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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L. 헤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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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일간신문 6면의 연재 만화 아랫단에 단 몇 구절로 짧게 실려 있었다. 그것은 이웃 아이를 죽일 뻔한 여섯 살짜리 아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꽤 추운 11월의 어느 날 밤에 한 여자 아이가 세 살짜리 남자 아이를 유괴해서, 근처 숲속의 한 나무에 묶어 놓고 불을 질렀던 것이다. 남자 아이는 중태로 간신히 구제되어 병원에 실려 갔고, 여자 아이는 체포되었다.
나는 이 기사를 여느 신문기사를 읽을 때와 같은 기분으로 읽었으나, 순간적으로 이 세계에 어떤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스쳤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설거지를 하는 도중에 문득 그 기사가 머리에 떠올라 경찰이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해졌다. 여섯 살짜리를 설마 감옥에 넣지야 않았겠지만, 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람이 술술 새는 시립구치소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잠시 상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그 기사의 내용이 나와 관계가 있게 돌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어떠한 교사도 그런 짓을 저지른 여섯 살짜리 아이를 자기 학급에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어떠한 학부모도 그런 아이가 자기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어느 누구도 그 아이가 고삐 없이 놓아지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아이가 내 담당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당시 교육청에서 일명 '쓰레기 학급'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특수학급을 지도하고 있었다. 다음해부터는 교육위원회에서 특수아들을 일반학교에 통합시키는 방침을 실시하였지만, 그 해까지만 해도 특수아들은 정신지체/정서장애/지체부자유/행동장애/학습장애 등의 종류별로 분류되어 각자 해당하는 학급에 수용되었고, 분류가 불가능한 8명만이 내 학급이었다. 결국 내가 맡은 학급은 어린 '인간 쓰레기'를 수용하는 특수학급이었던 것이다.
지난 봄 나는 일반학급에 다니는 정서장애아의 학습장애아들을 도와주는 시간제 자원교사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얼마 동안 여러 가지 자격으로 그 지역에 살았던 탓으로 5월에 특수교육국장인 에드 섬머스가 나를 찾아왔다. 그가 이번 가을 학기부터 그 '쓰레기 학급'을 맡아 줄 수 있느냐를 물어왔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었다.
그는 내가 심한 정서장애아들을 다루어 본 경험이 있다는 것과 어린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한 후에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그런 아부하는 듯한 말이 얼마나 스스로를 부자연스럽게 하는가를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약간 주저하였지만 결국 그것을 수락하였다. 그 이유는 다시 한번 아이들을 믿음으로써 내 자신의 학급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본디 그러한 마음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억압적이던 교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마음이 좋았으나 나와는 사고방식이 달랐다. 그는 나의 평상복, 무질서한 학급, 그리고 내 이름을 경칭 없이 부르는 학급 아이들에 대해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이것들은 사소한 문제로 보였지만 모든 작은 일이 그러하듯 중요한 오점들이 되었던 것이다.
에드의 요청대로 이 학급을 맡음으로써 나의 청바지, 소탈함 및 아이들에 대한 친밀감이 간과되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받아들인 이상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나의 확신은 개학 첫날부터 상당히 약해지고 말았다. 내가 느낀 첫 번째 타격은 똑같은 학교와 똑같은 교장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교장은 이제 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8명의 아주 유별난 아이들에 대해서까지 염려해야 했다.
