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 강화지역 답사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풀리고 일상 회복이 되어 거리 문화가 활발해졌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들은 어디나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도시 가로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처럼 급격히 야외 활동이 많아진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억눌린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 행사를 갖는 서울건축사답사 및 사진 동호회를 비롯하여 등산 동호회 등이 다시 단체로 답사지와 산을 찾게 되었다.
교대역에서 8시 출발한 버스를 기다려 당산역에서 8시 40분 탑승했다. 차에 오르자 조일권 부회장이 김밥 등을 나눠주면서 안내를 했다. 총무가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되어 조부회장이 잠시 대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버스 에어콘 가동이 되지 않아서 가다가 김포 갑곳에서 다른 차로 바꿔 타기로 했다.
예기한 곳으로 가니 다른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운행한 버스 기사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거기서 차를 갈아타고 강화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정태영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서울건축사답사동호회 전임 회장, 서울시건축사회 감사 등의 인사와 새로 나온 회원들의 소개하는 시간을 갖었다.
9시 51분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들어섰다. 강화도는 원래 김포반도에 속했다. 그런데 수로의 침식작용으로 분리되어 섬이 되었다. 건너온 김포강화해협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물길이 합류해 통과하는데 물살이 빨라서 염하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화도에는 고려궁지 초지진 등 궁성 및 성곽, 방어진지, 전등사, 정수사 등 의 사찰, 한옥 성당인 강화성당, 철종 잠저인 용흥궁, 세계문화유산인 부근리 고인돌 등 역사유적이 많다. 그리고 무와 배추뿌리가 혼합된 것 같은 맛의 순무와 새우젓이 유명하다. 전에 역사유적 답사로 여러 차례 왔었는데 한동안 오지 않아서 오랜만에 들르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여행을 한다는 의식 자체를 갖기 어려웠다.
강화도는 고려 고종 19년(1232)부터 고려 원종 11년(1270)까지 개경으로 환도하기까지 39년년간 고려의 임시 왕도로 이용되었다. 그로써 그려의 궁성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었지만 몽고의 침략에 쫓겨 피난한 처지에서 사용된 아픔이 있다. 그 시기는 1170년부터 1270년까지 계속된 무신 정권기이다. 원종의 개경 환도 시기에 무신정권이 막을 내렸다. 그 기간에 왕은 실권을 잃은 명목상의 자리였다. 오래전 가 보았던, 무신정권으로 쫓겨난 의종의 묘는 아주 작고 초라해 보여서 그 앞에서 한동안 숙연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데 무신정궝을 세운 주요 인물들은 정권을 접은 후 그들 사이의 갈등으로 차례로 제거를 당했다. 거병을 처음 도모한 정중부, 이의방, 이고 가운데 이고가 가장 먼저 이의방에게 죽고, 이의방은 다시 정중부에게 제거되었다. 그 후 정중부도 1179년 경대승에게 제거되고 말았다. 하지만 경대승이 1183년 갑자기 병으로 죽은 후 천민 출신의 이의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의민의 등장으로 하급계층이 동요하며 신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 1196년 최충헌의 등장으로 최씨 세습 체제가 되었다.
예정대로 10시 해든 뮤지움(Haeden Museum)에 도착했다. 해든 미술관은 2013년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9-2020 인천 유니크 메뉴로 선정되었다. 유니크 메뉴란 독특한 장소를 뜻하는 말로 고유의 역사문화, 특색을 테마로한 고택, 박물관, 마을 등의 장소를 뜻한다.
도로에서 지하 주출입구로 진입하는 램프가 좌우의 높은 벽면에 의해 깊은 공간감을 자아냈다. 그러한 공간 구조는 연못 안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설정한 안도다다오의 물의절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입구 썬큰의 높다란 벽이 둘러친 하늘로 열린 시선이나 미니멀한 형태에서 안도다다오의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재료에서는 다른 느낌이 풍겨나왔다. 이 건물 외벽에 쓰인 주 재료는 석재와 거울처럼 비춰보이는 반사유리이다. 석재는 소프트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기에 쓰인 석재판이 회색에 입자가 고운 것이어서 전체 외관의 미니멀한 성격과 잘 맞아 보였다.
