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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뒤져보니 (제가 불어는 잘 몰라서 ^^;;) “원제인 'La Vie Devant Soi'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뜻이 아닌 <'여생'-앞으로 남은 삶>이라는 뜻이다”라는 글이 있더군요. 해서 다시 위키피디아를 뒤져보니 영어로는 애초 ‘모모Momo'로 번역됐다가 1986년에 ‘The Life Before Us’라고 다시 출판됐다고 하네요.
모모 하니까..모모 (김만준, 1978년 제1회 전일 대학가요제 수상곡)라는 노래도 떠오른다고 쓰려고 했는데 이미 정철 사서님께서 링크를 걸어주셨네요.
각설하고. ‘자기 앞의 생’ 발제 들어갑니다.^^(일에 치여 발제가 두서가 없고, 오탈자가 많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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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끝 문장. “사랑해야 한다”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그런데 왜 하밀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리기 전엔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대답을 했고, 치매에 걸린 뒤엔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했을까요?
아니, 왜 모모는 할아버지가 한 말(사랑없이 살 수 있다)을 자기 뜻(사랑없인 살 수 없다)대로 고쳤을까요? 사람은 정말 사랑 없이, 사랑하는 사람 없인 살 수 없을까요?
P.307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중략)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p.13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p.299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난 쿠스쿠스를 무척 좋아한단다, 빅토르야. 하지만 매일 먹는 건 싫구나.”
“하밀 할아버지, 제 말을 못 들으셨나봐요.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의 얼굴이 속에서부터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그래, 정말이란다. 나도 젊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
“모하메드요. 빅토르가 아니구요.”
“그래, 그래 우리 모하메드야. 나도 젊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했어. 한 여자를 사랑했지. 그 여자 이름이.....”
2. ‘자기 앞의 생’에선 혈연관계의 가족이라는 것이 무슨 의민가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데요. 요 부분에서는 최근에 끝난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나 영화 ‘가족의 탄생’(탕웨이와 결혼하셔서 주위를 부러움에 몸서리치게 만든 김태용 감독의 영화)과도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서 혈연보다 더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잖아요. 오히려 혈연이라든가, 일반적인 가족의 의미는 로자 아주머니와 모모에 의해 조롱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왈룸바 씨의 입을 빌어 이런 혈연관계나 파편화된 개인주의 보다는 선한 공동체의 필요성, 혹은 복원(?)을 꿈꾸는 듯도 합니다. 특히 노인이나 젊은이를 위해선 공동체가, 종족이 필요하다고 왈롬바 씨는 말하는데요. 저역시 혈연 관계로 묶인 대가족으로의 회귀보다는, 이웃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모모를 품은 사람도 나닌씨와 라몽씨였구요. 그런데 (사실 그리 따뜻하지도 않으면서)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요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혹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면, 공유하고 싶습니다.
p.10
내가 몹시 슬퍼하는 것을 보고 로자 아줌마는 가족이란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집에서 기르던 개를 나무에 묶어두고 바캉스를 떠나는 가족도 많고, 해마다 그런 식으로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죽어가는 개가 삼천 마리씩이나 된다는 것이다.
p71
진료실 문이 열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카츠 선생님이 나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아졌다. 의학은 바로 이런 때 소용 있는 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내 건강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아줌마는 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그녀가 인류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내 몸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커지곤 했다. 그 다음으로 그녀의 큰 걱정거니는 세상의 이모, 고모, 삼촌들이었다. 교통사고로 부모가 다 죽었는데 아이는 맡기 싫고, 그러면서도 동네사람들이 몰인정하다고 비난할까봐 고아원에도 못 보내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이모, 고모, 삼촌들이 아줌마의 집에 데려오는 아이들은 넋이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로자 아줌마는 그런 아이들을 ‘넋빠진 애’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그애들은 정말 얼이 빠져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아이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어떤 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고 그저 옛날 사람 같아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태인 셈이다.
p.73
자식을 버리는 엄마들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로자 아줌마는 동물세계의 법이 인간세상의 법보다 낫다고 말하곤 했다. 인간세상에서는 아이를 입양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로자 아줌마는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세계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동물들에게는 자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특히 암사자의 세계가 그러하단다.
