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볼보 S40은 1995년 베일을 벗었다. 미쓰비시와 손잡고 개발해 네덜란드에서 생산했다. 하지만 S40은 미운오리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ℓ 터보 200마력의 알짜배기 파워트레인과 탄탄한 하체를 얹고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데뷔 이후 2003년까지 47만3천581대가 생산됐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2세대 S40은 당시 볼보 모델 중 가장 균형 잡힌 외모를 뽐냈다. 포드의 C1 뼈대를 쓰고,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1, 2세대 모두 혼혈과 타향살이의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덩치는 커졌고, 장비는 고급스러워졌다. 비틀림 강성을 68% 높였고, 4가지 다른 강도의 철판을 조합, 안전의 철옹성을 쌓았다. 그리고 올해 마이너체인지를 거쳐 2.5세대로 거듭났다.
앞뒤 범퍼, 인테리어 손질해
“헤드램프가 이전의 제논에서 바이 제논으로 업그레이드됐고요, 앞뒤 범퍼 디자인이 바뀌었어요. 인테리어에선 센터 콘솔 수납공간이 커졌어요. 그리고 사각지대의 물체를 감지하는 BLIS가 추가됐어요.”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다. 범퍼를 빼면 프레스 주형을 수정할 변화까진 없는 셈이니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 부르기엔 망설여진다.
60만 원 인상의 당위성은 BLIS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원가가 얼마인지 알 길은 묘연하나, 시중에서 달 수 없을뿐더러 경쟁 모델에서 찾을 수 없으니 그 희소가치는 충분해보인다. BLIS가 선보인지 벌써 4년째. 그러나 여전히 신통방통하다. 거짓말처럼, 족집게처럼 사각 지대의 자동차와 바이크를 감지해낸다. 익숙해지면서 차선 바꿈질이 과감해진다.
인테리어의 변화는 덴마크 건축가, 제이콥슨의 목재의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센터 스택 주위에 스몄다. 기어봉 뒤쪽과 센터 콘솔 사이에 센터 스택과 같은 두께와 재질의 패널을 이어 붙였다. 새로 덧댄 패널엔 BLIS와 주차 센서 스위치, 전원 잭, 컵 홀더 등을 담았다. 그밖에 엉덩이 받침을 들어 올려 바꾸는 어린이용 시트를 뒷좌석 한쪽에서 양쪽으로 늘렸다.
겉모습도 살짝 바뀌었다. 하이 빔까지 제논을 쓰면서, 헤드램프 안쪽 형상이 달라졌다. 보닛에서 그릴까지 이어졌던 ‘V’ 라인은 이제 앞 범퍼 깊숙이 파고들었다. 흡기구는 디자인을 다듬고 세로 핀까지 검정으로 칠해 한결 커 보인다. 뒷범퍼엔 도어 아랫단에서 이어진 캐릭터 라인을 긋고, 반사판을 심어 투박함을 덜었다. 번호판 위에 얇은 크롬 가니시도 덧댔다.
한편, S40 2.4i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5기통 2.4ℓ 170마력 엔진과 자동 5단 기어트로닉 변속기(AW55-51)가 짝을 이뤘다. 볼보는 직렬 5기통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V6보다 구조가 간단하면서 출력을 높이기 좋고, 4기통보다 사운드가 스포티해서라고. 볼보가 세로배치 엔진, 뒷바퀴굴림으로 급선회하지 않는 한 직렬 엔진 사랑이 식을 리 없긴 하다.
S40은 스포츠 세단인가?
가속 때는 자연흡기 엔진답게 액셀을 밟는 데 따라 점진적으로 추진력을 덧씌우는 과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대신 돌연 까마득히 뻗어가는 터보의 가슴 뭉클함은 기대할 수 없다. 제원 성능은 0→시속 100km 8.9초, 최고시속 215km. 아반떼만한 차체에 2.4ℓ 엔진이 결코 작은 심장은 아니지만, 체감 성능은 평범한 편이다. 변속기의 민첩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
2세대 S40은 기대 이상 스포티한 핸들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볼보 R 시리즈와 견줄 만큼 하체가 단단히 여물었고, 핸
들링도 예리했다. 감동이 컸던 건 그동안 볼보에 뼛속까지 스포티한 모델이 없던 탓일 수도 있다. 심지어 R 시리즈도 적당히 부드러운 승차감을 뽐냈으니까. R 시리즈가 단명한 원인 또한 ‘하드코어’적 성향을 외면한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볼보는 S40을 내놓으며 ‘fun’, 즉 ‘운전 재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익숙해져서 무뎌질 법도 한 데, 여전히 질리는 맛없이 신선하다. 전기 유압식 스티어링은 센티미터 단위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을 만큼 정교한 감각을 뽐낸다. 무거운 답력이 여성에겐 핸디캡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두 손 운전을 이끄는 동시에 토크 스티어까지 다독이니 단점만은 아닌 셈이다.
