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찌아빠의 힘내라! 아저씨 맛집] 멸치칼국수 VS 닭칼국수, 청량리 혜성칼국수
청량리역 근처에 있는 작은 칼국수집인 ‘혜성칼국수’는 매스컴의 후광(?)에 힘 입어 맛집의 대열이 낀 음식점이 아니다. 청량리에서 30년이 훨씬 넘도록 터줏대감으로 차곡차곡 명성을 쌓아 온 집이다. 즉, 오랜시간 세월로 담굼질을 하고, 충분히 검증을 받은 집이다.
암튼, 파찌아빠는 삼악산에 갔다 오는 길에 청량리 역에서 그리 멀리 않은 혜성칼국수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난 닭칼국수.”
“나도...”
“나도...”
파찌아빠가 닭칼국수를 먹겠다고 하니 파찌아빠와 동행한 이들도 모두 닭칼국수를 주문한다. 사실 혜성칼국수의 얼굴마담은 멸치칼국수이란다. 혜성칼국수를 찾은 이들 열 중 일곱, 여덟은 멸치칼국수를 먹는다. 남들이야 어찌 먹던 간에 파찌아빠는 멸치칼국수보단 닭칼국수가 좋다.
요즘은 이집, 저집 가릴 것 없이 대개가 바지락 칼국수 아니면 해물칼국수를 내놓는 통에 예전엔 흔했던 사골칼국수나 닭칼국수를 찾아 먹기가 힘들어 졌다. 그나마 멸치칼국수는 사정이 좀 나아 시장통에 가면 구석에 숨어있는 멸치칼국수집을 찾아낼 수 있거나 아니면 집에서 맑은 멸치국물을 우려 소면이라도 삶아 먹어 주면 되기 때문에 파찌아빠는 닭칼국수가 메뉴에 있는 집에선 거진 닭칼국수를 먹어주는 편이다.(파찌아빠 개인적 취향이니 가타부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손님이 줄을 잇는 토요일 저녁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하고 10여분을 기다리고서야 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를 한번에 왕창 끓여 놓고 나눠 퍼 주는 것이 아니라 매번 주문을 받고서야 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하는 시스템 덕분으로 늘 집에서 만들어 먹는 듯한 칼국수를 손님 상에 낼 수 있었던 거다. 심지어는 여지껏 연탄불로 칼국수를 끓여 낸다고 한다.
두겹의 스텐레스 그릇에 가득 담아져 나온 닭칼국수는 기름이 동동 뜬 맑은 닭국물 빛깔일 것이라는 파찌아빠의 기대와는 달리 약간 거무튀튀한 빛을 띠고 있었다. 면발도 보통의 칼국수 면발보다 두께가 도톰한 국수가락은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져 있어 기계면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민 후 돌돌 말아 썰어 낼 때 맨 가생이 쪽에 생기는 반원 모양의 넓적한 국수가락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순수한 닭칼국수만을 한 입 먹어 보았다. 역시나 거무튀튀한 빛깔스럽게 약간 짭조름한 맛이 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단백, 구수한 맛이 입에 붙었다. 이번엔 매운양념을 넣고 먹어 보았다. 조금 전 보다는 개운한 맛이 도드라졌다. 이번엔 명동칼국수풍의 매운 겉절이 김치가 아닌 잘 익은 김치와 함께 칼국수를 먹어 보았다. 닭국물의 맛을 고스란히 음미하기 위해 따로 후추가루를 더 넣어 주지는 않았다.오동통한 면발은 적당히 쫄깃 거렸고, 국물은 몽글몽글 걸죽했다..
“어휴~ 양이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게 말야...”
“그나저나 이 집은 멸치칼국수가 얼굴마담이라는데 못 먹고 가게 되서 아쉽네요.”
“(파찌아빠네의 대화를 들은 혜성칼국수의 아저씨가)멸치칼국수를 맛보기로 더 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좋죠!”
“멸치칼국수 한 그릇이면 세 분이서 맛을 보시는데 충분하겠죠?”
“아휴~많아요. 그냥 조금 씩 맛만 보면 됩니다.”
세 남자가 닭칼국수를 깨끗히 비울 때 까지 맛배기 멸치칼국수는 나오지 않았다.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며)다 먹었으면 가자구”
“(짐을 챙기며) 그러게요. 손님들이 많네요.”
