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Les Portes du Bonheur
데니스 발로드(Denis Valode).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프랑스의 저명한 건축가. 역시 인테리어 건축가인 아내 카롤린과 더불어 17세기에 지어진 전원풍 저택을 프로방스 지방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향기와 어우러질 그들만의 또 다른 보금자리를 꾸미려는 것이다. 건축과 인생의 사잇길에서 느껴보는 그들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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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데니스 발로드. 그도 전원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년기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를 미소짓게 하는 친근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에는 프로방스에 있는 그의 조부모 댁이 빠지지 않는다. 매년 여름날들을 보내던 할아버지의 집, 그리 자주 찾았던 곳도 아니지만 마치 낙원처럼 기억되는 이 프로방스적인 이미지로부터 수많은 그리움과 추억이 자라난 것이다. 데니스 발로드는 지금껏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진정한 프로방스식 아치형 양식의 이 집에 대해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집은 그야말로 프로방스 그 자체였다. 결국 그는 좀더 좋은 원자재를 쓰되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기로 결심했다.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내부 벽면은 아내 카롤린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동양의 풍수(風水)에 대해 남달리 조예가 깊은 그녀는 색채 감각 또한 탁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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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원래의 모습을 왜곡 없이 그대로 복원하는 데에는 미셀 르불레 씨의 도움이 컸다. 그는 역사적 건축물의 전문가로 이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그 집처럼 온실도 예 전부터 그랬듯이 지금껏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래는 철공소였지만 지금은 데니스가 수집한 열대 식물 컬렉션의 보금자리로 훌륭한 제 몫을 하고 있다.
아래 집 앞쪽을 감싸는 돌벽 덕분에 조그만 앞마당은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온종일 선선하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아치형 천장을 복원,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삼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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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풍수의 원리에 비추어봐도 그야말로 완벽하다. 라 바티의 북쪽 면은 이 지역의 북서풍을 막아줄 수 있게끔 닫혀 있고, 남쪽 면은 내부와 외부를 서로 연결해주는 넓은 입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된 형태다. 시 프레 꽃이 피어 있는 산책로는 정원을 아치형으로 한바퀴 돌아 다시금 현관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에겐 애들이 다섯 있지요. 터울도 제각각이랍니다.” 가족 사진 액자를 바로 세우며 카롤린이 말한다. “이 집은 모든 사람들을 맞아 접대하고, 또 다양한 세대가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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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라 바티의 부엌들 가운데 하나. 지금껏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옛 정취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파스칼 로멩이라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 회벽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이 집을 처음 지을 때 사용되었던 고유의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태양의 정기를 담은 베니스 풍의 붉은색 창문에는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연한 황토빛의 테두리를 둘렀다. “게다가 이 색깔은 매우 기능적이기도 하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부엌 구석구석을 고루 비추어주니까요.”
오른쪽 최소한 침실과 욕실만큼은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현대적인 분위기이다.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제공하는 모던한 느낌을 맘껏 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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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과 벗삼아 놀기를 좋아한다. 별채에서 나름의 생활을 즐기고 잠도 거기서 잔다. 기상 시간도 자유로워 아무 때나 일어나자마자 아무 부엌에나(이 집에는 부엌이 두 개 있다) 불쑥 나타나 그저 커피와 크루아상뿐인 단출한 아침을 챙겨 먹는다. 여름 한 철 동안엔 반드시 어머니가 정성껏 만든 잼이 아침상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산보를 즐기거나 몽텔리마의 시장에 가곤 할 때, 또 인근 마을로 들판을 가로질러 마실 가느라 몇 시간이고 집을 비울 때면 아이들은 ‘타잔의 숲’이라 불리는 집 근처 호숫가의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잠자리 유충, 도롱뇽, 나비, 이름 모를 약초며 꽃들을 뒤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처음 지어진 17세기 이래 세대마다 증축을 거듭한 결과, 이 집은 날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발로드 씨 식구들과 더불어 이 집은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안락한 공간으로 또 한번 거듭나려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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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발로드 - 피에르 건축사무소의 데니스 발로드와 장 피스트르(Denis Valode & Jean Pistre)가 함께 한 마지막 프로젝트는 프랑스 올네 - 수 - 부아(Aulnay-sous-Bois)에 위치한 로레알 공장으로서 수많은 독특한 상징의 구현을 통해 90년대의 대표적 건축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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