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W'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니스 프리드먼' 인터뷰
수많은 잡지 가운데 그 잡지만의 개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패션 화보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사진가와 에디터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그들의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업하게 하고, 그 완성된 결과물을 그 잡지의 성격에 맞게 요리해놓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독자를 흥분시킬 수 있는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에 최고의 목표를 두고 있는 <W>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니스 프리드먼에게서 듣는 <W>와 패션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
<W Korea> 많은 사람들에게 <W>는 ‘특별한 잡지, 무언가 다른 잡지’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들이 <W>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까? Freedman 사람들은 각각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정한 어떤 방법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옳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잡지는 독자에게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W>는 그 여러 가지 시각 중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롭고 짜릿한, 그래서 오래 잔상이 남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짜릿함’을 위해선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을 끌어내야만 하는데, 그 위험함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게 <W>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독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기보다는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W Korea> 그렇다면 <W>를 표현하는 한 단어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Freedman <W>를 한 단어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웃음) 흠…, <W>는 정열적이고 감수성이 강하고 야심차고 지적인 잡지입니다. <W>에는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W Korea>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Freedman <W>는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카탈로그 역할을 하는 패션지가 아닌, 독자들을 흥분시킬 수 있고, 흥미롭게 만들어야 하는 잡지입니다. 이런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도전’은 빠뜨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야심이 없는 잡지는 죽은 잡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패나 모험을 두려워한다면 그 잡지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잡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자극하고 더 높고 더 어려운 곳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고 생각합니다. 모험이 없는 잡지? 너무 우울하게 들리는군요! 특히나 요즘 세대의 독자들은 다양한 문화를 빠르게 접하고 느낍니다. 이들의 지적 호기심과 감각을 이끌지 못하는 잡지라면 그 생명이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잡지는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 모두가 각자의 일에 믿음을 가지고 일하는 동시에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개개인의 힘이 모여 지금 <W>가 가지고 있는 그런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W Korea> 그동안 당신이 작업한 것 중 <W> 독자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 두 가지를 뽑는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Freedman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작업보다는 그 수가 적다 해도 그 작업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은 것을 뽑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본 적이 있는 작업보다는 독자들이 잡지에서 상상하지 못한 것, 그래서 화보를 보는 순간 그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여러 명이 좋아한 그 숫자의 위대함보다는 소수라 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그들에게 감동을 준 작업을 뽑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는 케이트 모스와 함께한 촬영이 생각나는군요. 여러 명의 예술가와 사진 작가들이 케이트를 모델로 삼아 함께 작업을 했었습니다. 마이클 톰슨, 닉 나이트 같은 유명 패션 사진 작가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그녀를 카메라에 담아냈고 척 클로스, 루시앙 프로이드 같은 아티스트들이 그녀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를 만들어낸, 사진과 패션이 하나로 접목된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예술적인 시각과 패션 잡지가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서로 아무 장애 없이 잘 어우러졌던 것이 인상적이었고, 더 신기했던 것은 그런 예술 작품들이 상업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사진가 유겐 텔러의 화보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크 제이콥스 광고 촬영으로도 유명한 그가 1999년에 오트 쿠튀르의 세계에 사는 여성들을 주제로 스냅 사진풍의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꾸미려 하지도 않았고, 리터치 같은 후반 작업도 없었죠.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많은 독자들이 그 화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보이는 그대로의 쿠튀르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W Korea> <W>를 위해 당신이 진행한 작업 중 최고의 비주얼들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Freedman 2000년 <W>에 나왔던 ‘Cuba Libre’라는 타이틀로 쿠바에서 촬영한 30페이지짜리 화보입니다. 이 화보 역시 여러 명의 아티스트와 사진가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많은 예술 작품들이 상업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그와 반대로 패션은 상업성만을 가진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도 이 화보의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예술은 패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이고, 패션 사진도 그 한 종류의 예술입니다. <W>와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 유겐 텔러 같은 사진가는 상업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면으로도 성공한 작가로 꼽을 수 있습니다.
<W Korea> 패션 화보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고 발전시켜 나가는지요? Freedman 아이디어는 아주 여러 곳에서 얻습니다. 사진가, 에디터들과 미팅을 하면서 얻을 때가 많고, 그 외에는 삶에 연관된 모든 곳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습니다. 패션 화보라고 해서 패션쇼에서만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편협해지기 쉽죠. 문화, 예술품, 영화, 음악과 같은 주위에 있는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 하나의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들과 접목되고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추가되어 만들어지는 게 패션 화보입니다.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여러 명의 팀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역량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나가면서 처음 생각한 컨셉트와 아이디어들이 견고해진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