우리는 즉시 별관에 있는 체육관이 붙은 방으로 내쫓겼다. 그 방은 크고 조용한 아이들이 쓰는 경우라면 충분한 크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그만 아이들 8명과 어른 둘이 써야 하고, 더구나 책상 10개, 탁자 3개, 책꽂이 4개와 많은 의자들을 놓기 위해서는 형편없이 좁았다. 그래서 교사용 책상, 책꽂이 2개, 서류함, 작은 의자 9개를 밖으로 내놓았으며, 결국에는 학생용 책상들도 모두 밖으로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방은 원래 검사 및 상담실용이었기 때문에 마룻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만 있다면, 하루종일 전등을 켤 필요가 없으며 더러운 얼룩이 남지 않는 리놀륨 바닥으로 된 방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우리 주의 법에 따르면, 내가 전일제 보조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내가 하루종일 심한 정서장애아들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해에 나와 같이 일했던 두 유능한 여자 중에서 한 사람을 쓸 수 있기를 원했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새로 고용된 서툰 사람이 배당되었다. 우리 지역은 주립병원, 감옥, 그리고 거대한 이민 노동자 거주지역이 인접해 있어서 사회사업부에 등록되어 있는 실업자들이 많았는데 비숙련직은 으레 그들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결국은 개교 첫날,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하는 멕시코계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29세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며 아이들과 일해본 경험도 없었다.
그는 이 일을 특별히 원치는 않았지만 이 일을 하게 되면 다른 이민 노동자들을 따라 캘리포니아로 가지 않아도 되고, 처음으로 겨우내 이 곳에 남아 있게 된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둘은 같이 일하게 되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14세의 여중생 한 명이 자기 자습 시간인 두 시간을 매일 우리 학급에 와서 일해 주겠다고 하였다. 결국 나는 이들과 함께 아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애초부터 이 8명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초년생같이 순진하지는 않은 탓이었다. 최상의 방어는 충격을 받거나 당황스러울 때에 내색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8월의 개학날 아침에 가장 먼저 도착한 아이는 피터라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여덟 살로 아프리카계의 거친 흑인이었다. 그 아이는 심한 발작과 점점 격한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질환이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건장한 신체를 갖고 있었다. 피터는 잔뜩 화가 나서 욕을 해대고 소리를 지르면서 방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는 학교를 싫어했고 나를 싫어했으며, 이 방에 있기를 싫어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그를 다루기 힘들었다.
그 다음에 도착한 아이는 타일러라는 여자 아이였는데 엄마 뒤에 살며시 숨어 검은 곱슬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타일러 역시 여덟 살이었고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었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두 번째에 마신 하수구 세척제가 식도의 일부를 부식시켰기 때문에 목에 인공 튜브를 끼고 있었다. 그 자살 기도에 관한 끔찍한 증거로 수술 때문에 생긴 붉은 칼자국이 많이 있었다.
이어 맥스와 프레디가 들어왔는데 그들은 둘 다 비명을 지르며 끌려 들어왔다. 맥스는 몸집이 크고 건장한 여섯 살 난 금발의 아이로 유아자폐라는 호칭을 달고 왔다. 그는 소리치고 울면서 팔을 휘저으며 온방을 빙빙 돌아다녔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맥스의 행동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기치 못한다고 변명처럼 얘기했다. 그 어머니는 지친 듯이 나를 쳐다보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 아이에게서 해방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눈에 역력했다.
프레디는 일곱 살로, 몸무게가 42킬로그램이나 되었는데 비계살이 옷의 끝과 셔츠의 단추들 사이로 비집고 나올 정도였다. 그 아이는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야 비로소 울음을 그쳤는데, 생기없이 누워서 모든 일을 멈추고 있는 무기력한 상태의 그 아이는 사실상 짐더미 같았다. 보고서에는 중증의 자폐아라고 기록되어 있었고 또 다른 보고서에는 도대체 모르겠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라는 일곱 살로 3년 전부터 알고 있던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가르친 적이 있었다. 사라는 신체적/성적 학대의 희생물로 항상 분노에 찬 지체아였다. 그 아이는 내가 다른 학교의 특수학급에 있을 때인 지난 해에도 내낸 선택성 벙어리였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와 언니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보냈고, 구면이라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다음은 깔끔한 옷을 입은 중년부인이 인형처럼 예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 아이는 의류잡지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정성들여 매만졌고, 산뜻하고 예쁜 옷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수잔나 조이였고 나이는 여섯 살로 학교에 처음 오는 것이었다. 수잔나를 보며 나의 마음은 움찔하였다. 입학 당시부터 내 학급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희망적인 표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수잔나의 부모에게 수잔나가 소아 정신분열증이라고 하였다. 그 아이는 분명 시각 및 청각적으로 환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질질 울거나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보냈으며, 말을 하지 않았고 혹 말을 해도 거의 의미 없는 말뿐이었다.