p.197
프랑스와 같이 크고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 때문에 노인들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노인들은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으므로, 그저 방치해둔다는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종족 단위로 모여 사는데 노인들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인들이 죽어서도 종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없다. 왈룸바 씨는 프랑스에서는 종족이 완전히 해체되었고, 그 대신 떼강도들이나 모여 일을 모의하고 저지른다고 했다. 왈룸바 씨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종족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종족이 없으면 그들은 바다 속의 물 한 방울과 같아지고 결국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왈룸바 씨는 또 이젠 모든 것이 규모가 너무 커져서 천 이하는 셀 필요도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무기를 갖고 모여 살 수 없는 노인들은 주소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보잘것없는 소굴에 모여 살게 되는데, 그들이 거기, 엘리베이터도 없는 보잘것없는 아파트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고, 그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해 소리쳐봤자 너무 힘이 없어서 아무도 듣지 못한다고 했다.
왈룸바씨의 생각으로는,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일손을 많이 데려와서 매일 아침 여섯시에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몸이 나빠진 노인들은 치워버려야 할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노인들이 살아 있는지 어떤지 아무 관심도 없다. 이웃에서 악취가 나니 가보라고 경비원에게 말할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 그리고 안락사,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 자연의 법칙에 저항하는 삶.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를 두고 자연의 법칙도, 의학의 저항도 거부한 듯 합니다. 하지만 로자 아주머니의 뜻을 받들었는데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안락사와 존엄사는 곧 주요 화두가 될 듯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해서요.
p.126
내게도 만약 선택권이 있었다면 내게 고통만 주는 무능한 유태인 노인네보다는 더 나은 가정을 택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런 상태로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로자 아줌마가 개였다면, 진작에 사람들이 안락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사람이 고통없이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P. 181
로자 아줌마의 꼴이 아직도 눈에 선했고 너무 끔찍한 나머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자신의 처지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일도 끔찍했지만, 벌거벗은 채 추잡한 미소를 띠고 구십오 킬로그램의 거구로 손님을 끄는 시늉을 하며 이미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느니 차리리 그녀의 고통을 줄여줄 법적인 조치가 절실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모두 자연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자연 속의 예비 부속품들인 인가부터 지켜야 할 것 같다.
p.202
"모모야, 그들은 나를 억지로 살려놓으려 할 거다. 병원이란 데가 원래 늘 그 모양이야. 법이 그러니까. 나는 필요 이상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더 살 필요가 없어. 아무리 유태인이라도 한계가 있는 거야. 그들은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 할 거다. 의사는 처방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 그것이 그들의 특권이니까. 내 친구 중에 유태인이 아닌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다 잃었어. 그런데 병원에서는 순환계를 연구한답시고 십 년씩이나 그를 병원에 잡아두고 고생을 시켰지 뭐냐. 모모야, 나는 의학적 연구를 위해서 살고 싶지는않다. 내가 정신이 들락날락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의학적 공헌을 위해 그런 상태로 수년씩 더 살고 싶지는않다. 자, 그러니 나를 병원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오를레앙에서 들려오면 네 친구에서 부탁해서 내게 주사를 한 대 놔주렴. 그러고는 시골에 내다버려줘. 숲에다 버려줘.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전쟁 후에 한 열흘간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공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구나. 내 천식에는 도시보다 그곳이 훨씬 좋을 거야. 내 엉덩이를 삼십오 년 동안 손님들에게 내주었는데, 이제 와서 또 의사들에게 내주고 싶지는 않아. 약속해주겠지?“
p.306
내가 수양엄마의 시체 옆에서 삼 주일을 지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로자 아줌마는 내 수양엄마가 아니었으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오래는 내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향수가 다 떨어지고 없었으니까. 나는 롤라 아줌마가 준 돈과 내가 훔친 돈을 가지고 향수를 사러 네 번 더 밖으로 나갔었다. 나는 그녀의 몸에 향수를 몽땅 뿌려주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기 위해 온갖 색깔로 그녀의 얼굴을 칠하고 또 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뚱이는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란 게 없으니까.