좌우의 움직임을 섬세하고 묵직한 스티어링이 ‘장악’했다면, 위아래 방향에서 파생된 다양한 기울임은 탄력 넘치는 서스펜션이 ‘접수’했다. 1차 충격은 단호하게 퉁겨내되 2차 충격은 감쪽같이 집어 삼켜 고르지 못한 노면을 달릴 때 스트레스가 적다. 그러나 언더스티어와 앞바퀴가 접지력을 되찾으면서 꽁무니를 살짝 흩뜨리는 움직임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볼보는 스스로 S40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볼보가 스포티함을 강조했던 건 오히려 S60이었다. S60이 쥐고 있던 바통은 S40을 건너뛰어 C30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용솟음치며 등 떠미는 파워가 아닌, 차를 조종하는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잣대 삼자면 S40이 단연 최고다. C30도 민첩성이 둘째가라면 서럽겠지만, 앞뒤 밸런스는 S4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평을 듣기엔 이른 감이 있다. 격렬히 한계를 파고드는 스릴과 치열함까진 찾을 수 없어서다. 대신 편안한 승차감과 최고 수준의 안전성, 합리적인 값 등 여러 장점에 교집합을 드리웠다. 어쩌면 이런 중용(中庸)의 성격이야말로 S40뿐 아니라 볼보가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서 한 발자국 비켜나 안온한 입지를 쌓아온 비결일는지 모르겠다
최초의 볼보 S40은 1995년 베일을 벗었다. 미쓰비시와 손잡고 개발해 네덜란드에서 생산했다. 하지만 S40은 미운오리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ℓ 터보 200마력의 알짜배기 파워트레인과 탄탄한 하체를 얹고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데뷔 이후 2003년까지 47만3천581대가 생산됐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2세대 S40은 당시 볼보 모델 중 가장 균형 잡힌 외모를 뽐냈다. 포드의 C1 뼈대를 쓰고,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1, 2세대 모두 혼혈과 타향살이의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덩치는 커졌고, 장비는 고급스러워졌다. 비틀림 강성을 68% 높였고, 4가지 다른 강도의 철판을 조합, 안전의 철옹성을 쌓았다. 그리고 올해 마이너체인지를 거쳐 2.5세대로 거듭났다.
앞뒤 범퍼, 인테리어 손질해
“헤드램프가 이전의 제논에서 바이 제논으로 업그레이드됐고요, 앞뒤 범퍼 디자인이 바뀌었어요. 인테리어에선 센터 콘솔 수납공간이 커졌어요. 그리고 사각지대의 물체를 감지하는 BLIS가 추가됐어요.”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다. 범퍼를 빼면 프레스 주형을 수정할 변화까진 없는 셈이니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 부르기엔 망설여진다.
60만 원 인상의 당위성은 BLIS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원가가 얼마인지 알 길은 묘연하나, 시중에서 달 수 없을뿐더러 경쟁 모델에서 찾을 수 없으니 그 희소가치는 충분해보인다. BLIS가 선보인지 벌써 4년째. 그러나 여전히 신통방통하다. 거짓말처럼, 족집게처럼 사각 지대의 자동차와 바이크를 감지해낸다. 익숙해지면서 차선 바꿈질이 과감해진다.