어머니의 눈은 마치 자신의 요정 같은 아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마술적인 의식을 행해주기를 나에게 애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부모들의 간청하는 눈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의 아이에게 필요한 마술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직면할 고통과 번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온 윌리엄과 길러모는 둘 다 아홉 살이었다. 윌리엄은 물, 어둠, 자동차, 진공청소기, 그리고 침대 밑에 있는 먼지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창백한 소년이었다. 그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 몸을 문지르거나 작은 소리로 몇 가지 철자를 낭송하는 것에 몰두하는 일이었다.
길러모는 해마다 들어오는 많은 멕시코계 미국인 이주자들 중의 하나였다. 그는 분노에 찬 소년이긴 했지만 그리 다루기 힘든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맹아였다. 처음에 나는 그를 내 학급에 배정하는 데 이의를 제기했었으나, 맹아 학급이나 약시 학급들이 그의 공격적인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도 같은 상황이었고, 나 역시 맹아를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10명이 되었고, 중학생 보조원 휘트니까지 모두 11명이었다. 맨 처음 다양한 아이들과 보조원들을 훑어보았을 때 나는 절망감에 빠졌다. 도대체 이 학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운영해야 그들과 9개월 만에 달성해야 할 산수와 다른 모든 기적을 행할 수 있겠는가? 3명은 대소변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았고, 2명 이상이나 사고를 낸 경력이 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셋이었고, 한 명은 말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 아이가 둘이었고,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도 있었다. 분명 이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나갔다. 안톤은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을 배웠고 휘트니는 카펫 밖에서 소변 받는 것을 익혔으며, 나는 점자를 익혔다.
교장 콜린스 씨는 별관으로 넘어오는 일이 없었고, 에드 섬머스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한 학급을 이루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쯤 되어서 서로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고, 나는 하루하루를 기대감을 가지고 맞이하게 되었다. 사라는 다시 정상적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맥스는 글자를 배우고 있었으며, 타일러는 가끔씩 웃곤 했다. 피터는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윌리엄은 식당까지 가는 복도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그대로 두고 지나갈 수 있었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주문을 외우는 일이 없었다. 길러모도 마지못해 하는 것이긴 했지만 점자를 배우고 있었다. 그러나 수잔나 조이와 프레디는 아직도 힘이 드는 아이였다.
나는 지난 11월에 읽었던 신문기사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머지않아 12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고 다시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에드 섬머스가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왔다. 그의 상냥했던 얼굴은 내가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변명의 표정으로 변하였다. 그 표정은 길러모를 위한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못했을 때나, 수잔나의 부모가 의사에게서 절망적인 보고를 들었을 때에 붙어 다니는 표정이었다. 에드는 그런 일들이 좋아지길 바랐으며, 나도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는 것을 믿었으므로 그에게 화를 내진 못했다.
그는 말하기를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 학급에 새 아이가 들어올 예정이오."
나는 한참 동안 무슨 말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이미 주에서 인정하는 최대의 수를 채우고 있었으며, 또 다른 아이를 받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에드, 난 지금 8명이나 데리고 있어요."
"나도 알고 있소, 토리. 하지만 이건 특별한 경우요. 우린 그 아이를 어디에도 맡길 데가 없어요. 유일한 선택은 당신 학급에 넣는 것 뿐이오."
"하지만 난 이미 8명의 아이를 맡고 있어요."
나는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내가 맡을 수 있는 법적 한계라구요."
에드는 괴로워 보였다. 그는 축구선수 같은 키와 근육을 지닌 우람한 체격에 중년 특유의 부드러움이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의 벗겨진 반짝이는 대머리 위로 남은 머리를 조심스레 빗어 넘기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성품이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그러한 사람이 전문적 교육계의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마 그것은 그만의 처세술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나에게 말해야 하는 일들로 괴로워할 때에 나는 언제나 부드럽게 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죠?"