“(손사레를 치며) 잠깐만요. 그래도 멸치칼국수는 맛 보고 가야죠. (혜성칼국수의 다른 아저씨를 향해)저희 멸치칼국수 안주세요?”
“추가로 드신다고요? 바로 준비해 드릴께요.”
“아니요. 추가주문은 아니고 아까 저기 계신 아저씨가 맛배기로 멸치칼국수를 주신다고 했거든요.”
“그게 추가(서비스)입니다.ㅎㅎ”
“저흰 닭칼국수 먹었는데 멸치칼국수로도 추가가 가능 합니까?”
“그럼요.”
그러는 사이에 맛배기 멸치칼국수가 나왔다. 빈 자리가 없어 늦게 온 손님들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혜성칼국수의 누구 하나 싫어 하는 기색없이 다른 손님들의 추가서비스 요구에도 일일히 응해 주고 있었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지만, 손님들에게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멸치칼국수의 국물도 닭칼국수의 국물과 마찮가지로 걸죽하며 거무튀틱한 빛을 띄고 있었다. 여기 까지만...배가 만땅 부른 상태에서 먹어 주었기에 멸치칼국수에 대한 맛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칼국수가 좀 짜콤하네요?”
“네? 짜다고요.”
“(파찌아빠가 워낙에 간을 약하게 먹는다. 삶은 계란도 절대 소금을 찍어 먹지 않는다.)네, 근데 거무튀티한 빛은 뭡니까? 면발도 그렇고 국물도 그렇던데...”
“아! 그거요. 우리밀로 만들어서 그래요. 전부는 아니고 섞어 씁니다. 그래서 검은 빛이 돌아요.”
“그럼 김치에서 감지되는 알싸한 맛의 정체는 뭘까요? 상당히 독특한 풍미가 나던데...배추뿌리 맛 같기도 하고, 와사비 맛 같기도 하고...”
“그건 요즘이 배추가 맛이 없을 때라서 해남 배추를 쓰거든요, 해남 배추가 원래 알싸한 맛이 납니다.”
파찌아빠는 궁금한 것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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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혜성칼국수’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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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칼국수는 아주 유명한 집이야 쥔장이 테레비에도 자주 나오고 그래...그 집은 종업원들도 다들 꽤 오래 된 사람들이야. 쥔장과 함께 한 시절을 보냈으니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거야...”왕년에 사대문 안에서 음식점을 운영하셨던 파찌할머니의 혜성칼국수에 대한 평이다.
“(쥔장)할머니가 이젠 연세가 있으셔서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예전엔 가 보면 늘상 주방에서 닭고기를 뜯고 계셨는데...요즘엔 그만 둘까 하는 생각도 있으신가 보더라고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조금 만 더 하시라고 하셔서 계속하시는 것 같아요.”혜성칼국수의 속 깊은 사정을 대략은 들여다 볼 만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또 다른 증언이다.
1. 가는길 : 전화번호 02-967-6918.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3번 출구(미주아파트쪽)로 나와서 휘경동 방향으로 300m쯤 올라가다 보면 미주상가 지나, 성심병원 못 미쳐서 길가 왼쪽에 있다. 주차불가. 매월 1, 3주 일요일엔 쉰다.
2. 메뉴 : 멸치칼국수와 닭칼국수 두 가지 뿐이다. 각 5천원. 얼굴마담은 멸치국수란다. 공기밥 대신 칼국수가 추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3. 총평 : 명성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식당이지만, 인근에 있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을 집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 간다면 소박함에 오히려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근처에서 서식하는 사람들이라면 꾸준히 다닐만한 집이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닭칼국수를 먹을까? 멸치칼국수를 먹을까?’라는 쓸데없는 고민은 하지말고 아무거나 시켜 먹어라. 다 맛있다. 그래도 섭섭하다면 나중에 안 먹어 본 칼국수를 추가로 먹어주면 된다.무지 배 부를 것이다.
5. 기타정보 : 보온밥통에 있는 밥은 혜성칼국수의 식구들이 먹을 밥이란다.
전번 : 967-6918
첫댓글 이칼국수는 내것임...다른누구도 손대지마시길....
요거 먹고싶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