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첸자오로 퍼스트(Vicenzaoro First) 2012 |
등록일 : 2012.02.09 |
|
지난 1월 14일부터 19일까지 6일 동안 개최된 비첸자오로 퍼스트에는 약 2만 7천명의 바이어가 다녀가 다시 한 번 한 해를 시작하는 국제 주얼리 박람회로 자리매김을 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이태리 주얼리업계에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전시회에 참여한 1,403개의 회사 중 외국 회사는 410개로 전체 참여업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1월에만 열리는 기계관 T Gold에도 이태리 업체는 물론 독일이나 스위스를 포함한 10개국에서 외국인 업체들도 대거 참석했다.
◆ 전시공간의 변화
비첸자 박람회의 럭셔리 브랜드관이라 할 수 있는 B1에는 인도의 바팔라 케샤블랄(Bapala Keshavlal)을 비롯 브라질의 브루마니(Brumani) 등 새로운 외국회사들이 등장했고 약 2년 동안 호주의 진주 주얼리 회사 아우토레(Autore)가 있었던 부스는 이태리 회사 포페(FOPE)의 차치가 되었다. 약 10년 동안 이태리 주얼리를 대표하던 패션 체인 주얼리 회사 마르코 비체고(Marco Bicego)는 전시에 참여하지 않고 본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 자리에는 리딩 이탈리안 주얼스(Leading Italian Jewels) 회사가 관리하는 스테판 하프너, 발렌테, 이오 씨, 그리고 포라티가 열린 부스로 들어왔다. 홍콩과 인도, 태국 회사들이 있던 D1관은 문을 닫았고 3층 E관은 우노에레의 독차지가 되었으며 남은 공간은 영상을 비추는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패션 주얼리와 디자이너 주얼리를 전시하는 글램룸은 리미트 없는 재료의 사용으로 큼직하고 화려한 컬러의 돋보이는 주얼리들로 여전히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앙 입구(Piazzale Ovest) 오른편에 작년부터 새로 신축된 전시공간은 스와롭스키의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로베르토 코인, 안토니니 등 이태리 유명 주얼리 브랜드를 비롯해 패션, 액세서리 회사나 외국 회사들이 스와롭스키 보석을 사용해 제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있었고 제품의 상세설명은 쇼윈도우 옆에 부착된 아이패드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중앙 입구의 이태리 주얼리 브랜드 빠스콸레 브루니와 이스라엘 주얼리 회사 이벨 부스 사이에는 비첸자박람회와 TJF가 함께 준비한 트랜드 비젼 코너가 자리잡았다. 이 자리는 매 년 1월이면 월드골드카운실에서 골드 익스프레션을 전시하던 곳이지만 금년에는 많은 회사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WGC의 이벤트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없어졌다.
작년 1월 발표한 비첸자 박람회의 새 건물의 건축이 진행되는 모습도 보였다. 2015년에 완공될, 약 만 5천 평방미터 규모로 진행되는 새 전시공간이다. 비첸자 박람회 측은 이 곳에 창조적 브랜드들은 물론 새로운 재료, 기술과 리서치 회사들과 이벤트 공간, 새로운 디자이너, 트랜드, 잡지, 학교 등 주얼리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미 전시회 뒷편에 있던 건물은 허물었고 새로운 주차장과 건물을 지을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비첸자 박람회 기간동안 비첸자 시내에서는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주얼리 디자인과 학과장인 알바 카펠리에리가 주관한 ‘지오이엘리 델라 스카르파’ 전시도 열렸다.
◆ 주얼리 트렌드
지속적으로 높은 금값은 이태리에 1 Kt 골드 주얼리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같은 디자인, 같은 크기였을 때 더 가볍고 저렴한 주얼리로 골드의 노란색을 위해서는 로디엄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1Kt이라도 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금 주얼리 범위에 들어간다. 이 브랜드는 런칭후 아직까지는 획기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지는 않다.