나는 따지듯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지난 11월에 어린 남자 아이에게 불을 질렀던 아이요. 우린 이 여자 아이를 학교에서 빼내어 주립 정신병원에 보내도록 결정하였소. 하지만 그 곳에 아동부가 아직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아주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요. 현재 사회사업가들이 우리에게 말이 많소. 그 아이를 위해 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느냐고 말이오."
"사회사업가들은 그 아이가 그냥 집에 있게 할 수 없나요?"
나는 다시 물었다.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어떤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때, 그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를 집으로 보내는 방법(home bound)이 있는데, 나는 이 방법으로 많은 아이들을 지도했었다. 교육위원회는 가끔 심한 정서장애아들이 적절한 배치를 받게 될 때까지 이런 방법으로 다루어 왔다.
에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도 그 아이를 상대로 일하려 하지 않소."
나는 놀라며 말했다.
"그 아이는 겨우 여섯 살인데, 여섯 살짜리를 그렇게 겁내고들 있다구요?"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임으로써 그 아이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난 이미 내가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아동을 맡고 있잖아요?"
"교체될 만한 아이를 한 명 골라요. 우린 그 아이를 여기에 넣어야만 하니까 말이오. 토리, 이것은 주립병원에 아동부가 생길 대까지만 있는 임시조치일 뿐이오. 그러나 지금은 그 아이를 여기에 넣어야 하오. 이 곳이 그 아이를 다룰 수 있을 만한 곳이고, 또한 그 아이에게 유일하게 적당한 곳이기 때문이오."
"그 아이를 맡을 만큼 아둔한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거군요?"
"당신이 교체할 만한 아이를 직접 골라낼 수 있소."
"그 아이는 언제 오나요?"
"8일이오."
곧 아이들이 도착할 시간이었고, 나는 휴가 후 우리들의 첫날을 준비해야만 했다. 에드는 내가 하루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서 목례를 하고 떠났다. 그는 내가 그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내가 허세만 많았지, 오히려 마음이 여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안톤에게 그 소식을 전해주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나는 그 날이 가까와 올수록 누구를 보낼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물으며 갈등했다. 길러모는 분명한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나에게는 그를 가르칠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프레디나 수잔나는 둘 다 많이 진전되지 못했다. 또는 타일러일 수도 있었다. 그 아이는 요즘 자살을 시도하고 있지는 않았다.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더 이상 하지 않고, 검은 색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자료실 교사라도 그 아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둘러보면서 그들이 어디로 갈 것이며,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리고 그들이 내 학급에 없다면 어떨지를 상상해 보았다. 나는 그들 중 누구도 일반 학급의 엄격함을 견뎌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럴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들을 단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전화의 수화기를 꽉 쥐었다. 손에 땀이 나서 수화기가 자꾸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에드, 난 내 아이들 중 어느 누구와도 교체하고 싶지가 않아요. 우린 서로 잘 지내 왔어요. 난 그들 중 어느 한 명도 뺄 수가 없어요."
"토리, 그 곳에 그 아이를 꼭 넣어야만 한다고 당신에게 말했잖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당신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소."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전화기 옆 게시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하나도 참석할 수 없는 학교 행사들이 즐비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홧김에 말했다.
"내가 9명을 맡을까요?"
"9명을 다 맡는다고요?"
"법에 어긋나긴 하지만, 보조원 하나를 더 고용할 수는 없을까요?"
"생각해 봅시다."
"승낙하시는 거지요?"
"나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장담은 할 수 없소. 그럼 책걸상이 한 벌 더 필요하겠죠?"
"내가 원하는 건 책걸상이 아니라 다른 교사 한 명이나, 다른 방이에요."
"그렇지만 책걸상 한 벌로 참아 주시오."
"아뇨, 나는 책걸상이란 걸 쓰지 않고 있어요. 처음부터 방이 좁아서 책걸상은 안 들여놓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바닥에도 앉고 탁자 위에도 앉고 그래요. 정말이에요. 다른 책걸상은 필요없으니 보내려면 아이만 보내 주세요."
