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 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아름다운 메밀밭이 배경이 된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효석은 하얀 메밀꽃이 피어난 장관을 시적인 문장으로 묘사했다. 이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다. 이효석 문화마을로 지정된 봉평은 매년 메밀꽃 개화시기인 9월이면 효석 문화제가 열린다. 각종 공연, 행사장, 먹을거리촌을 중심으로 옛 모습의 장터가 고스란히 재현되는데 메밀로 유명한 봉평에서는 담백한 메밀국수와 매콤한 메밀전병, 메밀 부침개등을 맛볼 수 있다.

멀리 봉평에 가지 않더라도 청주에서 메밀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 있다.
바로 산남동에 위치한 ‘묵사발’이라는 메밀음식 전문점이다.
메뉴는 묵사발 6천원, 메밀전병 5천원, 메밀로 만두피를 빚은 만두 4천원,
메밀전 4천원, 감자떡 4천원 이다. 여기에 특이한 것은 옹심이를 대표 메뉴로 한다는 것이다. 옹심이는 원래 간 감자를 동그랗게 빚어 멸치 육수에 갖은 채소와 함께 끓인 강릉 지역 향토음식이다. 옹심이라는 이름은 감자를 간 것을 새알심처럼 빚어 만들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남동 묵사발에서는 감자옹심이를 들깨가 들어간 육수에 메밀국수와 함께 내 온다. 이름처럼 동글동글 옹심하게 생긴 이 감자옹심이의 식감은 쫄깃쫄깃하여 처음 먹는 사람들도 신기한 식감과 담백한 맛에 흠뻑 빠질 것 같다. 만두는 직접 빚으신 수제만두이며 메밀로 만두피를 만들어 색깔이 특이하다. 도토리 묵사발은 냉/온 선택이 가능하다. 육수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여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건강한 맛이 느껴진다.

메밀전은 얇게 부쳐서 나오는데 담백하며 고소하다. 세트메뉴에서 함께 나오는 묵무침을 메밀전에 싸서 돌돌 말아먹으면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3인이상 주문 가능한 옹심이 정식은 묵사발, 메밀전, 만두, 옹심이를 1인당 8천원에 코스로 먹을 수 있는 메뉴이다.

메밀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여 술 먹은 다음날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메밀은 성질이 찬 음식으로 몸속의 열을 내려주니 여름철 별미로 적합하다. 메밀은 칼로리도 낮고 숙변제거 효과도 탁월하다고 하니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 메뉴인 것 같다.

메밀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정겨운 실내 분위기와 친절한 사장님의 서비스도 함께하는 산남동 ‘묵사발’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묵사발/284-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