금값이 올라 신제품 주얼리의 규모가 작아지거나 금의 사용이 줄어들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각 회사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많은 회사들이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2011년 상반기에는 2010년의 재고를 팔기에 주목한 회사들이 많았고 어느 순간 재고도 없고 신제품도 없는 상황을 맞은 회사들이 고비를 맞기도 했었다.
마운팅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컬러스톤 사용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 가을부터 시작된 슬라이스 커런덤의 붐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저급 슬라이스 다이아몬드가 약 1년간 유행하더니 이제는 모든 컬러를 내는 사파이어와 붉은색 루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적은 양의 금을 사용해 화려하고 큼직한 주얼리를 제작할 수 있는데다가 소비자들에게는 사파이어, 혹은 루비로 판매할 수 있으니 일 석 삼조다. 적어도 이태리의 제작자들 사이에는 이 유행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의 회사들이 알아채린 미래의 트렌드라면 프랑스의 메시카(Messika) 브랜드가 런칭한 레이스 형태의 주얼리일 것이다. 레포시(Repossi)가 수 년 전 런칭했던 스타일이기도 한 이 디자인은 아라베스크나 꽃 무늬가 양탄자처럼 넓고 납작하게 디자인 되어 손가락 마디와 손목을 넓게 감싸는 스타일이다. 현재는 프랑스의 팔로어 브랜드들과 이스라엘의 인바(Inbar)등이 제작하고 있다.
초콜렛 진주의 사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 반면 실버, 혹은 샴페인 (연한 색상의 골든 펄로 샴페인 색상이 나는 것) 펄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실버와 골드 그라데이션을 사용한 긴 진주 목걸이가 앞으로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
◆ 메이드 인 ‘어디?’
미국이나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저렴한 생산가격을 위해 중국이나 태국, 기타 제 3세계에서 주얼리를 제작해 브랜드 이름을 붙이거나 새겨 판매하는 경우가 이젠 흔한 일이 되었다. 물론 샤넬이나 디올 등 최고의 주얼리 브랜드들은 여전히 모든 제품을 100% 자국(즉 프랑스)에서 제작하며 외국 하청업체(심지어 이태리 하청업체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부 최고의 프랑스 브랜드들이 임금이 싼 외국에서 주얼리를 제작하는 이유가 최종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이태리 등 브랜드 파워가 약한 나라들은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들은 주얼리 제작을 위해 어떤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얼리 기계는 처음에는 대부분 독일에서 생산되었다. 이 기계는 일본과 이태리 사람들에 의해 저렴한 가격에 복제되어 다시 전 세계에 팔렸다. 그런데 이태리 사람들은 기계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으로 개발, 변형시켰고 독일 기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 주얼리 제조회사에 팔았다. 전 세계 주얼리 제작자들은 체인기계는 물론 주물기계, 광 기계, 인그레이빙, 토치, 주얼리 디자인 프로그램, 심지어는 왁스와 알로이까지 이태리 제품을 사용한다. 그래서 인도에서 만들어도 이태리 기계로, 한국에서 만들어도 이태리 기계로, 중국에서 만들어도 이태리 기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메이드 인 이태리 제품과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장인들도 모셔간다. 생각보다 많은 이태리 디자이너와 모델 제작자들이 중국이나 태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회사들의 디자인과 주얼리 품질은 이태리의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가격은 저렴해 진다. 역으로 어떤 유럽 회사들은 태국이나 중국 사람들을 데려와 저렴한 노동 임금을 제공하며 메이드 인 ‘유럽’을 고수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드 인 ‘어디’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때가 올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을 보장하는 브랜드이름이 더 중요해 지는 것이다.
메이드 인 이태리나 그 외 메이드 인 ‘어디’를 결정짓는 것은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과 장인정신이다. 소비자는 귀신같이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을 알아보고 그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결국 충실한 고객이 된다. 결국 같은 기계를 써도 누가 기계를 사용하고 어떻게 다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글: 김성희 본지 객원기자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주얼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