### 이어서 계속....
- 2 -
그 아이는 1월 8일에 도착했다. 나는 그 아이를 받기로 한 뒤, 그 아이가 도착한 날 아침까지 그 아이에 대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고 서류도 받지 못했으며, 가정환경 및 기타 배경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었다. 오직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한 달 반 전에 신문에서 읽은 두 줄짜리 기사 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내가 그 아이에 대해 무언가를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적절한 준비를 갖추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에드 섬머스는 그 아이의 손목을 꽉 쥐고 억지로 끌어당기듯이 데리고 왔다. 콜린스 교장도 모처럼 에드와 함께 이 별관에 왔다.
"이 분이 너의 새 선생님이시다."
에드가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곳이 너의 새 교실이란다."
우린 서로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쉴라였다. 나이는 여섯 살 반이었는데,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눈은 적의에 차 있었고, 악취가 풍기는 아주 작은 꼬마였다. 난 좀더 큰 아이일 것이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에, 겨우 세 살짜리의 키만큼 작은 것을 보고 놀랐다. 아이의 낡아 빠진 무명 작업복 바지와 색 바랜 남아용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린이 구호사업 광고에 나오는 아이 같았다.
"안녕, 내 이름은 토리란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으면서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나는 에드가 건네 주는 쉴라의 손목을 잡으면서,
"이 아이는 사라라고 하는데 우리 반의 환영 담당이거든. 이 아이가 너에게 방 안을 안내해 줄 거야."
라고 말했다.
사라가 손을 내밀었지만 쉴라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노려보았다.
"이리 와, 얘."
사라는 그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그 애의 이름은 쉴라란다."
나는 말해 주었다. 그러나 쉴라는 이런 친절한 행동들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지 화를 내면서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쉴라는 뒤돌아 서서 달려나가려 했으나, 다행히 콜린스 교장이 문 앞에 서 있어서 그 아이에게 부딪혔다. 나는 그 아이의 팔을 잡고서 다시 교실로 끌어들였다.
"우린 갑니다."
라고 말을 하는 에드의 얼굴에는 민망스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 사무실에 이 아이의 기록부를 두고 갑니다."
안톤은 에드와 콜린스 교장이 떠난 뒤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나는 쉴라를 우리가 항상 아침 토론을 벌이는 내 의자 앞으로 데리고 가서 내 앞의 바닥에 앉혔다. 다른 아이들이 우리 주위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모여들었고, 이제 우린 모두 열두 명이 되었다.
우리 학급은 매일 아침을 '토론'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수업 시작 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나는 기본적 욕구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한다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나, 학교측에서는 이와 같은 애국심의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의심스러워했기 때문에 절충하는 의미에서 토론을 창안해 낸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 모두는 무질서하고 파괴된 가정에서 오기 때문에 매일 아침마다 우리를 새로이 재조직해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의사 전달을 원활히 해줄 수 있고, 언어적인 이해력을 높여 줄 수 있는 것을 원했다. 우리는 먼저 맹세를 하는 순으로 하였다. 그 맹세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선창하는 식으로 했으므로 선창을 맡은 아이는 그것을 외워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휘를 만들어서 의미를 내포하는 말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그 날의 주제를 토론하는 것이었다. 보통 주제는 느낌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를 행복하게 것은 무엇인가'라든가, '우리가 만약 누군가 다쳤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등의 문제해결에 관한 것들이었다. 토론에는 모든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여러 주제를 제공했으나 한두 달 후에는 아이들 쪽에서 자기들의 의견을 제의했다.
주제토론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이 전날 방과 후에 일어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조금씩의 시간을 주었다.
아침토론의 이 두 가지 특성은 점점 더 활발해졌다. 때때로 수잔나도 참여하였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모두 말할 거리들이 많아서 끝맺기가 힘들었다.
