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카 폰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와 함께 제국군의 쌍벽을 이루는 사람. 공수 모두 능하며 끈기 있는 전투능력을 보여준다. 후에 라인하르트에 배신하여 사망.
오스카 폰 로이엔탈.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자. Oskar Von Reuentahl. 훌륭하면서도 풍부한 음감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그리고 당당하기까지 한다. 그의 주군이었던 라인하르트와 비교하자면 조금 날카롭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 인물을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장군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사적인 모습에서는 쿨하다 못해 차가운 면을 보여준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그를 나타내는 부조리의 상징인 ‘헤테로크로미어(금은요동)’이라 불리는 눈 색깔은 검은색과 파란색이 각기 다른 눈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그를 기억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존재이다.
그는 공적인 사람으로서는 미터마이어와 함께 공명정대한 군인이었으며 능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것은 미터마이어와 라인하르트 진영에 몸을 던진 일화에 잘 나타난다. 문벌귀족의 부패한 군인을 적발해 사살한 사건으로 그의 친구인 미터마이어가 투옥되자 자신이 일전의 술자리에서 평한 ‘어린 고양이가 아닌 어린 호랑이’인 라인하르트를 향해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행동은 훌륭하게 보답 받을 수 있었다. 그에게 어린 거목의 묘목을 비웃는 우를 범하지 않고 호랑이로 본 식견과 친구의 불행을 결코 비뚤어진 시각에서 보지 않으려한 점은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말해주는 예이다.
로이엔탈이 남긴 업적은 대단하다. 일찍이 라인하르트의 진영에 몸을 맡겨 미터마이어와 함께 - 소설에 나타났듯 - 성격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쌍벽’의 칭호를 나란히 가졌고 라인하르트 휘하에서 함대를 지휘하다 라인하르트가 패자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을 때 그의 능력은 제국군 통수본부 총감이라는 더없는 지위로 보상 받았다. 즉 제국군 전체의 반을 그의 휘하에 두게 되었다는 뜻이다. 후 자유행성동맹이 완전 정복당하고 전임 총감 렌넨캄프가 실각하자 라인하르트의 칙명에 의해 노이에란트(신영토) 총감으로 다시 임명된다.
하지만 이처럼 장대한 무훈을 쌓은 로이엔탈에게는 한 가지 결점이라면 결점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 속에도 누누이 등장했던 그의 ‘엽색행각’에 관한 것이었다. 한 인물에 대해 평전을 쓴다고 한다면 로이엔탈의 경우 이 사적인 모습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보여준 모습은 자유행성동맹의 ‘쉔코프’나 ‘포플란’이 보여준 행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즉 극히 귀티나는 바람둥이였던 것이다. - 이 단정이 얼마나 경박한 표현임은 차차 다듬어가겠지만 단적인 이해를 위해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양해해 달라. - 그는 주위의 꽃을 끌어들여 꺾은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버렸다.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그리고 훌륭한 연인이자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여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정작 남자 쪽에서는 자신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고 독백하면서.
그 이유는 친구인 미터마이어만 알고 있다. 어린 시절, 불륜에 의해 태어난 어린아이의 눈빛은 유전자상으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빛을 타고 났다. 전술한 바 있는 헤테로크로미어, 즉 검은색과 푸른색이 각기 다른 눈동자에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본 로이엔탈의 어머니는 젖먹이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손에 있던 과도로 아기의 눈을 파버리려 했다. 기억날 리 없는 광경이지만 그 후로 아버지에게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로이엔탈에 가슴 속엔 그 자신도 냉소하는 습관인 ‘부조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가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 그 자신을 수없이 냉소하고 있었다는 것은 로이엔탈이 라인하르트를 배신하게 된 일로도 나타난다. 분명히 자신이 함정에 빠져 역적으로 몰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배신자로써 당당하게 나섰던 것이다. 때문에 제국군에 반기를 든 로이엔탈의 모습은 더없이 당당하고 티끌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로이엔탈은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는 가차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로이엔탈, 넌 정말 구제불능이군.”
이라고. 결국 반란의 실패 이후, 폭격에 맞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지도 않고 ‘죽어가는 것을 즐기던’ 로이엔탈은 33세의 나이로 ‘지크, 카이져,’ 라는 등의 불분명한 의미의 단어를 남기고 사망한다.
그가 남긴 마지막 모습은 재상이었던 고 리히텐라데 공작의 후손인 엘프리데의 아이였다. 로이엔탈이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그의 반대자들이 그를 공격할 때 썼던 아이였고 엘프리데와의 원하지 않는 아이, 어찌보면 불행한 배경을 타고 났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아이의 이름은 펠릭스(행운)로 미터마이어 내외가 맡아 기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은하영웅전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희망이 된다. 어쩌면 로이엔탈은 이들을 위해 사라져갈 중역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
첫댓글 로이엔탈... 흐음 저 오드아이가 상당히 맘에 들죠...
요즘엔 신비한 오드아이에 끌리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하지만 전 헤테로크로미어를 쓸래요^^;ㅋ
헤테로크로미어가 정식 학술명칭이라고 하던걸로 알고있습니다 전... 그래도 오드아이쪽이 말하기 편해서 후후...
로이엔탈이 3대 정도에 은하제국을 이끌어 나갔으면 더없이 훌륭한 명군이 되었을 것이라는 다나카씨의 발언은 마치 그가 로이엔탈을 마치 당태종이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정도로 생각한 건 아닌지....
그의 재능은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는데 그친 스케일이 아니라 전략적 시각을 지닌 장수라는데 있다고 보는데요 ^^
과연 우리의 로이엔탈씨는 죽어가는 것을 '즐기셨던' 것이었군요,(사실 개인적으로 비교대상이라 하기 역겹습니다만) 프레겔처럼 나르시즘에 도취된 것이 아니라, 열전처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아니, 호탕하게 반기를 든 점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점이죠
사실, 덪에 걸려 몰렸을때, 어느 누가 그렇게 당당하게 반기를 들수 있겠습니까? 반역마져도, 그의 행동은 성격처럼 정말 냉철했습니다. - 누가 이 상황에서 로이엔탈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론 죽음마저도 냉철했기 때문에, 정나미가 붙을리가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냉철함의 미가 느껴지는군요...
아, 아르마다님 열전 쓰시는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저도 그렇게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그래도 예전에 약속드렸던 '열전을 쓰면 욥 트류니히트를 한번 써보겠습니다' 같은 말처럼 욥 트류니히트나, 조안 레벨로를 개인적으로 써볼까요?)
욥 트류니히트를 써주세요.ㅋㅋ 차마 시궁쥐라는 표현은 못 쓸것 같아서리.ㅎㅎ;
로이엔탈이 라인하르트에 비해 부족한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결여인 듯 합니다. 그가 반역을 일으킨 것도 어찌보면 세상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반역자는 싫다는 로이엔탈만의 자존심이겠지요. 그의 정치적 군사적 식견은 라인하르트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능은 같더라도 야망의 크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