인테리어의 변화는 덴마크 건축가, 제이콥슨의 목재의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센터 스택 주위에 스몄다. 기어봉 뒤쪽과 센터 콘솔 사이에 센터 스택과 같은 두께와 재질의 패널을 이어 붙였다. 새로 덧댄 패널엔 BLIS와 주차 센서 스위치, 전원 잭, 컵 홀더 등을 담았다. 그밖에 엉덩이 받침을 들어 올려 바꾸는 어린이용 시트를 뒷좌석 한쪽에서 양쪽으로 늘렸다.
겉모습도 살짝 바뀌었다. 하이 빔까지 제논을 쓰면서, 헤드램프 안쪽 형상이 달라졌다. 보닛에서 그릴까지 이어졌던 ‘V’ 라인은 이제 앞 범퍼 깊숙이 파고들었다. 흡기구는 디자인을 다듬고 세로 핀까지 검정으로 칠해 한결 커 보인다. 뒷범퍼엔 도어 아랫단에서 이어진 캐릭터 라인을 긋고, 반사판을 심어 투박함을 덜었다. 번호판 위에 얇은 크롬 가니시도 덧댔다.
한편, S40 2.4i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5기통 2.4ℓ 170마력 엔진과 자동 5단 기어트로닉 변속기(AW55-51)가 짝을 이뤘다. 볼보는 직렬 5기통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V6보다 구조가 간단하면서 출력을 높이기 좋고, 4기통보다 사운드가 스포티해서라고. 볼보가 세로배치 엔진, 뒷바퀴굴림으로 급선회하지 않는 한 직렬 엔진 사랑이 식을 리 없긴 하다.
S40은 스포츠 세단인가?
가속 때는 자연흡기 엔진답게 액셀을 밟는 데 따라 점진적으로 추진력을 덧씌우는 과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대신 돌연 까마득히 뻗어가는 터보의 가슴 뭉클함은 기대할 수 없다. 제원 성능은 0→시속 100km 8.9초, 최고시속 215km. 아반떼만한 차체에 2.4ℓ 엔진이 결코 작은 심장은 아니지만, 체감 성능은 평범한 편이다. 변속기의 민첩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
2세대 S40은 기대 이상 스포티한 핸들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볼보 R 시리즈와 견줄 만큼 하체가 단단히 여물었고, 핸
들링도 예리했다. 감동이 컸던 건 그동안 볼보에 뼛속까지 스포티한 모델이 없던 탓일 수도 있다. 심지어 R 시리즈도 적당히 부드러운 승차감을 뽐냈으니까. R 시리즈가 단명한 원인 또한 ‘하드코어’적 성향을 외면한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볼보는 S40을 내놓으며 ‘fun’, 즉 ‘운전 재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익숙해져서 무뎌질 법도 한 데, 여전히 질리는 맛없이 신선하다. 전기 유압식 스티어링은 센티미터 단위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을 만큼 정교한 감각을 뽐낸다. 무거운 답력이 여성에겐 핸디캡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두 손 운전을 이끄는 동시에 토크 스티어까지 다독이니 단점만은 아닌 셈이다.
좌우의 움직임을 섬세하고 묵직한 스티어링이 ‘장악’했다면, 위아래 방향에서 파생된 다양한 기울임은 탄력 넘치는 서스펜션이 ‘접수’했다. 1차 충격은 단호하게 퉁겨내되 2차 충격은 감쪽같이 집어 삼켜 고르지 못한 노면을 달릴 때 스트레스가 적다. 그러나 언더스티어와 앞바퀴가 접지력을 되찾으면서 꽁무니를 살짝 흩뜨리는 움직임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볼보는 스스로 S40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볼보가 스포티함을 강조했던 건 오히려 S60이었다. S60이 쥐고 있던 바통은 S40을 건너뛰어 C30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용솟음치며 등 떠미는 파워가 아닌, 차를 조종하는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잣대 삼자면 S40이 단연 최고다. C30도 민첩성이 둘째가라면 서럽겠지만, 앞뒤 밸런스는 S4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평을 듣기엔 이른 감이 있다. 격렬히 한계를 파고드는 스릴과 치열함까진 찾을 수 없어서다. 대신 편안한 승차감과 최고 수준의 안전성, 합리적인 값 등 여러 장점에 교집합을 드리웠다. 어쩌면 이런 중용(中庸)의 성격이야말로 S40뿐 아니라 볼보가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서 한 발자국 비켜나 안온한 입지를 쌓아온 비결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