그리고는 끝으로 그 날의 계획을 대략 설명해 주고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끝마쳤다. 나는 율동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래들을 알고 있었고, 항상 아이들 중에 한 명을 데리고 인형 다루듯 같이 율동을 하며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은 그것을 좋아했고, 우리는 언제나 웃으면서 이 과정을 끝마쳤다. 아침에 우울한 기분으로 들어온 날도 그러했다.
이 날 아침에도 나는 아이들을 내 주위로 불러 모았다.
"얘들아, 이 아이는 쉴라란다. 쉴라는 오늘부터 우리 반 아이가 되는 거야."
"어떻게 된 거예요?"
의아해 하며 피터가 물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여자 아이가 올 것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았잖아요?"
"아냐. 내가 말했었잖니, 피터? 내가 지난 주 금요일에 쉴라가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어? 쉴라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연습도 했잖니? 우리가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하니?"
"그래도 난 이 애가 우리랑 함께 있는 것이 싫어요."
피터가 말했다.
"난 우리끼리가 좋아요."
그는 내 말을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우린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쉴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바닥에 앉혔다.
"자, 누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나?"
모두 나를 둘러싸고 바닥에 앉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말할 것이 없니? 자, 그럼 내가 말하마. 만일 너희 자신이 어떤 모임에 새로 왔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또 그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그 친구들 모두가 자신이 같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럴 때에 너희들은 어떤 기분일거라고 생각하니?"
"나빠요."
길러모가 말했다.
"그런 일이 내게 한 번 있었는데, 나는 기분이 나빴어요."
"그 일을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
내가 물었다.
그 때 갑자기 피터가 후다닥 일어나서,
"이 아이는 냄새가 난다구요, 선생님."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쉴라에게서 멀리 물러났다.
"저 애는 지독한 냄새가 나고, 나는 저 애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싫어요. 저 애는 내 코에 악취를 풍긴다구요."
쉴라는 피터를 노려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쉴라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꽉 끌어안았다.
사라가 일어나서 피터에게로 갔다.
"이 애는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요, 토리."
아이들은 예의가 없었다. 나는 속이 상했지만 아이들이 세상을 거리낌 없이 바라보는 눈을 말살할 수는 없었기에 우선 예의범절을 가르치고자 했다.
"피터, 누군가가 너에게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면, 그 때 기분이 어떻겠니?"
"어쨌든 얘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니까요?"
피터는 반박했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 누군가가 너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느끼겠느냐고 물었지."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아요. 그건 확실해요."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라니까."
"기분이 상할 거예요."
타일러가 자발적으로 대답했다.
"사라는 어떻겠니?"
나는 물었다.
"너는 어떻게 느낄 것 같애?"
사라는 자기 손가락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마지못해 나를 쳐다 보았다.
"나도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 나는 우리들 중에 누구도 그런 일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우리는 쉴라가 부끄럽지 않도록 냄새난다는 것을 살짝 일러줄 수 있어요."
윌리엄이 제안했다.
"우린 저 아이에게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쳐 줄 수 도 있어요."
길러모가 덧붙였다.
"우리 모두 코를 막을 수도 있어요."
피터가 말했다. 피터는 아직도 자기의 말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피터야."
"그러면 숨을 쉴 수 없잖아?"
윌리엄이 말했다.
"쉴 수 있어. 입으로 숨쉬면 되지."
나는 웃었다.
"자, 그럼 모두 피터 말대로 해보자. 피터, 너도."
쉴라에게도 해 보도록 했으나 거절했다. 잠시 후에 쉴라를 뺀 우리 모두, 프레디와 맥스조차도 우리가 하고 있는 우스운 얼굴 때문에 웃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곧 이런 행동이 쉴라를 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일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급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 쉴라는 나를 무시했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겨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으며, 나는 마지막으로 쉴라에게 물었다.
"너는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모두들 기다렸으나 긴 침묵이 흐를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저 애는 말을 안하나요?"
길러모가 물었다.
"나도 말을 잘 안했었잖아. 기억하니?"
사라가 말했다.
"나도 전에 정신이상이었을 때는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었어."
사라는 쉴라를 바라보았다.
"나도 말을 하지 않았었어, 쉴라. 그래서 그 기분을 잘 알 수 있어."
