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탐방]
“한겨울 밤의 꿈”
제7화 : 해리포터가 지나갈지도 몰라
1월 16일(월)
알람이야 울리든 말든,
시차에도 적응했고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오기도 싫어 더 눈은 감은 아침 7시.
유럽에 온 이래 가장 늦게 일어났다.
방이 복도 끝에 있지만 식당으로 내려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은 건,
복도가 마치 미술관 같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렇게 꾸미려고 한 것 같진 않은데 뭔가 예술적이다.
식당에 들어가면서 깜짝 놀랐다. 앉아 있는 사람은 전부 한국 사람인데 말소리가 안 들린다.
작은 내 목소리조차 크게 울릴 상황이다.
조용히 하며 식단을 살핀다. 핀란드 호텔에 비하면 별 거 없다.
빵, 치즈, 판매용 요거트, 씨리얼, 과일 등. 치즈 얇게 자르는 기계를 보며 잠깐 감탄한다.
간단해서 그런지 아침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도 혼자서 다 하시더라.
간단해도 씨리얼에 잘게 썰은 과일을 올려 먹는 맛은 그만이다.
요거트는 맛 별로 다 먹어보고 갈 거다.
나중에 보니 다른 투숙객이 간단히 빵 한 조각, 차 한 잔 할 때 우리는 접시를 몇 개씩 쌓았다는.
덴마크에서 우리를 책임지실 페더슨 씨가 오셨다.
임종화 선생님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긴장한다. 페더슨 씨의 과묵한 포스가 무섭단다.
오전엔 세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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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Odense Waldorfschool and Forest kindergarden (오덴세 발도르프학교 & 숲 유치원)
B : Odense Friskole (오덴세 프리스쿨)
C : Henriette Hørlücks Skole (헨뤼에트 헐룩 (註:창립자 이름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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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학교가…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아주 많다.
일단 위의 저 학교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A,B,C 모두 1~9(10)학년이 다니는 학교(A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유치원도 있다)로,
공립학교는 아니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에서 자유학교라 부르는 학교들이다.
거기까지.
Henriette Hørlücks Skole (기본 과정의 자유학교)
숲 유치원이 새가 지저귀는 숲 속에 있다한들 이 겨울에 무엇을 볼 수 있겠냐만
그래도 궁금한 곳이었으나… 어제 저녁 학교를 정할 때 손 들기를 귀찮아하다가 C팀이 되었다.
걸어가면 된단다. 페더슨 씨를 따라 가며 오덴세 동네 구경을 했다.
가게가 아니어도 큼직한 창문 덕분에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펜션에나 가야 볼 법한 지붕에 낸 창은 어느 집에나 있는 듯.
주택가이지 싶은 곳에 학교가 있었다. 빨간 벽돌 건물 세 채를 학교로 쓰고 있었다.
학교 입구에서 만난 선생님이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Henriette Hørlücks Skole는 140년 되었고, 유치원~10학년까지 총 500명이 다니고 있다.
학교 복도마다 그림, 사진, 옛 초상화가 그야말로 ‘작렬’한다.
내가 알고 있는 ‘19세기’와 ‘유럽’의 이미지가 총출동하는 곳이다.
복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이들. 그 속에 해리와 그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분위기.
5~6세 아이들을 만나러 들어간 건물 입구는 박물관에 왔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어 보니 교장 선생님 개인수집품이란다.
강당을 보여주는데 천장에 달려 있는 말 하며… 아무래도 유치원이란 생각이 안 들었는데
원래 social club이었다고 한다. 달려 있는 말은… 별 의미 없단다.
인형같이 예쁜 5~6세 아이들 20명 정도가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글자 놀이(내가 애들이 공부를 하더라니까 김명숙 선생님이 글자 놀이라고 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다)를 하고 있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앉아 있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조명이 어둡다는 것이었다.
눈 나빠지지 않나? 그런데 다녀봐도 안경을 쓴 아이는 거의 없다.
왜지? PC방이 없어서인가??
선생님 말씀으론 덴마크에서 이건 별로 어두운 것이 아니란다.
또다른 건물로 갔다. 이 건물은 아래는 목욕탕, 위층은 레스토랑이었다고 한다.
건물 외형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내부만 바꿔서 쓴다고 했다.
바꿔도 싹 뜯어고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여기도 교장 선생님이 모은 그림들이 즐비하다.
호텔 복도에 있는 그림들이랑 같은 분위기여서,
핀란드에서는 시계를 나눠주듯이(방문한 학교마다 어찌나 시계가 똑같은지 멋대로 결론내림)
덴마크는 그림을 주는구나 생각할 정도였다.
쉬는 시간이다. 애들이 떠들고 지나간다. 주택가라 운동장도 없는 학교인데도 밖에 나와서 논다.