4. 책이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 사랑스럽습니다. 카츠 선생님, 하밀 할아버지, 롤라 아줌마 등등. 그래도 역시 로자 아주머니를 넘어서진 못할 듯 합니다. 저는 이 사랑 넘치는 (때론 자기연민에도 잘 빠지는) 로자 아주머니를 보면서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정혜신)의 말을 떠올랐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행복해야 도움 받는 사람도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러려면 이 도움 주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p.59
어느 일요일, 로자 아줌마는 아침나절 내내 울고 있었다. 그녀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루 종일 울기도 했다. 그럴 때는 실컷 울도록 내버려둬야 했다. 아줌마에게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p.63
로자 아줌마는 왜 항상 자는 동안 누가 자길 죽일까봐 무서워했던 것일까. 마치 그 생각에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략) 로자 아줌마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떨고 나서 나한테 괜히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목숨은 그녀에게 남아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p.65
<아이들에게 신경안정제를 투약하는 보모들>
로자 아줌마의 경우는 정반였다. 흥분할 일이 생긴다거나 아이들 중 누군가가 아주 고약하게 굴면-그런 경우는 늘 있게 마련이다-아줌마 자신이 신경안정제를 잔뜩 털어넣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치고받고 난리를 쳐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p.83
그녀에게는 층계가 제일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줌마는 날이 갈수록 숨을 쌕쌕거렸고, 덕분에 나도 천식에 걸렸다. 카츠 선생님은 심리적인 것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심리적 전염이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
p.95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P203
나도 로자 아줌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5. 책에서 제가 온전히 이해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인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혹 요 아랫부분을 어떻게 이해들 하셨는지 공유해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p.114
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노인네가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쉼표가 아니라, 차라리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나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
6. <우리는 언제가 죽는다> 이후 또 한 번 ‘늙는다’는 것에 생각을 했는데요.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의 열다섯 살 무렵 사진을 들고 하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맺어주려고 시도 합니다. 근데 하밀 할아버지가 자신은 이젠 너무 늙었다고 하자 모모는 결혼을 고통을 나누자고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습니다. 이제 뜬금없는 제 질문입니다.^^결혼은 정말 고통을 나누는 순기능을 하고 있나요? 사별을 하거나 이혼을 하게 되면, 또 재혼을 하면서 일생을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그냥 혼자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p149
사람들은 창녀들이 젊었을 때는 성가시게 쫓아다니지만 일단 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창녀들에게는 포주가 있지만 늙은 창녀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 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 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p.175
그런데 자연은 노인들을 공격한다. 자연은 야비한 악당이라서 그들을 야금야금 파먹어간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것이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을 안락사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이 그들을 천천히 목 조르고 결국엔 머리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게 도리 때까지는 내버려두어야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아직 더 늙을 수 있었다. 어쪄면 백열 살까지 살아서 세계 기록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 어쨌든 하밀 할아버지가 오줌을 누러 가는데 부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슬픔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테니까.
p.193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입원 시켜놓으면 노인들은 더 심한 우울증에 빠져버릴 거라고도 했다. 카츠 선생님 말로는, 이 시대는 너무 인정이 메말라서 예순다섯 살에서 일흔 살 정도가 되면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p.153
그들은 둘 다 사랑이 필요했지만 나이가 나이니만큼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열 다섯 살에 찍은 사진을 할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고통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잖아요. 젠장, 다들 그러려고 결혼을 하는 거래요.”
7. 그리고 하밀 할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말은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p93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사실 모모는 요런 아이였잖아요.
p.44
내 생각에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은 매사에 걱정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p.268
“나는 절대로 정상은 안 될 거예요, 선생님. 정상이라는 작자들은 모두 비열한 놈들뿐인걸요.”
p.116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나는 아마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7. 참 이 책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p.34
나(카츠)는 그에 대해 아주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내게 건네는 관심 어린 말을 들은 것도, 내가 무슨 소중한 존재라도 되는 양 진찰을 받은 것도 바로 그의 진료소에서였기 때문이다.
p240
나는 한 삼십 분 동안이나 말문이 막힌 채 딸꾹질만 했다. 낯선 남자는 내가 심한 충격을 방사서 그렇다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게 무척 기뻤다.
p.245
나는 점점 더 흥분해서 열심히 말했다. 잠시라도 말을 멈추면 그들이 더 이상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다. 라몽은 안경 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녹음기를 가져왔다. 내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내가 중요한 인물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머리숱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녹음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인질로 붙잡아 죽이는 것 말고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바캉스 장소를 산과 바다 중에서 선택하듯이 사람들도 그렇게 선택당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듯이,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낸 나치나 베트남 전쟁 같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을 선택하듯이 말이다. 그러므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에 사는, 과거에 너무 고통스럽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유태인 노파 같은 건 누구의 관심사도 될 수 없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몇백만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돈이 적게 드는 일일수록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