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를 하고서
꽃샘추위에 떨며,
교문을 들어설 때
복장이 단정하게 갖추어졌는지
가슴 졸이며
생활지도 선생님과 규율부 선배 앞을 지나
교실로 향하던
아득한 유년
봄날의 풍경들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런 날씨입니다.
각급 학교의 개학과 입학식이 있고 나서
주말이 되어
와룡을 지나 삼계로 답사를 떠납니다.
답사에 참가한 회원은
강신화, 권정현, 김금희, 김명환, 김정란, 김정일, 여환지, 장연숙, 정원수, 최미숙, 최임숙입니다.
회장님 문화해설사 7기 개강일이어서 바쁘다 하시고요,
류시대님도 儒道會 일로 참석이 어렵다 하네요.
오늘따라
문정애님, 손경식님, 김희철님이 생각납니다.
처음에 간 곳은 삼계초등학교입니다.
회원 중에
이곳에 근무하셨던 분이 계셔서
추억 여행처럼 들렀습니다.
제게도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친구가
이 학교를 졸업했는데요.
그는
교육부 장학관으로 揚名하여 지금 미국 LA의 한인교육원장으로 나가 있습니다.
방학 때 부부동반하여 미국에 놀러오라 하는데
살림이 궁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소풍날의
자유시간처럼
모두 흩어져서
단체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냥 학교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뭐...
교장 선생님 연단에 계시고,
담임 선생님도 앞에 계시고,
학생도 여럿이니
삼위일체가 되었습니다.
근데, 학생들이 병아리 같지 않고 좀 이상합니다.ㅎㅎㅎ
벌판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건너 언덕 위에 외롭게 자리잡은 오월정(梧月亭)에 가보기로 합니다.
이런 궁벽하고 외진 곳에도
정자가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문향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납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돌담이 잘 보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돌담을 쌓아
외부와 구분지어 놓고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라면
마땅히 정사(精舍)라 칭함이 옳을 것 같은데...
어쨋든 오월정 즉 정자입니다.
발길을 돌려 고벽루를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향산 이만도 순국비를 찾아갑니다.
지사는 가고
뜻은 남아 면면히 흐릅니다.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이 제 생명 아끼는 것을 기본으로 하건만
목숨보다 더 큰 뜻을 품어
이 곳에 빗돌로 섯습니다.
옆에는 안동 도청 유치 등 시민 운동에
한 몸 바치신 이동석님의 수목장 장소입니다.
향산 이만도님의 후손다운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 감히 말해봅니다.
다음은 한천정사(寒泉精舍)입니다.
한천정사는 닫혀 있고
우리는 옆 건물의 마당을 빌어
총무님이 준비해 온 떡과 커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을 먹었습니다.
아이조아님은 생기가 넘치네요.ㅎㅎㅎ
저는 뒤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서
늘 관찰자의 즐거움을 가진답니다.
태리의 고인돌을 찾아갔으나
기록상 고인돌이 확실한데,
생긴 모양으로 보아
교과서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예안(신예안)의 역동 우탁선생의 묘소에 올랐습니다.
낙락장송이 울울창창하고요.
어쩌면 안동의 유교문화는 여말의 역동선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겠지요.
봄날이라 해가 짧습니다.
저녘은 솥뚜껑 식당에서 순두부를 먹고,
덤으로 두부비지를 얻었습니다.
모두들 가슴 깊은 곳에 뭔지 이름짓지 못할 충만감을 갖고,
오늘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포켓볼 당구공처럼 흩어졌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2011. 03. 09. shrek
첫댓글 글을 너무 맛깔나게 써 주셔서 지난 시간이 생각나게 합니다.
역시 shrek님이시네요^^
저도 바쁘단 핑계로 이제 왔더니 멋진 글이...
쓰는 사람도 그 사람이고....댓글 다는 분도 늘 그분이고...글 올리고 3주가 지나도 조회수 3이고...카페 모닥불이 거의 사위어 갑니다.ㅎㅎㅎ
항상 꽉찬 호두알처럼 아름다운 글과 영롱한 사진 남겨주시는 shrek님!!!! 답사후에 덤으로 또다시 느껴보는 이 충만한 기쁨도 선생님의 열정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