"자, 우리가 지금까지 쉴라를 너무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 같구나. 저 애가 우리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좀 주자. 어떻겠니?"
우리는 토론을 계속했다. 그리고 끝으로 '유 아 마이 선샤인'이란 노래를 불렀다. 프레디는 즐거워하며 손뼉을 쳤고, 길러모는 팔로 지휘를 하였으며, 피터도 목청껏 노래했다. 나는 타일러를 데리고 손인형을 다루듯이 율동을 하였다. 그러나 쉴라는 끝까지 얼굴을 찡그린 채 온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토론이 끝나고 산수공부를 하기 위해 흩어져 앉았다. 안톤은 내가 쉴라에게 교실을 고루 보여 주는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사실은 쉴라에게 교실을 구경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아이가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애는 전혀 움직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때는 이 아이가 어른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쉴라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내가 보여 주려고 하는 것마다 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쉴라가 어떻게 해서든 이 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그 애를 두루 데리고 다녔다. 작은 방과 옷걸이를 보여 주었고, 도마뱀 찰스, 뱀인 베니, 토끼 어니언스도 소개해 주었으며, 우리가 키워 온 식물들, 점심시간 이전에 읽는 이야기책들, 수요일 오후 요리 시간에 쓰는 접시들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어항과 장난감도 보여 주었다.
나는 그 아이를 끌고 다니면서 그 아이가 마치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수다를 떨었다. 내 팔은 그 아이의 무게로 뻐근했고, 그 아이에게서는 후덥지근한 7월 오후의 헛간 같은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탁자 앞에 앉히고 산수 시험지를 꺼내 주었는데 이것은 그 아이에게서 처음으로 반응을 일으킨 사건이 되었다.
그 아이는 시험지를 움켜쥐더니 뭉쳐서 내게 던졌다. 다른 종이를 주었으나 그 아이는 똑같이 반복했다. 나는 또 다른 종이를 주었다. 쉴라는 또 다시 시험지를 내 얼굴에 던졌다. 나는 쉴라가 기운을 다 써버리기 전에 시험지가 먼저 다 떨어져 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그 아이를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한 팔로 빳빳한 그 애의 몸을 감싸 버렸다. 그리고 새 시험지를 앞에 놓았다. 나는 한 팔로 블록이 담긴 쟁반을 앞으로 끌어당겨서 탁자 위에 쏟았다.
"자, 이제 산수공부를 할까?"
나는 말했다.
"첫째 문제는 2 더하기 1이야."
나는 블럭 두 개를 보여 주고 세 번째 블럭을 더했다.
"이게 모두 얼마지? 세어보자."
쉴라는 몸을 빳빳이 하면서 머리를 돌렸다.
"셀 수 있겠니, 쉴라?"
반응이 없었다.
"자, 내가 도와주지. 하나, 둘, 셋. 2 더하기 1은 3이란다."
나는 연필을 집고 말했다.
"여기에 써 넣어 보자."
모든 것이 전쟁이었다. 나는 쉴라의 팔 하나를 억지로 빼서 손가락에 간신히 연필을 쥐어 주었다. 그 연필이 아이의 손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졌고, 내가 그 연필을 주우려고 몸을 굽힌 순간, 쉴라는 블럭 두 개를 집어 방구석에 던져 버렸다. 나는 그 손을 잡아서 다시 연필을 쥐어 주고 떨어뜨리지 못하게 내 손으로 그 아이의 손 위를 꽉 잡았다.그런데 왼손잡이인 내가 하필이면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게 하였다. 그래서 재빨리 글을 쓰질 못했다. 쉴라는 이러한 작은 몸싸움에 능숙했기 때문에 연필은 또 떨어졌고, 한번 더 투쟁한 다음 나는 포기하였다.
"아직은 산수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하구나. 좋아, 의자에 앉거라.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일을 꼭 해야만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하려고 싸우지는 않아. 네가 앉아 있고 싶다면 앉거라."
