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이 단지 내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다가 사망했다면 차량의 소유자와 보험사는 물론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민사3단독(판사 김진환)은 최근 광주 북구 A아파트 단지 내 경사로에서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다 사망한 입주민 P씨의 유족 J씨 등 3명이 화물차량의 소유자 겸 운전자 K씨와 K씨의 보험사,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K씨와 보험사, 대표회의는 연대해 망인 P씨의 남편 원고 J씨에게 2천7백41만여원을, 망인 P씨의 자녀들에게 각 1천7백54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K씨는 이 아파트 입주민으로 단지 내에서 이중주차된 차량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화물차량을 일렬주차하면서 제동조치를 취하거나 돌이나 버팀목 등으로 차량이 주차장 경사에 의해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2시간 동안 방치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 대표회의는 단지 내 주차공간이 협소해 입주민들이 부득이하게 이중주차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단지 내 이중주차된 차량에 의해 입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키도 했으므로 사고가 발생한 주차장뿐만 아니라 단지 내에서 이중주차가 이뤄지는 주차장의 경사도를 면밀히 조사해 경사가 있는 곳에는 방지턱을 설치하고, 경고표시를 하거나 버팀목 등을 마련해 놓는 등으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 K씨와 피고 대표회의의 이같은 과실로 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보험사는 피고 K씨의 화물차량에 관한 보험자로서 연대해 이 사고로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망인으로서도 1톤이나 되는 화물차량을 혼자서 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경비원을 통해 피고 K씨로 하여금 화물차를 다른 장소로 이동토록 하는 등 보다 안전한 방법을 택해 자기 차량의 통행 공간을 확보했어야 했고, 주차장의 경사진 곳에 이르러서는 화물차의 후진 경로에서 신속히 벗어나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화물차가 옹벽에 충돌하는 것을 막아보려다가 이 사고에 이른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은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망인은 우연히 이 화물차 뒤쪽을 지나가다가 중력에 의해 밀리는 화물차를 피하지 못하고 화물차량과 옹벽 사이에 끼게 된 것이지 망인이 밀어 낸 사실은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망인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진로를 막고 있던 화물차량의 전면부를 밀다 주차장 경사에 의해 멈추지 않고 옹벽 쪽으로 계속 밀리게 되자 이 화물차량의 적재함 쪽으로 가서 세우려고 하다가 힘이 미치지 못해 그대로 압착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K씨와 보험사는 물론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연대해 원고 J씨에게 2천7백41만여원(상속액 2천1백81만여원+재산상 손해 60만원+위자료 5백만원), 원고 망인의 자녀들에게 각 1천7백54만여원(상속액 1천4백54만여원+위자료 3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K씨는 지난 2009년 12월 새벽 2시경 단지 내 주차장에 주차할 공간이 없자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된 차량들과 직각으로 이중주차를 하면서 자신의 화물차량의 주차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기어를 중립으로 설정해 놓았다.
이후 같은 날 오후 2시경 입주민 P씨는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고 있는 K씨의 화물차를 옹벽 쪽으로 밀다가 주차장의 경사로에서 화물차 적재함 우측 뒷부분과 옹벽 사이에 끼어 흉부압박과 뇌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에 P씨의 남편 J씨 등 유족들은 화물차량의 소유자인 K씨와 보험사, 대표회의를 상대로 지난 2010년 12월 소송을 제기,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