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섬에 대한 막연한 선망 같은 것이 있다. 섬소년이란 단어의 느낌이 단순히 소년이란
단어의 느낌과 틀린 것 같이 섬하면 막연한 신비를 기대하게 된다.
목포항여객터미널에 도착. 목포발 흑산도행 쾌속선 남해스타호에 몸을 실었다. 약 2시간정도가 소요되고,
파도가 심한 날에는 배멀미로 많은 고생을 할 것이라는 주의 때문에 멀미 약을 복용하고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목표에서 흑산도까지는 다도해를 지나게 되는데 1시간이상이 다도해 구간으로 이곳의 뱃길은 매우
고요하다. 이유는 워낙 많은 섬들이 뱃길을 만들어주고 있어서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 구간을 벗어나는 순간 뱃멀미가 시작된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마치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멀미약을 미리 복용하고 조용히 잠을 청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흑산도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흑산도에 도착하면 뭐니뭐니 해도 유람선을 타는 해상관광이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유명한 흑산도 홍어회를 맛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지만. 흑산항을 출발하면서
선장님의 구수한 여행지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분들은 선장, 항해사, 안내원까지 1인 3역을 정말 잘도
소화해 낸다.
그 해설은 면암 최익현선생, 정약전선생, 해상왕 장보고를 거쳐 도목리 가리비 마음, 옆목동굴,
다물도홍어마을, 수리해녀마을, 풍년학바위, 칠성동굴, 만물상, 고래섬, 낙타섬, 촛대바위, 도승바위,
남근석, 스님바위, 금강산코스, 어머님바위, 원숭이바위, 연꽃섬, 물개바위, 금강산절경, 천지연 연못,
돌부처바위,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 슬픈녀, 공룡섬과고래, 쌍용동굴, 공바위, 해골바위, 갓바위,
홍어동굴, 토끼와거북바위를 마지막으로 약 1시간40분이 소요된다.
세계의 어느 절경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흑산도의 해상관광을 하면서 굳이 해외만을 고집하는 많은
분들에게 꼭 추천해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들었다. 물론 국내의 관광자원에 비하여 투자가 부족하여
부대시설이 열악한 관계로 국내여행이 외면 받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저녁무렵 흑산도를 출발하여 홍도에 도착하였다. 붉은섬 홍도는 흑산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흑산도를 남성에 비유한다면 홍도는 여성스럽다고 해야 할까. 크기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그
자태에서도 홍도는 아름다움과 기교를 가지고 있었다.
홍도의 아침이 밝았다. 8시쯤 홍도의 유람선 관광을 위해 부두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성수기가
아닌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이 홍도를 찾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965년 4월에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되었고 1981년에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만 보더라도 홍도의 자연경관이 얼마나 빼어난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항구는 선물용 마른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과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로 한층 더 바쁜 아침을 맞고 있었다. 회를 좌판에서 파는 모습은 흑산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다.
유람선은 1구마을을 출발해서 홍도의 제1경이라는 남문바위로 향한다. 이제부터 홍도의 빼어난 10가지
절경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홍도는 대엽풍란을 포함한 273종의 식물과 복종류외 220종의
동물이 살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낸다.
남문바위에 도착하자 흑산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선장겸 항해사겸 안내원 어르신내의 구수한 입담이
시작된다.
2경 실금리굴, 9경 거북바위, 5경 만물상, 7경 부부탑, 3경 석화굴을 지나는 중간쯤 유람선이 정박을 하고
자그마한 어선이 유람선에 가까이 다가온다. 잠시 쉬는 사이 바다에서 바로 잡은 듯한 회를 한접시씩
권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방어 한접시에 25,000원 소주한병에 3천원, 물론 한접시의 회가 서너명이
실컷 먹을 정도로 푸짐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소주한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사실
바다위에서 이런 꿀맛을 맛보기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자칫 장사속이라는 푸념이 들수도 있겠지만
소주한잔에 자연산 회 한 젓가락이면 순간의 오해도 사라지는 것이 바로 홍도에서의 해상관광이다.
독립문을 연상시키는 바위가 저 멀리서 우뚝 솟아있다. 6경 슬픈녀 바위와 10경 공작새 바위를 끝으로
유람선을 처음에 출발한 곳에 도착한다.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홍도일주관광이었다.
유람선에서 내리는 순간 아침에 본 싱싱한 해산물들이 다시금 우리를 반긴다. 특히 홍도에서 직접 양식을
한다는 전복이 군침을 돌게 한다. 활전북을 회로 먹고 그 맛을 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섬. 오랜 역사의 풍랑이 녹아 있는 섬. 기암괴석과 깍아지른 듯한 절벽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흑산도와 홍도는 섬여행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기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곳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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