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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올빼미들의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백만장자
일본 사람들은 왜 집을 사지? 2005/09/17 12:55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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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들은 왜 집을 사지?”
-“동경의 4600만엔짜리(70㎡) 맨션(우리로 치면 소규모 아파트)을 사면 30년후에 얼마나 받고 팔 수 있을까.”
-집값이 떨어진다면 집을 살 이유가 있을까. 집을 사는게 임대료를 내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정도 규모의 맨션 월 임대료를 14만~17만엔 정도로 계산, 30년간 8437만엔(2번 정도 이사를 가정, 이사 비용 등 포함) 정도의 임대료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임대보다 구입이 1000만엔 정도 이익인 셈이다. 물론 내집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덤으로 가질 수 있다.
-일본에도 주택 재테크라는게 있을까. 물론 있다. 떨어지더라도 덜 하락할 곳을 찾는 것이다. 역세권, 교통이 좋은 곳, 지역브랜드 파워가 있는 곳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관리가 잘되는 맨션을 골라야 팔더라도 손해를 덜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잡지는 전철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교외 맨션을 3500만엔에 구입할 경우의 손익계산도 함께 제시했다. 이자부담, 세금 등을 포함 총 비용을 7472만엔으로 추정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입지가 떨어지는 경우, 매각가격은 1200만엔으로 30년간 보유비용은 6272만엔이다. 월임대료 10만~13만엔의 임대주택을 이용할 경우(총비용 5993만엔)보다 손해이다.
-장기 하락설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와 국민들이 모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재테크 측면에서도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부동산 전문가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잡지에 실리는 것은 ‘집값 하락에 대한 패닉현상’이 일본을 얼마나 휩쓸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등 대부분의 나라가 경기순환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내린다지역 경제력이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가 깊다물가 상승률 만큼 집값은 오른다수급에 따라 집값에 사이클이 발생한다는 등의 전제를 깔고 시장을 전망한다. 물론 한국은 주택불패론이 아직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이 왜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할까. 경기침체와 고령화·인구감소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인구감소는 바로 주택수요 감소는 물론 경기침체와 집값하락으로 이어진다. 상당수의 일본 사람들이 이 도식을 신봉하는 듯하다.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주택구입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을 한 무주택자의 비율이 53.4%였다. (집값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다. 이 정도면 비교적 높은 편인 일수도 있을 것이다.) 구입하겠다는 이유(복수응답)는 임대료가 아까워서(43.9%), 애완동물을 키우기위해(30.3%), 자유롭게 내부구조를 바뀌기 위해(38.5%), 마음의 여유를 얻기위해서(21.4%), 집을 가져야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때문(6.8%)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물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28.2%), 지금 주택가격이 싼 시기이기 때문에 (9.2%), 금리가 낮고 세제면에서 유리하다(8.5%) 등 재테크와 관련된 이유를 제시한 사람은 있었다.
-일본 역시 사상 최저치의 저금리이다. 일본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연리 1%(30년 고정 금리는 3.5%~4% 정도)도 가능하다.
-특히 일본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게 주택 유통시장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대단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와 소규모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향후 원하는 주택 형태가 단독주택이 맨션보다 2대1 정도로 높게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를 본적도 있다.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은 것은 단순히 지진 때문이라고 만은 볼 수 없다.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단독주택 선호도가 아파트보다 높고 시장 주도 상품이다. 오히려 한국의 아파트 선호현상이 세계 주택시장에서 예외적인 사례일 수 있다.
-단독주택, 소규모 아파트는 개별성(각 주택이 가진 특성, 한국의 단독주택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이 너무 강해 가격산정이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표준화된 가격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돌아 다니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택을 한번 구입하면 (집이 팔리지 않아)‘거주 이전의 자유’가 상당부분 제한된다. 주택 구입도 대부분 실수요자의 신규 주택에 집중돼 있다. 임대 수익을 겨냥, 신규주택을 대량구입하는 부동산 펀드도 있다. 신규 주택이 대출이나 세제혜택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첨단 설비를 갖춘 새 주택을 선호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이다. 이 잡지가 30년간 보유를 근거로 분석기사를 쓴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주택시장 정상화(집값을 올리기 위해서는)를 위해 유통시장의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정도이다.
-일본은 집값 하락과 경기가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처럼 집값이 장기적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경기침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산층에게 있어 집이 재산의 대부분이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이다. 집 소유자들은 집의 자산가치를 최소한으로 가정, 노후계획을 세운다. 그러다 보니 노후 대비를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 저축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현재 한국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부(富)의 효과’(집값이 오르면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 소비를 늘리는 현상)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은행융자의 이자를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민이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한다고 생각한다면 일본보다도 훨씬 심각한 ‘역(逆) 부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참고자료=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시장의 법칙(조선일보사), 도시경제(홍문사),지가 최종 폭락(광문사),주택시장개혁(동양경제), 잡지 다이야몬드·트렌디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