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아버지의 땅(문지클래식)
저자: 임철우
발제: 장경희 (어리연)
장소: 김해 다어울림 문화센터. F4/워킹룸 2
일시: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저녁 7시.
우리의 기억 저편 망각의 바다 속에서 억울하게 누워 있는 숱한 인간들을 그 바다로부터 기억의 땅으로 끌어올리는 것, 나는 이것을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죽은 자들을 식탁에 초대하는 사자'가 되는 것은 역사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나는 전쟁·폭력·억압으로 인해 삶이 산산이 부서진 채 죽어간 수많은 시대의 희생자, 삶이라는 허무의 바다에서 허망한 몸부림을 치다 한낱 포말처럼 사라져간 숱한 존재를 망각의 바다에서 끌어올려 그들이 남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문학의 진정한 행위라고 본다.
-임철규, 『︎그리스 비극 <인간과 역사에 바치는 애도의 노래>』︎중에서.
8월 독토는 임철우 소설집『︎아버지의 땅』︎입니다. 모두 열한 편의 작품이 시대의 비극 속에 엇갈리는 사람들의 행적을 쫒고 있습니다. 비극의 역사에 섞여있는 시대의 불순물을 드러 낸 작품 '붉은 방'으로 198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소설 '붉은 방'은 이념이 신념으로 굳어지는 아슬아슬한 시대에 가해지는 폭력이 어떻게 선량한 신념으로 변모하는 지를 보여 주는 맥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글을 쓰는가는 재주의 영역이라면 왜 글을 쓰는가는 의무의 영역입니다. 작가 임철우는 시대에 걸맞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집 첫 작품 '곡두 운동회'는 한국 전쟁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불응과 순응의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강요 받고 선택을 당해야 하는 인간 군상들의 몸부림이 처절합니다. 폭력의 시대에는 순응이 살아 남는 법이지만, 블응의 이유도 백 가지나 되기에 죽거나 사라지거나 아니면 미치게 되겠지요. 작품 속의 나라면 생사의 경계선, 어느 쪽에 서서 운명을 가늠해 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선의의 피해는 왜 내는지 모르는 세금같은 것이니까요.
8월 발제는 독토 총무이신 장경희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을 나서서 맡는 분들에게 늘 고마움을 표합니다. 늘 복이 있으시길.
햇살의 무자비한 폭행에 뒷목이 후끈합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늙은 과학자의 굳은 신념은 혹시 너무 더우니까 가을이 빨리 오라고 내뱉은 푸념이 아닐까요.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거나 너무 덥습니다. 보름만 기다리면 더위가 누그러 진다는 처서입니다. 지구가 돌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여름의 끝에서 뵙겠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