지하층 주출입구 썬큰 한 편에 로버트 인디아나의 조각 ‘HOPE’가 놓여 있었다. 안내데스크로 가서 표를 사고 관람 안내를 들었다. 안내하는 사람의 인상이 좋았다. 내가 인터넷에서 전에 전시한 작품들을 보여주니 한번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거기서 안내데스크가 있는 공간의 전시 작품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가 들어온 썬큰에서 오른쪽 외부 계단으로 지상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참 부분의 전시실 입구 앞에는 외부 마당에 여러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지상층 전시실은 카페를 겸하고 있었다. 전시실 한쪽 코너에 마련된 카페로 가서 입장권을 보여주니 음료를 한잔 주었다. 벽면에 로버트 인디아나의 그림과 윤여선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바깥에는 건물쪽으로 면한 산의 경사지 사이에 쪽마당이 있고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 외부는 밀러 가든이라고 부르는 야외 전시장으로 되어 있었다. 일부 건물의 반사유리 특성에 따라 밀러 정원이라 부르고 있었다. 도로 입구에서 보이던 청동 조각은 이고르 미토라이의 아카루스 토르소라는 작품인데 날개를 잃고 떨어진 아카루스를 소재로 한 것이다.
다시 지하층으로 내려와 전시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전시실을 두어개 지나 맞은편으로 되돌아 나오는 통로 옆에 다시 하늘로 시선이 트인 썬큰이 있고 그 가운데 철 조각이 놓여 있었다. 베르나르 브데가 만든 부정형의 선 소용돌이 형상의 철 조각품이다. 그 작품은 조각과 드로잉의 경계의 느낌을 띠며 무한 확장 및 열린 조형세계를 상징한다
다른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이 미술관은 대지와 건축이 하나로 결합된 형태이다. 주요 매스를 지하회해서 지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규모가 작게 보였다. 그리고 지하에 규모가 큰 전시실이 설치되어 있다.
11시 10분 해든 미술관을 출발해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다. 가는 도중 창밖으로 한적한 농촌 들녘이 보였다. 모가 뿌리를 내리고 막 포기를 벌려가고 있었다. 강화도는 전체면적의 3/1이 간척지인데 고려시대부터 간척사업을 해 왔다. 해안의 깊이가 얕고 완만하여 간척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바다 부분도 썰물때는 너른 갯벌이 드러난다. 인천이 고향으로 이 곳을 잘 아는 서태근 건축사가 지나고 있는 들녘이 모두 간척지라고 했다. 가다보니 강화 수로 시작지점이 보였다. 도로 좌측은 원래의 개천 모습이고 거기서부터 마치 활주로처럼 반듯한 모습의 인공 수로였다.
11시 40분 동막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식당이 바로 길 건너에 있었다. 총무가 각자 해변을 구경하고 12시 10분까지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동막해수욕장은 고려천도공원, 김구방문고택, 옥토끼 우주센터, 강화 마니산, 전등사, 교동도 대룡시장, 산이포 평화공원, 강화 평화전망대와 함께 강화 BEST 관광지 10곳중 하나로 꼽힌다. 고려천도공원은 1232년 몽고 침략때 개성에서 이 곳을 피난을 와서 통치 기반으로 삼았던 것을 모티브로 해서 조성한 공원으로 고려궁성과는 관련이 없다.
모래사장으로 나가 주변을 돌아본 다음 자리를 잡고 수묵으로 해안풍경을 그렸다. 영등포구청에 근무하는 문성배 건축사가 옆에서 한참을 지켜보다 먼저 올라갔다. 해변에는 멀리 갯벌이 드러나 있고 거기서 무언가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간만의 차이가 큰 지역이라 바닷물이 차 있을 때와 다른 느낌이 될 것 같았다. 해안 언저리 도로가 숲에는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안에서 쉬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 식당 안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먼저 나온 감자전이 맛이 좋았다. 옆에 앉은 문성배 건축사가 꽃잎 조각처럼 예쁘게 가위로 잘라주었다. 야채와 버무려진 묵도 맛있었다. 그런데 주 메뉴인 해물 칼국수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요새 헬리코박터균 치료약을 복용중이라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더니 앞에 앉은 강명원 건축사가 술은 절대 마시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챙겨주는 것이 고마웠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공기밥을 달라고 했다. 테이블별로 앉은 일행끼리 예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조금 일찍 마치고 먼저 나와 다시 해변으로 가서 그리던 그림을 그렷다. 아까보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이 줄어 있었다. 젊은 부부가 해변으로 나와 산책을 하다 부인이 모래사장을 조금 파고 그 자리에 금새 물이 가득 고이자 남편에게 물을 쓰라고 했다.
