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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떳다.. 시계를 보니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 30분.. 참새소리보다 먼저 닭울음소리보다 먼저 눈을 떳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일째인데 같은 시간대에 깨는걸 보면 시차 탓은 아닐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약속대로 어제 야시장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운동하러 나갔다.. 매콩강변을 따라 끝에서 끝까지 길이 나있는 구간을 왕복해서 뛰었더니 53분쯤 걸린것같다.. 처음 입었을때 바지가 꽉 껴서 좀 민망했다.. 다 드러난 몸매.. 이를 어쩌나.. 젖으면 윤곽이 다 들어날텐데.. 에잇, 모르겠다.. 볼테면 보라지뭐.. 그래도 아직까진 봐줄만한 몸매다.. 하하 뛸땐 좋았는데 집에오니 숙제가 생겼다.. 빨래.. 그래도 다행인건 날씨가 좋아서 걸어놓으면 금방 마른다는거..
숙소 카운터에서 시내버스를 탈수있는 정거장이 어디있냐고 물어봤다.. 내 옆에 선다.. 잘 봐봐.. 나가서 왼쪽으로 걸어가다가 두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쭉 가다가 빠뚜사이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그러면 거기가 바로 "public bus station"이야.. 걸어서 얼마나 걸려?.. 10분.. 기회되면 32살된 이 총각과 나눈 이야기들을 할수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짜식(좋은 의미로..)..
걸었다.. 7부바지에 샌달을 신고 하얀 반팔티를 입은.. 라오스에 도착해서 가장 가벼운 차림의 외출이다.. 오전이라 햇살도 적당하고 가끔씩 피부에 닿는 시원한 바람.. 그냥 좋다..
이동중인 녹색버스가 많이 보이는걸 보고 터미널이 가까워 줬다는걸 알아차렸을 무렵 발걸음을 옮기게 했던 곳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시장.. 라오스에 다섯번째 왔는데 그중에서 내가 본 가장 큰 아침시장이었다.. 구경한다면 두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만큼 규모가 크고 볼거리 많은 시장이었다.. 죽은 두더지가 "만세"하면서 드러누운 수십마리도 있었고 살이 포동포동 오른 오리와 닭들도 먹음직스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시간내서 한번 더 와야겠다.. 이른 아침에..
많은 구경을 하고 아침겸 점심을 2000킵 하는 바나나 한손과 생수3000킵으로 해결했다..5000킵이면 한국돈으로 800원? 900원?.. 이제 버스를 탈 시간.. 몇번 버스를 타볼까.. 버스를 고르는데 약간의 조사가 필요했다.. 우선 타기전에 사람들이 많이 타는지 봤고 두번째는 차 실내가 깨끗한지를 육안으로 확인했다.. 이유는 한마디로 안전때문에.. 사실 아침에 운동하고 돌아오는길에 건물공사장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10층쯤 되어 보이는 건물을 엘리베이터로 인부들 다섯명이 사방의 안전망도 안전벨트도 없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걸 곡예하는것처럼 멍하니 서서 지켜봤었다.. 안전제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 없는 말..
그래서 고른 버스.. 23번.. 버스 차창에서 바라본 신호등.. 이 신호등이 참 마음에 들었다.. 푸른 신호등이 몇초동안 켜지고 그 시간이 지나면 정지해야 된다는 정확한 표시가 우리나라처럼 노란불이 들어와도 가도 된다는 신호로 생각해서 꼬리물기로 이어지거나 빨리 통과하려다 사고 날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식은 그걸 "딱" 근절시킬것 같은 방식.. 도입하자!!! 차는 정각 9시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출발전의 버스 내부의 풍경은 정말이지 나 어릴적 시골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옛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버스안내양만 없을뿐이지 뒤에서 타고 앞으로 내릴때 기사님에게 요금을 내는것과 아침시장에서 이미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가정주부들의 손에 가득 쥐어진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들, 껌을 파는 어린 아이와 빵을 파는 아줌마, 뒤늦게 버스에 올라 타서는 하나만 사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가진 할머니.. 큰도시인 비엔티엔인데도 한국의 시골마을버스를 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누는 그런 모습을 여기서 볼수 있었다.. 그렇게 버스는 출발했고 빈자리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내 옆자리에는 "램펌"이라는 30살의 남자가 앉았다.. 그는 므앙프앙이라는 곳에 가는 길이었고 내가 "루앙프라방?" 이라고 되묻자 그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에 담겨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여기가 므앙프앙이라는 듯이.. 내가 한국사람이고 나이를 얘기하고 버스여행중이고 차비는 얼마고 어떻게 내는지 계속 물어보니까 옆자리, 앞자리,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다 저마다 자기가 알고있는 정보들을 나에게 전해준다.. 재밌다.. 정말 재밌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다 내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곁에 두고서 늘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
다섯번째 정차역은 빠뚜사이, 열번째 정차역에서 빌딩공사 인부로 보이는 14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고, 빈자리가 많은데도 처음 함께 했던 "램펌"은 여전히 내 옆에 있다.. 그러다가 열다섯번째 정차역에서 나에게 먼저 일어난다는 이야길 하고 자리를 떳고 스무번째 정차역에서 그는 내렸고 버스는 회귀하는듯 차를 돌렸다.. 스물두번째부터 스물여덟번째까지는 버스는 50미터 100미터도 안가서 사람을 태우고 물건을 실었고.. 결국 23번 버스는 마흔 다섯번째 정차역인 "public bus station" 원점으로 두시간 10여분만에 도착했다.. 5000킵의 버스요금으로 두시간 넘게 아주 즐겁게 보낸 버스여행이었다..
만나서 반가웠어, "램펌".. 악수를 청한다.. 저녁무렵 아침에 빨아서 널어놓은 옷이 다 말라 있었다.. 그래서 다시 민망하지만 볼만한 몸매를 드러내며 뜀박질 시작.. 운동하고 오니 또 숙제가 이렇게.... 운동이냐 숙제냐.. 어떡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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