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상체펴기를 하면 팔에 쥐가 났습니다. 시간이 길면 한동안 팔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졌습니다. 그 정도가 되어야 운동을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허리펴기나 상체펴기를 하면 잠이 들곤 했습니다. 아주 편한 자세에서도 잠을 자기 힘들었는데 그 불편한 자세에서 잠에 드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마치 한의원에서 여러 군데 침을 맞고 있다보면 잠에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느끼기엔 불편하지만 몸은 그것을 편하게 느껴서 잠에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수면제를 먹은 다음날 약기운에 힘들면 그냥 낮잠은 자지 못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상체펴기를 해서 토막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10분 정도이긴 하지만^^;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저도 여러차례 운동법을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몸살림에서 가르쳐주는 운동은 다 했습니다. 예전에는 2번 방석숙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했고, 팔법도 했습니다. 조교님이 따로 가르쳐준 운동도 했습니다. 그때는 모든 운동을 10분에 맞춰서 했고요. 그러다가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팔법은 빼고 상체펴기와 온몸펴기의 시간을 늘렸습니다. 그러다가 2단계 온몸표기를 시작할 즈음해서 허리펴기와 하체풀기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온몸펴기와 상체펴기, 가장 효과가 좋은 이 두 가지 운동을 위주로 하게 된 것이죠.
운동을 하다보면 몸의 이상한 일이 생기곤 합니다. 제가 겪은 것 중에 하나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랜 시간 상체펴기를 하면 팔에 쥐가 났었는데 그 정도를 넘어 이제 일상에서도 오른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도 수저를 들 힘이 없어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혀서 먹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몸이 나아가면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초등학생 여자 아이와 팔씨름을 한 적이 있는데 졌습니다; 다행히 약 2~3주 정도가 지나자 팔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렇게 차츰차츰 호전되어 가다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됩니다.
2009년 8월 하순경 무더운 여름날 사흘 연속 수면제를 먹고 힘들게 잤습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공포감은 극심해졌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역시 잠에 못 들고 약을 먹었는데 그래도 잠들지 못했습니다. 약을 먹고도 못 자는 것은 불면증 환자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이죠. 새벽에 자는 엄마를 깨워 울면서 무섭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저를 안고 기도를 해주었고 저는 다시 약을 하나 더 먹고 조금 잘 수 있었습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자 약 기운에 몸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새벽 5시 정도가 되어 몸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불안감이 심할 때 가만히 있는 것이 무엇보다 힘듭니다. 자려고 누워 있는 시간이 지옥이었죠. 하루도 거를 수 없는 그 일과가 지겹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오랜 시간을 걸었습니다. 걷고 있으면 조금 나았으니까요. 그래서 그 새벽에 무작정 밖으로 나가 정신을 주체하지도 못하면서 걸었습니다. 걷다가 한 절에 들어갔습니다. 만약 그 곳의 스님을 만난다면 저를 어떻게 좀 해달라고 부탁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벽이라 아무도 없어서 저는 불상앞에서 108배를 하고 다시 나왔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모태신앙으로 크리스찬입니다^^ 그렇게 더 걷다가 동네에 무당집이 많다는 것이 떠올라 한 곳을 들렀지만 잠겨 있었습니다. 아마 '선녀보살'이라고 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그곳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하고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래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토막잠이라도 자기 위해 상체펴기를 했지만 잠 들지는 못했습니다. 상체펴기 30분을 하고 온몸펴기를 하려고 하는데 몸에 너무 힘이 없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오후에 예전에 한 번 간 적이 있는 최면치료하는 곳을 갔습니다. 최면치료는 대부분 예약을 해야 하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전화를 하니 오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곳은 보통 집을 개조해 만들어 놓은 곳이었습니다. 방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세션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신은 혼미하고 기운도 없고,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 최면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최면을 유도하고 있을 때 저는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무서워요'라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목에 바람이 드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치는 공포감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최면치료하는 사람은 치료를 포기하고 자가최면하는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을 가르쳐준다며 제게 자기가 하는 말을 따라 하라고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하세요' 제가 따라하다가, '이건 호오포노포노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제가 여러가지 방법들을 수집만 하고 어떤 것 하나에 집중해서 하지 않는다며 다그쳤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세션을 마쳤습니다. 치료에 실패한 것이죠. 그녀는 치료비용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10만원이나 하는 돈을 아끼게 된 것이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매달려본 최면치료에도 실패했다는 생각에 절망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이제는 정말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뿐인 비참한 인생, 하루 빨리 끝내는 편이 가족에게도 더 나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또 한 번 커다란 문제에 부딪힙니다. 그 날도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그때까지 먹었던 약은 예전 글에 잠깐 언급했었던 '스틸녹스'라고 하는 수면유도제입니다. 그 약의 최대 장점은 효과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누워 있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전 그것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다니던 병원에서 의사는 다른 약을 처방해주었습니다. 제가 스틸녹스를 달라고 했더니 자신은 그것을 처방하지 않으니 다른 병원에서 그 약을 받던가, 아니면 자신이 처방하는 약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답답했지만 할 수 없이 그 의사가 주는 약을 받아왔었습니다. 그때 그것이 떠올라 그 약을 먹기로 했습니다. 10시에 그 약을 먹고 한 시간 가량 시간을 보내다가 자기 위해 누웠습니다. 그리고 힘들긴 했지만 잠에 들었습니다.
그때 처방받은 약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수면제는 아닐 겁니다. 그 의사가 하는 말로는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복용한 적이 있는 '트라조돈'과 비슷한 약이라고 했습니다. 스틸녹스는 빠른 효과만큼이나 강력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틸녹스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연예인 자살,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편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방송에서는 '졸피뎀'이라고 한 것 같은데, '스틸녹스', '졸피뎀', '졸피람', '졸피' 모두 같은 약입니다. 긴급출동 SOS '감옥살이 기도원'편에서 그 곳에 갇힌 사람들에게 주기도 하더라구요. 은근히 많이 처방되는 약입니다. 불면증 환자는 그 빠른 효과 때문에 그 약을 한 번 복용하면 쉽게 의지하게 됩니다.
(계속)
첫댓글 정말로 사투를 벌였군요. 저도 6개월에 나중에 또 3개월 불면증을 앓아 보았지만,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에는 밖에서 코 삐룰어지게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도 잠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소주 두 병을 더 사 가지고 와 혼자 마셨습니다. 그러면 몸이 지칠 대로 지쳐 쓰러져서 자게 됐습니다. 한번은 새벽 6시에 잠들어 두 시간 자고 깨고 말았지만, 박상우 님처럼 사투를 벌이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버릇이 이때 샹겼지요.
짐작도 가지 않는 고통을 겪어셨군요...좋아지셨기 때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입니다...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