 사는 몇 사람들만 더 잘 살고 쉽게 돈을 벌게 하자고 겨레 얼이 담긴 겨레말을 더럽히거나 버려선 안 된다. 간도 쓸개도 빼버린 나라나 국민이 아니라면 그 길을 가지 않을 거다. 우리 공무원들은 어렵고 뒤틀린 말을 쓰는 게 무슨 자랑이고 잘하는 거로 아는 거 같다. 서울시내 버스를 타면 "쓰레기 종량제를 정착화하자. 물의 소중함을 생활화하자"는 선전문이 있다. "쓰레기를 규정봉투에 나누어 버리자"나 "물 한 방울도 아껴 쓰자"고 하는 게 더 낫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일본말투 '--의(노)'나 '총체적'처럼 ' --적'이나 '생활화'처럼 '--화' 가 들어간 말을 만들어 쓰기 좋아하는 데, 외국말투로서 말을 더 어렵고 뒤틀리게 만드는 못된 버릇이다. 우리 법률문장은 일본 법률문장을 그대로 베낀 게 아직도 있다.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한자말에다가 토씨만 일본 가나글자를 한글로 바꾼 그대로 말이다. 그런데 이제라도 그 법률문장을 쉬운 우리말투와 한글로 바꾸자는 법을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반대하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있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단다. 일본 말투로 된 법률문장에 길들여진 자들이 우리말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남북통일을 빨리 하고, 강대국에 질질 끌려 다니기 싫다면 우리말 우리 얼을 지키고 빛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이 일은 "쉬운 말로 말하기, 우리말과 우리글자로 글 쓰기, 우리말 바로 하기"가 그 첫걸음이다. 잘 나고 많이 배운 사람만 아는 어려운 말과 외국말로 아무리 떠들어야 국민이 알아듣지 못하면 모두 헛일이다. 옛날엔 어려운 문자를 써야 유식한 사람으로 봤지만 지금은 외국말이나 어려운 한자말을 많이 섞어 쓰는 사람을 모자라는 자로 본다. 서로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글로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서로 마음이 통하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린 것이다. 대통령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그 숙제를 푼단 말인가. "공동체적 통합이 가장 중요한 숙제"가 아니라 "우리말 바르게 쓰고 쉬운 말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숙제"요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나 정치인이 일반 국민에게 말할 때 알아듣기 힘들게 어려운 말을 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요 어리석은 짓이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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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8 [02:28] ⓒ대자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