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째 주,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방학이 성큼 앞으로 다가온 토요일 오후.
우리는 각자 잠시 일손을 멈추고 약속 장소를 향해 만남의 설렘 속에
발걸음이 분주함을 느낀다.
강림 어느 깊은 산골짝 조그만 동네,
초가집들이 옹기종기모여
아침이면 꼭 끼~오 닭들의 합창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이면 굴뚝연기가 모락모락 밥 짓는 냄새를 풍기며,
서로 돕고 사랑하며 풋풋한 정으로 살아가던 아시내라는
아름답고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
그곳에서 우리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새벽 일찍 일어나 앞산등성에 모여
건강 체조를 하고 동네어귀에 풀을 뽑고 꽃도 심으며 무찌르자 오랑케,
반공 방첩을 외치며 열심히 새마을 운동에 동참한 초등학생 친구들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은 토끼 잡으러 가는 날.
먹을 것을 찾아 눈밭을 헤메는 토끼는 우리들의 먹이 감에 충분하다.
밤이 되면 또 우리를 유혹하는 서리라는 놀이가 있다.
이웃집 동물이나 채소 과일을 몰래 가져다 먹고 즐기는 놀이다.
(요즘은 큰일 난다 도둑으로)
어쨋든 우리들은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산골짜기 조그만
동네에서 꿈을 키우며 함께 자란 친구들이기에 만나면
이야기 거리가 끝이 없다.
약속장소는 강림강촌식당,
6시 30분인데 벌써 모두모여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어 있었다.
“함께 자란 또래친구 중에 죽은사람 하나 없고,
결혼 실패(이혼을 말함)한 사람 없고,
돈 빌려 달라고 떼쓰는 사람없고,
참으로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자~알도 참고 견디며 잘살아준 친구들이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이제 죽을 때까지 같이 가는거야” 말도 잘하는 기섭선배,
4남매를 잘도 키워 모두 출가시키고,
아내와 둘이서 고향땅을 지키며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는 당신 존경 합니다.
"아시내 말만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말 하지마라”
하면서도 우리들이 보고싶어
먼길 발걸음 가볍게 달려오신 영식선배,
외롭고 낯선 타지에서 건강하게 잘살아 주셔서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제 시아버지가 되어서 좋겠네요?" 했더니
“시아버지가 되냐 할아버지가 되지.”
하면서 입이 귀에 걸린 영조선배,
‘시아버지가 되는것 맞거든요.’ 호호호 축하합니다.
아시내에 유일한 면장님,
아드님은 검사님이신가요? 변호사님이신가요?
참 뒷바라지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꽃그림맞추기 놀이 하실때는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가지고 오세요.
어차피 선배가 좋아하는 영식선배 빵 사드린다
생각하면 아까울것 하나도 없을텐데. 4박스 사드렸거든요. 후후훗~
중년의 중후한 멋을 풍기는 멋진 과장님이시지만,
그림맞추기 놀이 하실때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재미있는 태규선배.
“아시내를 나는 영원히 사수한다.”
소리 없이 묵묵히 지키며
3남매를 잘 기르신 갑선선배(승천) (갑선이 더친근해요)
며느리 산후조리비까지 챙기는 자상함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사위를 얻는다구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딸을 빼앗기는 겁니다.
독수리가 두날개를 쫘~악 펴고 토끼를 채가는 겁니다요.
도둑놈이 댁의 따님을 훔처가는 것이라구요.
술먹고 헤롱헤롱 하지 마시고 정신 바짝 차리세요.
내 아들로 만들려면, 헤헤헤~ 축하합니다. 영길친구.
‘작명소에 투자했다구?’
10배 아니 100배에 수익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아들 잘생기게 낳아 직장 잘 다니고
딸 예쁘게 낳아 직장 잘 다니면 됐지 뭐가 걱정 입니까?
행복한 고민 그만 하시고
몸 건강에 투자 하세요. 영백친구. 하하하~
'돈 잘 버는 비법이 뭔가요?'
나의 자랑스런 친구. 세상은 돈이 있어야 대접 받고 살거든요
돈 쓸때 쓸줄 아는 당신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내 친구도 부자가 있다.”
자랑할수 있도록 더 많이많이 벌어서 좋은일 많이 하세요.
상학친구. 무릎 관절도 빨리 낳도록 열심히 치료 하시고.
와~우! 심봤다!
너 정말 심마니 다됐더라 카페에서 봤지.
마라토너. 심마니. 뭔가 어울릴것 같기도 한데.
음~ 산삼 먹고 아무 여자들에게 힘자랑 하면 안되요.
네 아내 에게만 써먹어라.
괜히 변태소리 듣지 말고. 히히히~
춘식아 고생이 많다.
우리들한테 시달리느라.
배움에 목말라 늦은 나이에 공부하며
졸업 여행 다녀왔다고 행복해 하는 너의모습 참 아름다웠어.
월드컵 때 붉은악마들이 외치던 말이 생각나네.
“꿈은 이루어 진다” 네 꿈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지만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은 정말로 본받을만하다. 대단해 옥란아.
“아는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오우! s라인 다이어트 제대로 했던데,
딸 둘다 시집 보내고.
이제 자신의 건강과 취미생활로 삶을 변화시킨 너의모습 보기좋다.
나는 언제 자유를 찾냐. 에구 모르것다,
옥란아! 염색하지않고 파마하지도 않은 자연머리,
안경없이도 잘보이는 너의 두눈,
탱탱한 얼굴. 신에게 감사하며 살아라.
우리의 많은 이야기는 초록민박으로 장소를 이동해서
새벽비가 내릴때까지도 끝이 없었다.
강림하늘에 구멍이 뚫어졌나보다.
양동이로 퍼붓듯 세찬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우리들의 계획에 훼방을 놓았다.
3일 우리는 강림개울에서 족대로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해먹을 예정이었다.
지난번에도 태종대 앞개울에서 영백,영범, 고기를 잡고.
영식선배 옆에 종다리 들고 따라다니고.
남은자들은 찐옥수수를 먹으며 웃고 즐겼다.
아침 일찍 우산을 들고 개울에 나가 보았다.
누우런 황토빛 거센 물줄기가
들어오면 삼켜버릴듯 무섭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우리를 한 방에 가두어 꼼짝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고기 잘잡는 영백도. 매운탕 맛있게 잘 끓이는 태규선배의 솜씨도.
빛을 보지못하고.
꽃그림맞추기 놀이가 시작 되었다.
그림맞추기 선수나 응원하는 자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두눈이 초롱초롱 꽃그림맞추기 놀이에
소리지르고 웃고 떠들며 그속에 빠저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삶과 생활에 터전이 있는 곳.
가족이 기다리고 직장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곳으로
왔던 길을 뒤돌아 가야한다.
부곡송어회도.태종대 막국수도. 맛있다고 소문난 강림순대국도.
태규표 맛있는 매운탕도. 찐옥수수도.
아무것도 맛보지 못한채.
우리는 그렇게 쏟아지는 빗속에 매운 짬뽕가락으로.
헤어짐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따르릉~ 엄마! “은혜에미 너 어디냐?”
"초록민박이예요." “어떻게 집에 가냐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걱정 마세요.
원주 나가는 친구 차타고 갈께요."
“집으로 들어오지.” "아니예요."
“그래 그럼 조심해서 가거라.“
팔순노모의 끝없는 자식 사랑. 딸 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집에와서 샤워하고 자고 있는데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었다고 딸이 말했다.)
2011년 7월 3일 비내리는 깊은밤에~
첫댓글 이글이 더 정감이가네.
특히 대화체글이 많아서
극적 효과를 더하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