잠시 후 도로가에 세운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마호가니 도레도레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까지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큰 도로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에서 내리니 입구 지점에 공소가 있었다. 작은 규모에 녹슨 철 십자가가 더 친근감을 주었다. 공소 앞 감실에는 수려한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안으로 걸어가는 사이 길가에 추자, 개복숭아 열매가 보였다. 위쪽 산 언저리에는 밤꽃도 피어 있었다. 다른 곳은 한참 전에 이미 다 지고 없는데 여기는 늦게 피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 길 좌측 집의 담장과 안쪽 정원을 보니 화분, 통나무, 배관 파이프 등으로 멋진 조형작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다. 그러한 재료로 재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감각이 대단해 보였다.
오르막 길을 걸어 올라가 카페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안쪽으로 건물이 보였다. 입구 주차장을 지나갈 때는 분위기가 썰렁하게 느껴졌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편안하게 반전되었다. 전체가 정원으로 가꾸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외국 여행을 할 때 보았던것처럼 야외에서 한가롭게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카페 문화와 거리문화가 활성화 되었다. 그 배경으로는 도시인구의 증가와 토론 문화의 활성화, 소득수준 행상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우리가 부러워 하던 선진국 수준이 되었다. 그러한 분위기와 조건이 뒷받침되어 이러한 큰 카페 공간도 많이 생겨나게 된 것 같았다.
안에는 건물이 세 동 보였다. 그리고 세 부분으로 각각의 영역을 이루고 있고 부지 전체는 너른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마치 놀이공원 같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나무와 화초가 잘 가꾸어진 숲 사이의 길을 오가며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건물 안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바다쪽 조망은 별로 볼게 없었다. 한바퀴 돌아나오다 잠시 스케치를 했다.
이동할 시간이 되어 다시 큰 길로 내려와 버스를 기다렸다. 거기서 잠시 뒤돌아보니 도리도리 카페 뒤편으로 마니산이 보였다. 마니산 꼭대기에는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제단이 있어 신성시 되어온 산이다.
2시 30분 그 곳을 출발해 마지막 행선지인 라베니체 금빛수로로 향했다. 총무가 1시간 정도 소요될 거라고 했다. 장소에서 이동할때마다 다음 행선지와 도착 예정시간을 친절히 안내해 주어서 내가 명총무라고 하니 일행이 박수를 보냈다. 다시 차창밖으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보였다. 강화대교를 지나 잠시후 김포 한강 신도시 지역을 지나다보니 차창 밖으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보였다. 전에 지나며 보았던 것과 달리 급격히 큰 도시로 변모되어 있었다. 버스 뒷좌석에 앉은 여섯명의 일행이 맥주를 나눠 마시다 의형제를 맺자고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3시 40분 라베니체, 급빛수로에 도착했다. 이 곳은 인공수로인데 전체 구간은 2.68km 였다. 도시 가운데 놓인 그 수로를 도시내 휴식 장소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수로 옆에는 수변 데크길이 연속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연속된 노천 카페가 수변 보행로를 따라 이어지는데 마치 베네치아 같은 분위기가 풍겨졌다. 이 곳은 2021년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했다.
총무가 수로를 따라 1km정도 걸어가서 소공원에서 버스를 타게 된다고 했다. 잠시 후 중앙 공원에 도착해 4시 30분까지 위로 지나는 교각 아래서 모이기로 하고 자유 시간을 갖었다. 물길 옆의 카페 분위기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그 뒤로는 수로 옆에 건물도 띠엄띠엄 있어서 지나온 구간의 건축과 수로가 일체회된 분위기와 달랐다. 가던 길을 되돌아서서 그곳만의 느낌이 잘 드러나는 곳을 찾아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10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을 의식해 빠른 속도로 스케치를 마치고 4시 30분에 차량에 탑승해 서울로 향했다.
오늘 답사에서 영종도 공항과 김포 신도시 개발 이후 달라지고 있는 강화도의 분위기, 그리고 정원 및 미술과 결합된 카페 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접하는 장소를 돌아보며 여러사람과 함께 예기를 나누는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202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