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산행일지 : 이름에 조금 모자라는 산
(경기도 양평군, 가평군 유명산)
일시 : 2007년 6월 23(토)
날씨 : 흐림
금주에 들면서 장마가 시작되었다. 산행예정일을 미리 정해놓고 장소는 두세 군데 생각만 하고 확정은 미루고 있었다.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릴 텐데 그 움직임을 보고 정할 요령이었다. 마침 남쪽으로 전선이 내려간다기에 북쪽의 유명산으로 하자는 총무의 견해를 따라 출발 전날 장소를 정하였다. 부산에서 학술대회가 있어 금요일 늦게 대구로 왔지만 토요일 기상은 큰 무리가 없었다. 7시30분, 김이돌, 김생곤 두 회원이 아파트로 왔다. 한차로 성서에 이르니 금도현 회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8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경유하는 263.4km 거리의 유명산자연휴양림을 향하여 출발이다. 100명산을 찾는 팀이 많이 늘었다는 총무의 얘기를 듣고 대구에 근거를 둔 등고선도 위치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전에 서대산에서 만난 100명산을 찾는 팀도 최근에 그들의 홈피에 들어가 보니 이제는 경남북과 전남북 등 서울에서 먼 곳만 남아 힘들다는 글을 올려놓고 있었다. 총무께서 신경을 써서 우리 홈피의 100명산 지도에 다녀온 산을 붉게 표시해 두었는데 정말이지 우리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먼 곳이 많이 남아있어 앞으로의 산행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아침 일찍은 날씨가 좋았는데 조금씩 어두워진다. 9시 10분, 괴산휴게소에 들러 가창의 소문난 찐빵보다는 맛이 못하다는 안흥찐빵을 하나씩 들고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연잎을 두어 장 뜯을까 하고 갈등하다가 차마 보는 눈이 많아 그대로 돌아선다. 기회가 닿으면 꼭 연잎을 넣은 라면을 먹어보리라. 터널을 지날 때마다 날씨는 부슬비가 내렸다가 흐렸다가 또는 맑았다가 하면서 변덕을 부렸다. 총무는 비옷을 준비한다며 배낭을 하나 더 챙기다가 준비해둔 지도를 잊고 왔댄다. 하는 수 없이 길은 네비에게 의존해야겠다. 여주JC를 지나 다시 여주IC로 나오니 통행료가 9,500원이다. 37번 국도로 양평을 거쳐 설악면 가일리의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주차료 3,000원을 지불하고 나니 11시 20분이다. 금도현은 오늘 싸게 샀다는 트렉스타 새등산화를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다시 휴양림 입장료 1,000원씩을 지불하고 들어서니 데크엔 가족단위, 단체 손님 등 사람들이 이미 많다.
계곡으로 오르는 길을 비켜지나 우측의 ‘정상2.1km’의 방향으로 접어드니 좌측에 키 큰 산뽕나무가 있다. 마침 오디가 익고 있어 모두는 나무에 붙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열심히 따먹었다. 금새 손끝이 붉어진다. 가지 끝의 새잎들을 따서 라면용으로 배낭에 넣고 ‘정상 2km’라는 이정표를 따라 좌측의 등산로로 접어든다. 입구에는 ‘휴양림구역내의 산나물, 약초 등을 불법채취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오디를 먹어도, 뽕잎을 따도 불법채취인가?
물론 숲속이어서 햇빛이 들어오지 않지만 날씨는 흐려서 산행하기에 딱 좋다. 널찍한 등산로에 오르는 사람이 참 많다. 등산로는 스쳐간 사람들의 수많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넓게 그리고 깊게 파여져 있다. 지금껏 다녀본 산중에서 가장 정도가 심하다. 은근한 경사가 쉬지 않고 계속된다. 800여 미터를 오르자 바람 없는 습한 날씨여서 그런지 다들 땀을 비 오듯 많이 흘린다. 바위에 앉아 쉬며 총무가 가져온 남자에게 좋다는 구기자 찻물을 마신다. 다시 400여 미터만 올랐는데도 숨이 차오른다. 아침도 시원찮았고 점심 전에 사과를 먹는 것이 좋을 듯하여 쉬기로 하여 앉는데 김이돌 회원은 주저앉으며 배낭을 던지듯 사과를 내어 먹으란다. 만사가 귀챦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판국에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음은 정말 짜증스럽다. 금도현도 그 소리가 가장 못마땅한 모양인지 ‘유명산엔 오토바이 소리가 유명하다’고 반드시 산행기에 올려 달란다.