표정이 밝다. 좀 큰 애들은 말 걸면 대답도 잘 한다.
우리들도 말 거는 건 영어가 되거나 적극적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옆에서 거드는 정도라면
이 아이들도 주로 대답하는 건 영어를 좀더 잘 하고 적극적인 아이라는 것이
너무도 느껴지는 대화 시간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차 마시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역시나 어둡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어두운 술집이 떠오른다.
다행이다. 선생님들은 밝다.
앉으라하고 차 마시라 하고 수업 시간되자 망설임 없이 나가면서 자기 수업 보러 오란다.
말이 안 되니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포기하고 차와 빵을 먹는다.
덴마크 와서 느끼는 건데, 차가 정말 맛있다.
9학년 (아마도) 영어 수업을 들어갔다. 교실이 작다. 애들로 꽉 차 있다.
사물함인 듯한 곳엔 책들이 정리 안 된 채 널려있다. 교장 선생님의 수집품은 여기도 넘친다.
빔도 없다. 유치원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그늘진다.
5학년 음악 수업. 이 공간은 넓은 다락방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부르는 건 팝송이었을 것이다. 뭔가 모르게 익숙하다.
안내해주신 선생님이 가르치는 아이들 3명이 프로젝트를 위해 학교에 나와 있었다.
이렇게 3명씩 모여서 자신들이 선정한 주제(‘숙제는 왜 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도 있단다)를
가지고 토의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고, 2명의 선생님이 아이들 각각을 인터뷰한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이론적 토대가 탄탄해지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씀도 남겼다.
유럽 그림·영화 속 분위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안고 다시 오덴세 거리를 걸으면서,
다른 학교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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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방문 학교
A : Teacher training college
B : Education for kindergarten pedagogical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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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College Lillebælt (Teacher training college)
공립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자유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은 따로 있다. 나중에 갈 거다. 페더슨 씨가 그 대학의 長이시다.
그런데 우리를 돌보고 계신다. 그것도 사모님까지 대동하고.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은 맘 좋아 보이는 선생님은, 먼저 학교부터 안내해 주셨다.
학생들은 다 실습 나가고 없다. 식당에서 2명 봤다.
그 중 1명은 오전에 숲 유치원이 있는 그 학교에서 실습하고 왔다며, 우리에게 본 사람 있을 거란다.
우리 중엔 A팀이 하나도 없다.
다시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번에도 차가 나온다. 사과파이도 나온다.
얼마 전에 미운오리새끼에서 나온 사람들 맞나.
배부르다고 하면서도 차갑고 달달한 사과파이에 계속 손을 뻗는다.
감사하게도 아저씨는, 아이고, 선생님은, 핀란드 교육 전체에 대한 설명부터 해 주신다.
아하, 탐방 자료집에 손으로 그려 놓은 덴마크 학제가 저런 것이었구나.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깊은 이해를 했으면 좋겠지만 대략의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까지.
이제야 오전에 갔던 학교들에 초·중등 과정이 같이 있는 이유를 알겠다.
이 학교도 1~10학년까지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할 뿐이다.
고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석사 이상이어야 한다.
이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이야기해 주신다.
그 많은 내용을 내가 받은 인상으로 간단하게 추리면 이렇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구나.
그리고 그 아래에는, 덴마크라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 탄탄하게 깔려 있구나.
부러웠다.
우리나라에 이런 학교가 있어서 4년 간 제대로 배웠다면,
처음 발령 받아 첫 수업을 들어갈 때,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을 텐데.
한 학기 내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텐데.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이 중요하다. 아저씨가 남긴 어록이다.
호텔 식당에서 다녀온 학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여기저기에 속기사 분들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시기에 주로 귀만 열어놨다.
유일한 메모를 옮겨놔야겠다.
“(어느 학교 선생님의 의견)무상교육을 해야 아이들이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부모가 돈을 지불하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무상’은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핀란드와 달리 아이들은 감정을 속으로 삭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오픈한다.”
저녁 식사 후에 페더슨 씨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사모님도 함께 하셨다.
이번에도 귀만 열어놨다.
덴마크의 가정교육에 대한 답변을 메모해 놨다.
“네가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너도 대접하라”가 삶에 묻어나오도록 하는 가정교육. 성경적이다.“
내일은 좀더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아침을 먹으려고 했지만,
1층 응접실에 앉아 사진 이메일 전송에 실패했을 뿐인데
忍터넷이다 보니 시간이 잘도 흐르는 바람에, 여유는 없을 듯하다.
첫댓글 忍터넷!^^ ㅋㅋ 완전 와닿아요 ㅋㅋ
해리포터 학교 사진 보고싶어요. 궁금해지네요... 교장선생님의 어마어마한 소장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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