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MBC 입사 면접을 볼 때, '한국형 청춘 시트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지원의 변을 밝힌 지 4년, 2001년 3월 저는 뉴 논스톱의 연출로 입봉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1년간, 신인 연출가로서 청춘 시트콤을 만들어 오면서 느낀 몇 가지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한국이라는 방송 시장 상황에서, 청춘 시트콤을 연출하며 부닥친 문제점 몇 가지, 그리고 그 해결책에 대한 뉴 논스톱 식 접근방법입니다.
문제 1: '범람하는 청춘 시트콤, 이제 시트콤의 참신한 소재 발굴은 한계에 달했다.'
방송 3사 편성표를 살펴보면, 현재 3개 방송사에서 청춘 시트콤을 1주일에 다섯 편 씩 제작하고 있습니다. 3개 채널에서 매일 매일 대학생 청춘들이 시트콤 적인 사고를 저지르다 보니 이제 청춘 시트콤에서 참신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사건은 거의 바닥이 난 상황입니다. 고만고만한 소재로 웃기려다 보니, 상황은 더욱 과장될 수밖에 없고, 과장된 연기와 비현실적 설정으로 억지 웃음을 끌어내다 보니, 소재의 고갈은 청춘 시트콤의 전반적인 하향곡선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트콤 대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단발성 사건 사고보다는 고정 캐릭터의 창출입니다. 시트콤이 주는 웃음 중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캐릭터에서 나오니까요. 어디서 본듯한 고만고만한 사건을 다루어도, 그 사건을 다루는 주인공이 강력한 캐릭터로 무장한 인물이라면... 그래서 그 캐릭터만의 차별된 코미디가 부가된다면, 웃음의 크기도 다르겠죠?
실제로 뉴 논스톱의 방송 초기, 억지스러운 사건 사고가 주류를 이루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썰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들의 성격에 시트콤 적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코미디의 강도는 더욱 강력해 졌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방송 3개월이 되지 않은 시트콤의 시청률을 두고 결과가 나쁘다 어쩌다 하면서 조기종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트콤이란 장르의 성격상, 어느 정도 캐릭터가 자리 잡기까지는 유예기간으로 봐줘야 하니까요.)
오랜 시간 동안 차곡 차곡 쌓아온 인물들의 캐릭터 덕에 요즘 뉴 논스톱의 코미디 요소는 풍부해 졌습니다. 구리구리 왕빈대 양동근, 억척 또순이 박경림, 오바맨 조인성, 어리버리 장나라, 타조알 김영준, 푼수 정다빈, 버터 책사 정태우, 터프걸 김정화, 히스테리 김효진 등등... 차별화된 캐릭터로 풀어가는 다양한 코미디, 소재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