곧 도착한 정상(862m)에는 산림청에서 만든 정상 표시석이 단위에 있고 그 뒤엔 잡석을 쌓은 낮은 돌무덤이 있고 주변은 온통 흙을 드러낸 대머리 형국의 정상 모습이 마음 아프다. 주변 조망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휴양림에서 준 안내 부르셔에 보면 ‘옛날에는 말이 즐겁게 뛰어 다녔다 하여 마유산(馬遊山)이라고 하’였는데 지금의 이름은 ‘1973년 엠프로 산악회에서 실시한 국토 자오선(127°30’) 종주대가 여수에서부터 북상하다가 이곳이 해발고도만 있고 이름이 없어 당시 산악회 여성대원의 이름 진유명(晉有名)을 따서 부르게 되었다' 한다. 아뭏튼 한자로도 有名산인데 나에게는 그저 앞산처럼 평범하게 보인다."오토바이 소리로, 뚱뚱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금도현이 말하지만 그래도 김생곤은 "계곡이 유명하다"고 위로해 준다. 암튼 이름보다는 조금 못한 산으로 기억 될 것 같다.
복잡기도하고 쉴만한 곳도 없고 하여 곧 정상 바로 아래 계곡방면으로 향하는 좌측 약간 막다른 곳에 점심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곧 다른 팀들이 주변에 자리를 점하는 바람에 다소 긴장이 된다. 라면을 끓여야 하는데 온통 신고정신이 비교적 강한 서울사람들이라 다소 걱정이 된다. 그러나 굶을 수는 없는 일, 우리의 거사를 시작한다. 오늘은 또 다른 특별 메뉴, 뽕잎라면이다. 먼저 뽕잎과 스프를 넣고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다시 끓으면 파를 넣는 공정이다. 일단은 대성공이다. 커피까지 들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더니 술은 이미 다 마신 후라며 땅콩이나 한줌 건넨다. 5동서에 한명의 시누들이라며 남편들 왕따시키고 여자들끼리만 왔다고 한다. 참으로 보기 좋은 가족들이다.
계곡을 경유하여 하산하는 길은 등산길의 거의 두 배 길이인 4.1km나 된다. 약 1km를 내려오면 계곡을 만나는데 이 계곡의 발원지는 용문산이다. 오늘은 여기서 이른 탁족을 하고 이 계곡을 따라 조금 더 내려오니 어비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계곡이 합곡되는데 이정표에는 ‘어비산 정상 1.5km, 유명산 정상 1.4km, 거일리-이 글자는 누군가 지워놓았다-자연휴양림 2.7km’로 적혀있다. 이제부터는 제법 계곡 같다. 어떤 산행 안내에는 이 계곡을 크게 칭찬해 놓았는데 사실 계곡은 물도 풍부하고 소와 바위도 좋아 상급에 속하는 듯하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여기가지는 거의 평길이어서 가족단위의 소풍객에게는 추천할만한 곳이다. 그러나 생각 외로 계곡이 길고 너덜길일 뿐더러 습기 머금은 미끄러운 바위를 주의하여야 한다. 다시 휴양림으로 들어서니 오전보다 사람이 더 많다. 고기를 굽는 연기가 자욱하고 운동장, 테크, 화장실, 주차장에도 사람이 많다. 곧바로 하행 길에 올라 여주를 향하다가 왼편에 두메촌이라는 식당의 여주쌀밥정식 현수막에 혹하여 이른 저녁을 위해 들었다. 정식은 12,000원, 가정식 백반은 6,000원인데 이는 점심메뉴라고 하기에 결국 쌀밥정식 4인상을 주문하였다. 돌솥밥에 갖은 반찬이 나오긴 했으나 비교적 가격이 세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5시30분 다시 하행을 시작하여 새재를 지나니 간간이 비가 내린다. 김생곤 총무는 어머니께서 주신 손전화로 세 번씩이나 보고하는 효성을 보였다. 다음 산행은 2박3일 일정으로 경기도의 가장 먼 산 두 곳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登? 苦? 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