나는 아이들이 너무 흥분해 있거나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들을 격리시켜 놓는 교실 한쪽 구석에 그 아이를 끌어다 놓고 다른 아이들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잠깐 동안 그 아이를 쳐다보고 말했다.
"쉴라, 우리와 함께 공부할 마음이 생기면 이리로 와도 좋아."
그 아이는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몇 분이 지난 후에 같은 말을 다시 한번 했다. 그리고 또 몇 분이 지났다. 그 아이는 내가 말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교실 구석으로 걸어가서 의자를 끌어 왔다. 쉴라가 의자에 앉기를 원한다면 우리 가운데에 앉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리들의 아침 일정은 평상시대로 진행되었다. 쉴라는 어느 일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작은 나무의자에 푹 파묻혀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그 위에 턱을 고이고 있을 뿐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 한 번만 의자에서 일어났고, 돌아와서는 다시 그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눈길은 내가 가는 곳마다 계속 쫓아다녔다. 그 충혈되고 분
노에 찬 눈길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안톤은 아이들이 별관에서 식당으로 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쉴라는 줄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으나 나는 그 아이의 손목을 잡아 줄 밖으로 끌어내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 갈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그 아이의 눈에서 미움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어떤 것을 볼 수 있었다.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리 오렴."
나는 아이를 탁자로 끌어당겨서 내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그 아이는 셔츠 밑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에게 많은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단다. 하나는, 네가 여기에서 다른 사람은 물론 너 자신까지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너의 일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야. 이 규칙들을 네가 아직 올바르게 깨닫고 있지 못한 거 같구나."
그 아이는 고개를 약간 낮추었으나 시선은 내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움츠렸다.
"너도 알다시피 여기에서 네가 할 일 중의 하나는 말하는 것이야. 네가 말하는 일에 익숙치 않아서 힘들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네가 이 곳에서 말을 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일이기도 해. 무엇이든 처음에는 힘들어서 가끔 울고 싶기도 하겠지. 그러나 어쨌든 말은 해야 한단다. 또한 머지않아 네가 말을 하겠지. 그러나 일찍 하면 할수록 더욱 좋아. 이 점 분명히 알겠니?"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꺾이지 않는 쉴라의 시선을 응시했다. 쉴라는 분노로 안색이 변했는데, 그 분노가 터져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을 억누르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쉴라가 다른 사람의 안색을 잘 읽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에 기대설정에 관해 항상 엄격하였다. 내 동료들 중 몇 명은 내 아이들의 자아가 약하다는 이유로 그 아이들에 대한 나의 방침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가 가엾고 짓밟히기는 했지만, 그들은 나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들이 이제까지 생존해 온 것은 그들의 강인함을 입증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혼돈된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의 불안한 기질이 주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어떤 분명한 틀을 세우는 것이 유용하고 생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들의 희미한 관계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그들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신들의 한계를 조정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게 맡겨진 것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나의 기대 정도를 그들에게 분명히 제시했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될 때는 언제고 그들에게 권한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쉴라가 내 말을 이해하는 동안 냉담한 침묵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나는 더 이상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의자에서 일어나 채점할 산수시험지를 넣어 두는 바구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나에게 말을 시킬 수가 없어요."
쉴라가 말했다.
나는 계속 채점용 연필을 찾으면서 시험지들을 대충대충 훓어 보고 있었다. 적절한 시기를 맞추는 것은 훌륭한 교사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선생님은 내게 말을 시킬 수 없다구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래, 나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할 거야. 그것이 이 곳에서 네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니까."
"난 선생님이 싫어요."
"그럴 필요는 없단다."
"난 선생님이 밉다구요."
가끔은 침묵이 최선의 방책이 된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채점용 연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그 연필을 계속 찾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한테 아무 것도 하게 할 수 없어요. 말하게 할 수도 없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바구니에 시험지를 되돌려 놓고, 그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점심 먹으러 갈까?"
나는 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쉴라의 분노는 약간 사라진 듯 했고, 더 이상 우기지 않고 무슨 뜻인지 모를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왔지만 손을 잡지는 않았다.
###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