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에 학원의 토토
이 이야기는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자기 어린 시절을 쓴 책이다. 주인공은 토토(구로야나기 테츠코) 이다. 책 표지에 나온 얼굴과 실물 사진(인터넷에 구로야나기 테츠코라고 쳐보면 얼굴 나옴)은 매우 틀리지만 이 사람은 옛날에는 문제아였다. 토토는 1학년때 문제아로 퇴학을 당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애가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 했다. 토토가 수업을 하는데 방해가 되고 자꾸 이상한 짓만 한다고 해서 말이다. 그래서 여러 학교에서 거절을 당하고 마지막으로 가본 곳이 다른 학교와는 달리 교실 하나가 전철으로 된 ‘도모에 학원’ 이라는 곳이었다.
토토와 엄마가 교장실에 들어가자 교장은 토토만 들어오고 엄마는 나가 있으라고 했다. 교장은 토토와 마주앉아서 ‘자, 이제부터 무슨 얘기든지 좋으니까 선생님한테 얘기해보렴. 얘기하고 싶은 것 전부.’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입학을 하는데 이 말하는 것들이 왜 필요한 것인가? 토토는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것 전부를 교장선생님한테 말했는데,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4시간이었다. 토토는 노홍철보다 더한 수다쟁이였다! 그 후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말은. “자, 넌 이제부터 이 학교 학생이다.” 였다. 이 말을 들은 토토는 매우 기뻐했다. 이렇게 토토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한 ‘토토’ 는 이 책의 스토리와는 180도 다른 토토였다. 처음 이 책을 볼 때 ‘에이, 무슨 1학년짜리가 뭘 한다고 퇴학을 당해? ㅡ_ㅡ....’ 라고 생각했지만, 이유를 듣고 보니 그럴싸 했다. 그리고 토토가 전학 간 학교인 ‘토모에 학원’ 의 토모에는 ‘세 개가 하나로 모인다’ 라는 일본말이다.
토토는 친구 야스아키와 아주 친밀한 사이이다. 소아마비인 야스아키는 나무에 올라간 적이 없어서(소아마비라 다른 아이들처럼 나무에 올라가지 못한다) 토토가 야스아키를 나무에 올라가게 해줄 때, 야스아키에게 올라간다는 건 거의 목숨을 거는 것이였다. 나는 살이 좀 쪄서 (엇흠 ㅡ血ㅡ...) 나무에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날씬하고 날렵한 애들을 보면 부러워하듯이, 야스아키도 소아마비가 걸려서 건강한 애들이 부러울 것이다.(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살찌거나 굼벵이같이 굼뜬 사람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나도 야스아키처럼 토토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아니다.
토모에 학원은 공부하는데 질리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게 지어졌다. 교실이 전철이고, 밥을 도시락으로 먹는데다 먹는 곳도 강당이다. 텐트치고 야영하기도 하고, 교장선생님, 선생님과 아이들은 너무 인간성(?) 이 좋아서 우리 반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리 학교는 매일 싸움이 일어나고 선생님은 대부분 무책임하다. 교실은 동물원인지 청소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내가 올바른 일을 하자고 하면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다. ‘꿈의 이야기’ 같은 ‘창가의 토토’ 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다 사실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토토의 지갑이 화장실에 빠져서 분뇨를 퍼낸 적이 있었다. 그 때 다른 사람 같으면 그만하라고 할 테지만 ‘고바야시 소사쿠’라는 교장선생님은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 놓거라’ 라고 말했다. 이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라는 뜻이다.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과는 달리 아이들이 하고 있는 (분뇨를 퍼내는 것 등) 일 등을 보고 야단치기는커녕 신뢰해 주었으며, 또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장실이 다 수세식이라서 이런 일은 없겠지만, 해인사나 옛날의 화장실 같은 푸세식일 때 내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학교 교장선생님이 뭐라고 말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토모에 학원의 교장선생님은 아이 한명 한명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봐도 그렇다. 일본은 친구라고 믿기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욕에도 큰 쇼크를 받고, 남을 존중하며 (물론 우리나라같이 싸우는 애들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기분이 상할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짜샤’ 나 ‘임마’ 심지어는 ‘c발’ 이라는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며, 거의 모든 학교에서는 매일 싸움이 일어난다. 친구와 만나면 툭툭 치거나 그런 짓을 (특히 우리 반 문제아 정xx,장xx) 하는 걸 일본사람이 보면 ‘저러고도 친구야?’라거나, ‘저런 건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데’ 라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한다.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같은 분은 한국에는 몇 명 되지 않지만, 우리가 고바야시 소사쿠같은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즐거웠던 토모에 학원은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밤중에 불이 났다. 학교 바로 옆, 교장선생님 집에 있던 미요와 언니 미사, 그리고 사모님은 다행히 도모에 농원으로 피해 화를 면했지만, 미군 폭격기 B29가 도모에 학원의 전철교실로 폭탄을 떨구었다. - 여기서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은 죽지 않고 살아서 피난열차에서 토토와 헤어진 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토토는 그 후 커서 이 ‘토토 시리즈’ 책을 만든 작가가 되었고, 교장선생님인 고바야시 소사쿠는 1963년에 돌아가셨다. 1963년이면 토토는 대충 60세 정도는 넘었다고 예상한다. 과연 나는 60세 때 무얼 하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나도 어린시절을 글로 쓰고 있으려나? 아니면 아들 용돈이나 받으면서 노후를 즐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만하면 내가 그때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고 싶다.
2006. 1. 10
김민석
첫댓글 '도모에 학원의 토토' 동글이 부처님 덕에 잘보았답니다.^^ 동글이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동글이님! 나중에 노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는데 동글이님이 해답을 주었네요. 나도 아들 용돈이나 받으면서 노후를 즐겨볼까요? 그것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더 보람있을 것 같네요. 날마다 재미있게 글을 올려주는 동글이님 화이팅~~
동글이님때문에...상식이 팍팍....그런데 눈이 뱅글뱅글....글씨 좀 키워주세요....에고 죄송
동글이님 덕분에 살아온 내인생에 대한 부끄러움과 나아가 앞으로 남은 일생을 잘 살아야겠구나 더욱 가슴에 새겼답니다. 화이팅! 감사감사_()_
동글이님 감동적인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도모에 학원같은 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질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겠죠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사랑스런 동굴이님이 60세가되어도 그땐 노인축에 얼씬도 못할겁니다 지금도 60살이면 중년으로 보는데....ㅎㅎ동굴이님은 생각은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요.....남자로써 유머도 있고.... 매력 만점 멋진사나이 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