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칭찬하면 우쭐해지는 낮은 정신 연령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또, 올립니다.
97년도 부터 제가 본 내한공연 베스트 리뷰를 적습니다. 예전에는 공연보고 후기를 한참 후에 적어서 좀 많이 부실합니다.
왜 이런데 외국 아티스트 공연이나 적냐, 뭐 너 사대주의자 아니냐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전, 홍대 라이브 클럽이나 국내 뮤지션 공연도 꽤 갑니다. 둘째, 우리나라 뮤지션이 줄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 이건 영미권 뿐 만 아니라 중남미나 유럽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도 전 델리스파이스를 오아시스보다 좋아합니다.
세째, 록과 팝이라는 음악이 생긴 본바닥 쪽 사람들이 록과 팝에 대해 이해하고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뭔가 다를 때가 있더군요. 김목경씨는 훌륭한 블루스 뮤지션이지만 본 바닥 뮤지션이 아니면 표현 못할 정서가 있죠. 대신 김목경 씨는 그 지역 사람들이 못 나타낼 정서를 나타내지요.
네째, 더욱이 검증된 대형 아티스트라면 뭔가 다르더군요-사실, 이런 전제는 위험성도 좀 있지만.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자신의 음악을 자기의 몸과 마음에 녹여낸 내공.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대를 가지느냐는 감상자의 몫이겠지만. 이건 국내 아티스트에게도 마찬가지겠죠.
97년 전후에 내한 공연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상당히 행운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록과 팝의 역사를 쓴 인물들이 공연을 할 수 있으면서 우리나라 내한공연이 활성화된 시점 쯤 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97년은 정말 좋은 뮤지션들이 많이 왔습니다. 년초에는 기타 비루투오소 시대의 마침표, 스티브 바이-7일에 다시 옵니다-가 특유의 유모러스하면서 무용스러운 무대 매너로 각종 기타쇼를 선보였구요, 이어 대가들이 모이면 어쿠스틱 기타로도 전기기타를 훨씬 능가하는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파코 데 루치아, 존 맥러플린, 알 디 미올라가 증명했습니다. 10월엔 한영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특급 영국뮤지션이 줄줄이 왔습니다. 에릭클랩튼, 부시, 블러...부시, 블러는 못본게 많이 아쉽네요.
워낙 감동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저에게 베스트는 에릭클랩튼입니다. 이유는 에릭클랩튼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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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Clapton(1997.10.10)
Eric Clapton은 Guitar God 그 이상 ★★★★★
97년은 특급 기타리스트의 공연이 많았던 해였던 것 같다. 특히 Guitar God 에릭클랩튼이 온 해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기우도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어쿠스틱 위주의 음반을 낸 최근의 행보를 볼 때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보여줄 지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이틀에 걸친 공연이었는데 첫날은 기자회견 시 무질서의 극치로 워낙 신경질적인 상태여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내가 본 둘째날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내 앞에 선량한 거구의 백인이 가로 막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최상의 공연.
처음에는 어쿠스틱 공연이었다. Layla로 담담히 시작하더니 Change the world, Tears in Heaven등 최근 히트곡을 잇달아 연주했다. 이 부분에서 느낀 것이 보컬리스트로서도 대가의 경지에 있는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성량도 크고 노래를 소화하는데 흔들림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목소리에 인생의 담백함이 녹아있다는 점이었다.
그 다음,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먼거 보여주기 시작했다. 미발표된 신곡도 보여줬고 다소 최근 곡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반응이 그다지였다. 에릭클랩튼도 최근 튜어 시 고민이 최근 곡에 비해 예전 곡의 반응이 너무 좋다는 쪽이었다고.
공연의 백미는 I shot the sherif과 Cocaine, Sunshine of Love등 예전의 불후의 명곡들을 연주할 때였다. 특유의 어눌한 피킹 자세와 Slowhand라는 핑거링 속에서도 두꺼운 기타톤과 그루부함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는 상당했다. 에릭클랩튼의 음악은 블루스에 기반한 감성적인 어법을 백인화시켜 록의 비트에 녹여낸 것으로 정의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음악은 신나면서도 멜로딕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Setlist는 첫날 기준으로 되어 있어 Sunshine of love가 안보인다.
추리닝에 흰티 입고 온 소박한 모습,,,멘트는 별로 없었지만 진실한 음악을 들려주는 최고의 명연이었다. 또한 체조란 공연장의 문제점이 거의 노출안될 정도로 사운드도 관리가 잘된 그런 공연이었다.
사실, 드러머가 그 유명한 스티브 갓에 키보드는 조 샘플이었다. 요즘 라이브 DVD를 보면 더 엽기적인 라인업을 볼 수 있다. 드럼-스티브 갓, 베이스-하비 메이슨, 키보드-빌리 프레스톤, 섹스폰-데이빗 샌본, 기타-앤디 페어웨더...
이 정도 뮤지션이 결합하면 소리 안 좋게 내려 최선을 다해도 좋은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서울 방문 시 참 많은 일화가 있었다. 인터뷰 시 숱한 플래시로 열받은 일이 있었고 과거의 음악보다 지금이 못하다는 평론가들이 많다는 도발적 질문에 '평론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다'고 역시 거만하게 답했다. 평론하는 사람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에릭클랩튼의 거만한 대답 역시 그다지 틀린 얘기가 아니다. 단지, 올무식 좀 뒤지고 판 쪼가리 들은 것으로 이거보다 못하니 뭐 이러는 이들과 달리 그는 록 최전선에서 직접 부딪히며 한 길을 걸어온 록의 화석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무나 소박한 차림에 압구정 거리를 활보하다 길을 일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모습 조차도 젊음과 거리의 문화를 직접 부딪혀온 그이기에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지.
그날 난 록이라는 음악을 보았다.
<Set list>
1. Layla
2. Change The World
3. Nobody Knows You
4. Tears In Heaven
5. Goin' Down Slow
6. Broken Hearted
7. Pilgrim
8. Sick 'N' Tired
9. I Shot The Sheriff
10. Wonderful Tonight
11. Tore Down
12. Have You Ever Loved A Woman
13. Tearin' Us Apart
14. Cocaine
15. Old Love
<ENCORE>
16. Everyday I Have The Blues
17. Before You Accus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