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
미친듯이 퍼붓던 소나기가 한시간도 채 버티지못하고 물러나버렸다.
갑자기 우산을 챙기느라 분주했던 중학교 1학년 큰아이를 차에태워 학교앞에 내려주니
그저 인사하는 시늉만 대충해대고는 동무들과 벌써 저만치 뛰어가버린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가 맞기 싫어서일테지..
피식하고 터져나오는 실소...참 좋은때라는 진부한 생각과 함께했던 오늘의 출근길 아침이었다.
내가 중학교다닐적 집에는 변변한 우산이 없어 몇번을 고치고서도 모양새가 형편없는 까만우산을 쓰거나,
갑작스레 비라도 만나게되면 대나무살에 진하늘색 투명비닐이 씌워진 우산을 급하게 사서쓰곤 했었다.
지금은 거져줘도 가져가지않을 그런 우산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날은 흠씬 혼이 났었고.
지금은 일회용쯤으로 여겨지는 대나무 우산도 몇번을 고쳐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등교하는 길목에 소나기라도 만나면 큰 느티나무곁에 잠깐 숨었다가 이내 빗속으로 걸어들어가던 나는 비가 좋았었다.
온몸에 부딪혀오던 비의 두드림은 머리속에 잡념과 가슴한켠의 답답함까지 두들겨 시원하게 씻겨주던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학교다닐때의 나는 괜스레 우산을 접어들고 쏟아지는 빗속을 자주 걸어다녔었다.(MCN처럼은 아님)
그렇게 가슴 한켠에 자리한 잡다함을 지우고 과제는 기억해가려는 가상한 노력과 함께 나의 중학교시절은 훌쩍 지나갔다
이삼일만 지나면 다니던 중학교의 졸업 30주년을 자축하는 동창모임이 있다.
모임에는 중학교졸업후에도 고등학교를 마치고서도 간간히 만나왔던 몇몇의 친구들과 30년만에 처음보는 친구도 있을것이다.
기억을 추려내는 솜씨가 형편없어진 나를 들키기싫어 며칠을 졸업앨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건만,
기억해내지못할 친구들의 이름이 썩 많을것같은 생각에 아침과는 사뭇 다른 씁쓸한 실소가 스쳐간다.
간만에 과음하여 친구들과 다툼이 없기를 다짐하며 마음은 벌써 행사장으로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